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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수출신용기관은 나는데…맘 급한 輸銀

법 개정 추진 절실 인식 속 PF-중기지원 확대 기반 미리 조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05 15: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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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외 투자은행(IB)가 우리 수출 회복세의 둔화를 점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의 경기 둔화 여파를 탈 것이라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돼 무역에서의 타격이 수출입은행이 준비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기존 업무 추진과 관련한 심기일전 정도가 아니라, 업무영역 확대를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환 행장은 "정부와 협의해 수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김 행장의 논리는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를 통한 전방위 지원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일본 등 선진국 공적수출신용기관에 필적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 논의는 특히 업무 범위면에서 다른 나라의 공적수출신용기관들과 달리 제한된 틀에 묶여 있다는 자각과 이를 깨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업 수출의 지원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녹아 있다는 게 핵심이다.

포지티브 방식 틀에 갇혀…영국 등 선진국 수출신용기관은 이미 훨훨

현재 수출입은행법의 기본 프레임은 할 수 있는 업무를 열거하는 현재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 기반한다. 이는 할 수 없는 업무를 열거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행동 기준과는 기본 철학 자체가 다른 것이다.

수출 지원을 위해서 다른 국가들의 공적수출신용기관들이 전방위 지원시스템을 확고히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벤치마킹하려는 곳은 일본 등 선진국 공적수출신용기관.

일본의 현재 우리 경쟁 상대는 국제협력은행이다. 일본수출입은행이 해외경제협력기금과 통합돼 설립된 곳으로 1999년 이런 탄생을 하게 된 이유 자체가 '행정 혁신'이었던 만큼 범세계적 무역 전쟁에 걸맞게 수출 지원에 탄력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제협력은행은 일본의 수출입과 해외경제 파트에서의 활동 촉진, 국제금융 질서의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대부 등을 업무로 갖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수출신용보증국(ECGD)가 활약하고 있다. 1991년 수출 및 투자보증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수출신용기관으로서의 뿌리는 이 법의 마련 이전보다 더 깊다. 약 80년간 수출업자, 은행, 구매업자, 프로젝트 후원자들과 공동으로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아이디어가 투자사업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면에서도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수출신용보증국은 오랜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개혁과 업무 확대 요구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을 밑천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적극적인 공적수출보증기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김미영 박사의 '중소기업 수출지원제도의 활용 및 수출성과에 관한 연구(2011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수출에 대해서도 지원을 맡고 있는데, '신서비스고객팀'이 수출금융 및 보험을 맡는다"고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9년 4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피터 만델슨 당시 영국 기업부 장관은 "영국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수출신용보증국의 역할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하는 등 끊임없는 변신 요구를 ECGD에 가하고 있다.

결국 관행과 혁신의 요구 속에서 수출신용이라는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되 새롭게 요구되는 각종 주문에 대응해 오면서 발전한 게 오늘날의 영국이나 일본 공적수출신용기관의 본질이고, 이들은 '공적'이라는 틀 때문에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에 구속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서포터' 역할을 해 오면서 반세기 이상을 발전, 변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역사가 깊어 노하우가 많으면서도 오히려 감각적으로는 더 젊은 기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은 활동 강화 필요성, 수출 보조금 논란으로부터의 도피 등에서도 유효

일각에서 지적하는 수출보험과 수출금융을 갈라놓는가 마느냐, 어느 쪽이 더 우수한가의 논의는 우리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수출보험의 기능을 오래 전 분리시켰긴 하지만 선진국 사례들에서 볼 때 꼭 이를 같이 할 필요나 필연적 논리 우위가 있거나 실질적 결과물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포지티브식으로 역할 제한이 있는가, 네거티브식으로 일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유롭게 활약하는가에 무게를 두는 게 타당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출입은행의 활동 영역을 더 강화하도록 포지티브 방식을 포기할 필요는 또 있다. 전문지인 무역연구(2008년 4월호)에 따르면('공적수출신용기관의 역할 증대에 관한 연구' 논문) 세계무역기구(WTO) 시대 개막 이후 무역보조금(수출보조금으로도 불림)의 문제는 통상마찰을 빚는 것으로 백안시돼 왔지만, 캐나다 EDC가 수출지원을 통해 국가 전체 취업률의 2.8%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국, 캐나다, 독일 등 각국의 수출신용기관의 행보로 인해 정부의 직접적인 보조금보다 더 큰 국부 증식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을 추진하는 회사들과 한층 더 가까운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 수출입은행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김용환 행장.

중기 지원 등 더 잘할 수 있다…조직 개편 등은 이미 테스트 끝

물론 현재와 같은 프레임 한계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업무 확대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76년 설립 당시 연간 금융지원 금액이 126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7조3000억원으로 530배 증가한 것만 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세계경제 규모에서 프로젝트 금융(PF)를 선도하려면 전문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도 법 개정이 네거티브형 규정으로 바뀌는 게 유익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법 개정 공식적 추진이 시동을 걸기 전인 6월에서도 해외금융기관 및 해외 주요 발주처 등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인사 기반을 만든 바 있다.

△'글로벌협력부' 신설 △'PF지원실' 신설과 기술심의실을 '기술환경심의실'로 확대개편한 점,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해외건설금융실'을 신설하는 등 일부 여신부서 조직도 개편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수출입은행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더욱 정당성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 이미 국제무역의 특수성과 금융의 지원 필요성은 금융위기 국면(2008년)에서 한 차례 본질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기존 상업금융만으로 역할을 다하기에는 한계라 할 정도로 무역금융의 변화가 완료됐고, 중소기업의 수출에서의 역할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국면을 맞고 있는 만큼 수출입은행도 탄력적으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이번에 얻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