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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에 눈먼 범죄들… 보험사기 소탕작전!

[르포] ‘보사달’이라 불리우는 사나이의 하루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7.05 17: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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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금에 눈먼 범죄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사기 증가세와 함께 그 유형도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매년 300건 이상의 보험사기를 적발하며 ‘보사달’이라 불리우는 사나이가 있다. ‘보사달’이란 보험사기 적발의 달인의 줄임말로 지난해 실적우수 사원으로 선정된 현대해상 보험조사부 채경환 실장의 별명이다. 서울 북부와 경기도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그와 하루 동행하며 보험사기 해결 현장을 살펴봤다.

아침 9시. 대부분의 회사원의 하루가 시작되는 이 시간에 현대해상 북부차량보상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여기저기서 보상문제에 관한 통화로 정신없는 13명의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보험조회 및 보상규정을 살피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업무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북부차량보상서비스센터 최승규 팀장은 “한달에 일어나는 보험사기 금액만 해도 약 200억원 가까이 된다”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운전 사고가 대부분이며 요즘엔 애완견 증가로 관련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기 급증… 최종 피해자는 ‘고객’

북부차량보상서비스센터의 아침은 간단한 회의로 시작됐다.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고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고, 보험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채경환 실장이 사건해결 방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했다. 회의가 끝난 뒤 채 실장은 동두천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험사기가 확실한 사건을 경찰에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채경환 실장은 총 3곳의 차량보상서비스센터 직원들과 보험사기 의심 사건에 대해 매일 의논,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우릴 보따리상인으로 대할 때도 있고, 청탁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린 정말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한해서만 의뢰하는 것인데도 수사가 이뤄지기까지는 과정이 만만치 않죠.”

그런만큼 그는 ‘정보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보험사기 조사의 90%정도를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에 있어서는 목격자, 견인차 기자, 주변인까지 꼼꼼히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보험사기에 대해 경찰조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만큼 보험사 자체적으로 거짓 신고라는 것을 밝히긴 위해서는 정확한 근거를 잡아내야 한다. 요즘은 6월19일부터 8월말까지 보험사기 조사기간이라 수사협조가 원활한 편이라고 채 실장은 밝혔다.

“소비자들의 피해보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의심 가는 사건까지 모두 보상해주다 보면 정말 정직한 고객들이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때문에 의심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집고 가야 합니다.”

◆8년 형사 경험, 현장에서 빛나

보험사기가 점점 지능화되며 보험조사부의 팀원들은 하나, 둘씩 형사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실적 우수사원’으로 꼽힌 채 실장 또한 8년간 형사생활을 하다 입사한 케이스다.

“아무래도 8년 형사경력이 업무에 도움이 많이 되는 편이죠. 경찰들과 함께 일 할때도 어떤 식으로 협업이 이뤄져야하는지도 알고, 경찰들과 통하는 부분도 많아 친밀감 형성도 빠르고요. 사건에 있어서도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감이라던가, 사람의 심리파악 부분도 형사출신 보험사기 조사관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두천 경찰서에 도착한 채 실장은 지능범죄수사팀 이영진 형사와 두 건의 보험사기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운전자 바꿔치기 보험사기가 확실해 보이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서다.

   
차량공업소에서 파손차량을 점검하고 있는 채 실장. 사고 이외의 차량 파손부분을 보험 처리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사기증거를 잡아내고 면담을 진행하면 고객들도 잘못을 인정하지만, 간혹 ‘그런 적이 없다’고 우기거나 면담요청을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겁니다.”

이영진 형사는 “실제로 보험사기 조사의 경우 채 실장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과도한 업무로 실제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에도 거의 사기가 확실한 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니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웃어보였다.

둘은 자동차보험 뿐만이 아니라 이 형사가 조사하고 있는 장기보험 사기 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협조하는 등 ‘상부상조’하고 있었다.

◆시골 마을에서 사라진 스타렉스… 범인은?

이 형사와 미팅을 마친 그는 근처 자동차 공업소로 차를 몰았다. 공업소에서 김조섭 과장을 만나 자동차 도난사고 현장을 함께 가 보기 위함이었다.

“교통도 좋지 않은 시골 공장에서 자동차가 사라졌다는 점이 의심스러워 직접 현장을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경우 직원들 중 도박 등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몰래 자동차를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 맞추기를 막기 위해 동시면담을 진행하는 거죠.”

실제 현장에서 그의 형사경력은 빛을 발했다. 김조섭 과장이 공장 부장과 도난 청구서류 안내문 인수 확인서를 작성하는 동안 그는 공장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차량을 본 것은 언제인지, 사용자는 누구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여러명에게 사실 확인을 해 서로의 진술이 다른 부분이 없는지도 체크했다. 인근 공장을 방문해 언제 마지막으로 차량을 봤는지도 확인했다.

“차량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통화내역을 확인해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면 좀 더 조사를 해볼 생각입니다. 아직 실제 도난사건인지는 확신할 수 없겠네요.”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사건 의뢰를 위해 경기지방경찰청 지능팀 김명구 형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그는 몇 가지 보험사기 사건을 진단하는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늦은 밤 설계사가 보험사에 신고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고객이 음주운전을 했을 확룔이 큽니다. 운전자가 하는 경우에도 목격자나 피해자 없이 사고가 일어났고 그 다음날 운전자가 신고했다고 하면 음주운전 이라고 의심해 봐야죠. 운전자 바꿔치기 같은 경우엔 최초 콜센터에 신고한 내용과 사후 확인전화 시 신고된 상황이 달라 적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권한 없는 보험조사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채 실장은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무척 후련하지만, 가끔 어려우신 분들의 사건은 처리 후에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매년 보험사기는 급격하게 늘고 있고 실제 적발되는 보험사기는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채 실장은 “점점 수사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조사관은 엄밀히 말해 보험사기 수사권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강력사건이 많은 경찰서에서는 소외돼 있죠. 상ㆍ하반기에 걸쳐 보험사기 적발기간이 생겨났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계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격시험을 치루게 해서라도 수사권한이 있는 인력확보가 절실합니다.”

보험사기에 설계사가 투입되는 등 범죄유형은 점점 진화되는데 그에 따른 처벌이 약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형법상 사기죄이긴 하지만 처벌 수준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칠 뿐입니다. 한탕주의식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한 요즘엔 보험설계사가 나서 ‘이런 식으로 청구해서 보험 한번 타라’고 권유한 뒤 이를 또 보험영업에 활용하기도 하는 등 점점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