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증권사 구조조정에 ‘불똥’…금투협 박종수 회장 리더십 흔들리나

협회비 부담 속 임금삭감·명예퇴직 언급 ‘반발 확산’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04 17:48:4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주식시장의 돈 가뭄 여파가 일선 증권사를 넘어 업계 이익단체인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이하 금투협)를 정조준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인력 감축과 비용절감 정책이 중소형사까지 번지면서 이들이 낸 회비(회원 분담금)로 운영되는 금투협은 당장 내년 살림살이 걱정부터 할 판이다.

증권사별 위탁매매 수수료 규모로 회비를 산출했던 만큼 거래대금 자체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수입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투협의 지난해 총수입 830억원 가운데 회비 수입은 536억, 총 수입 대비 비중은 64%가 넘는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62개증권사와 81개 자산운용사, 7개 선물사, 11개 부동산 신탁회사 등 총 299개 회원사를 거느린 금융권 4대 협회 중 한 곳이다.

금융권 4대 협회 중 최고 수익과 연봉을 자랑했던 금투협이 과연 불어난 씀씀이를 줄일 수 있을까. 박종수 회장의 리더십은 협회 구조조정 규모에 따라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큰 집도, 작은 집도 “죽을 맛”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거래대금 급감이다. 금투협 자본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지난 6개월 간 평균 거래대금은 5조2565억원으로 증권사들의 수익 마지노선인 6조5000억원을 1조원 이상 밑돌고 있다.

특히 연초 급등랠리가 이어졌던 지난 2월2일 8조837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거래대금은 지난달 28일 3조1955억원까지 급감했고 최근에는 3~4조원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증권사 순수익의 40% 이상이 위탁매매수수료라는 점에서 거래대금 감소는 곧바로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현재 커버리지 안에 있는 증권사들이 지금의 수수료율 아래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으로 판관비를 맞추려면 일평균 거래대금이 15조원 수준까지 올라가거나 판관비를 대폭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증권업계가 판관비를 줄인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증권사들이 사업계획에서 일제히 사업비 절감을 목표로 제시해 업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사가 지난해 말부터 적게는 30~40명, 많게는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수익성이 나쁜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100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했다.

개인거래 비중이 많아 직격탄을 맞은 중소형사도 최근 새는 돈줄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달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행사비를 20% 줄였으며 토러스증권은 3곳이던 지점을 영업점 1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했다. 또 이달부터 임원은 30%, 직원은 10%씩 임금 삭감이 단행된다.

온라인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이트레이드증권도 아직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지만 전사적인 차원의 비용절감 정책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인 SK증권도 수익성 악화에 일부 지점 폐쇄를 고민 중이다.

금투협, 빠듯한 회원사에 회비 더 받아냈다

가장 큰 ‘돈줄’인 증권사들이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금투협의 회비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 감사원이 실시한 금융권 4대 협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금투협이 거둬들인 수입은 총 979억8900만원으로 손해보헙협회 221억2000만원, 생명보헙협회 166억2000만원, 은행연합회 100억9300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이 가운데 금투협이 증권사를 비롯해 299개 회원사로부터 거둬들인 회비 수입은 476억3100만원이었다. 총 수입이 100억원 이상 줄어든 지난해에도 536억원의 회비를 걷어 오히려 회원사들의 부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원사별로 분담금을 좌우하는 기준이 수익성이 아니라 거래대금이라는 점에서 중소형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금투협 회원 분담금 산출 기준에는 거래대금(위탁매매수수료, 수탁고 등)이 70%, 영업수익 22.5%, 자기자본 7.5%씩 반영된다. 자연히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의 타격이 큰 셈이다.

지난 2월 박종수 회장이 취임하면서 협회비 분담 제도를 개선을 약속했지만 빨라야 내년에야 바뀐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금투협은 지난 4월12일 연구 용역을 맡길 외부 컨설팅 업체의 입찰을 마감했다. 그러나 관련 연구에만 6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공청회와 회원사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면 이듬해 이후에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임단협 때 구조조정 언급…“260명 직원 어수선”

결국 줄어드는 협회 수입을 감안하면 박종수 회장이 선택할 카드는 조직 슬림화와 일부 인력 구조조정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금투협은 박 회장이 직접 조직 선순환과 임금삭감 등을 언급했다는 소식에 뒤숭숭하다.

금투협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대표 협상단 테이블에서 △직원 고가평가에 따른 성과급제 △명예퇴직 △조직축소개편 가능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투협 임직원은 총 260명으로 회장 이하 고위 임원 13명을 포함한 부·팀장급 관리직 60명, 일반정직원 180명을 비롯해 일부 계약직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금투협 직원 평균 임금은 2010년 기준 9100만원으로 수입 규모 2위인 손해보험협회에 비해 50% 가까이 많았다. 특히 감사원은 금투협의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제도를 문제 삼았다. 문제가 된 복리제도에는 △주택임차금·의료비지원 △대학 학자금 무상지원 △사설학원비 보조 등이 꼽혔다.

박종수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존 6본부24부서40팀이었던 협회를 6본부22부서29팀으로 인력 감축 없이 축소 편제한 바 있다. 그러나 회원사들의 업황 부진과 외부 압력 등을 감안하면 박 회장이 이번 임단협을 계기로 임금삭감은 물론 명예퇴직 등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 회장의 협회장 출마 당시부터 공개적으로 선출 반대 입장을 밝혔던 노조와의 갈등이 부담스럽다. 노조는 최근 “위로부터의 혁신이 먼저 필요하다”며 강제퇴직불가를 확실히 밝혔다.

최근 금융위원회 이전 관련 논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며 유관기관을 상대로 사실상 협회 입장을 대변했었다. 따라서 박 회장이 대놓고 노조와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향후 리더십에도 적잖은 상처가 될 수 있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