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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오늘 하루 기분은 어땠나요?

이주아 코치 기자  2012.07.04 14: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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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루가 지나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1년이 되고, 1년이 쌓이고 쌓여 지금껏 살아온 나의 인생이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또 꺼낸 이유는, 우리는 현재 오늘을 살고 있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오늘의 행복과 더불어 다가올 미래의 인생 역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필자는 가족들과 코칭 대화시간을 갖는다. “오늘 하루 기분은 어땠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하루 일과를 나누고 깊은 대화를 통해 기쁜 소식과 축하할 일 그리고 힘들었던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감정은 그때그때 풀지 않고 쌓아두면 결국 응어리가 되어 아픔과 분노 혹은 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돈 안들이고 마음의 병 치료하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 바로 ‘가족 감정 들어주기 코칭시간’이다.

일전에 소개한 칼럼 ‘그대의 아픈 마음 들어주는 이 있나요?’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민족의 가슴엔 아픔의 역사가 있다. 그 아픔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전달돼 내려왔고 특히 여인들의 한 서림으로 연결되어 풀리지 못한 체 응어리져 있다. 그 응어리진 아픔은 여인 혹은 엄마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남편, 아이들, 시댁, 친정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며 더 나아가서는 학교나, 이웃 지역사회까지 아프게 한다.

코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히나 한국 여성들의 마음 속에 아픈 감정들이 얼마마 많이 쌓여있는지를 새삼 알게 됐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가정을 돌보고 일으킨 여성들이, 어려서는 여성으로 태어나 존중 받지 못했으며, 학교교육에서도 오빠나 남동생 뒷전으로 밀려나 못 배운 한이 쌓이고 쌓여 아픈 감정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응어리진 가슴으로 결혼을 한 여성들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50세대 주부 A씨의 이야기다.

“내가 남편이랑 결혼해서 시어머니와 같이 살 때 시어머니가 언제나 나를 구박하고 꾸지람하고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하지만 집안에서 어느 누구 하나 내편 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어. 그 많은 식구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는데도 말이지…. 많은 식구들 앞에서 꾸지람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창피하고 분노가 끓어올라 괜히 딴 곳 가서 생떼 피우고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지. 어떤 날은 빨래터 가서 엄한사람에게 시비 붙여 언성 높이다가 좀 전에 겪은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뱉어내면 좀 숨 쉴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도 그땐 빨래터가 있어서 좋았지. 방망이로 팡팡 빨래를 두들기고 나면 속이 좀 시원 했었거든. 가끔은 시어머니 흉을 볼 때도 있었는데 그땐 꼭 그게 시어머니 귀에 들어가 더 잔소리를 듣게 되고…. 나중에는 말도 못하고 가슴 응어리가 생기더라고…. 근데 이상한 건 그렇게 힘들게 하시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내 손을 잡고 ‘애썼다’ ‘고맙다’라고 하시는데 도저히 시어머니가 용서가 되질 않는 거야. 돌아가신지 어언 5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지….”

필자가 말했다.

“아, 정말 힘드셨겠어요.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씨: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그 동안 못한 시어머니 흉을 다 봤지. 애들과 남편 있는 데서…. 흉보고 나니 속이 시원하더라고. 나도 할 만큼 했다 싶고…. 식구들도 묵묵히 내 말 들어주는 것 같고….”

필자: “네~에. 그러셨군요. 그렇게 원하시던 시어머니 흉을 다 보고 나서 무엇이 좋아졌나요?”

A씨: “좋아진 것? 글쎄, 좋아진 것 보다 힘든 일이 더 많았어. 나도 아프고 아들도 아프고 결혼한 딸도 이상하게 아프다고 하고…. 병원을 가보면 멀쩡하다는데 몸이 자꾸 아프다고 하고….”

필자: “식구들이 이유 없이 아프군요. A어머니께서 가족 분들에게 행복하거나 기쁜 소식 전한 적 있으세요?”

A씨: “아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아. 언제나 힘들다. 못살겠다. 주변사람들이 나한테 이랬다. 뭐 이런 불평얘길 많이 했지.” (중략)

필자: “돌아가신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것 중 가장 잘 하시는 게 있다면요?”

A씨: “시어머니에게? 음…, 음식 잘 하는 건 다 배웠지. 식당을 운영할 정도의 실력이었으니까. 지금은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모두 접었지만. 요리는 시어머니만큼은 아니어도 잔소리 하도 많이 들어서지 잘해.”

필자: “아, 시어머니께서 어머니께 손맛을 물려주셨군요.”

A씨: “그러고 보니 시어머니 잔소리가 유난히 음식에 관련된 것이 많았어. 정갈한 상차림에서부터 재료손질, 양념장 등, 나는 친정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배우지 못했었거든.”
필자: “네, 시어머님께서 어머님이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우지 못했던 상차림과 음식 요리법을 꼼꼼하게 알려주신 거군요.”

A씨: “그렀네, 그러고 보니 하나하나 지나치게 꼼꼼하게 알려주셔서 모든 것을 잔소리로 생각 했었는데….”

필자: “아 네, 잔소리가 아니고…, 지금 생각나신 걸 말씀 해 주시겠어요?”

A씨: “이건…, 한번도 생각 해 본적 없었는데…, 나에게 무언가 물려주신 것 같아….”

필자: “시어머니께서 무엇을 물려주신 것 같으세요?”

A씨: “으음…. 갑자기 시어머니한테 가보고 싶네…”’

필자: “다음 주 코칭 시간까지 시도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A씨: “시어머니 산소에 다녀오고 싶어. 오해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하고 오고 싶네.” (중략)

그 동안 오해로 인해 심한 고통 속에 살아온 A씨는 시어머니 산소를 다녀오시고 나서 건강도 회복하고 아프던 딸과 아들도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A씨가 모르고 내뿜던 시어머니를 원망하던 ‘독화살’들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자녀들이 아팠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언제나 말조심해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억눌린 감정을 가슴에 품고 삶을 이어가고 계신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어 보라.

“오늘 하루 기분은 어땠어요?”

   
 
매일 매일의 감정을 풀어내고 응어리를 하나하나 풀다 보면 아픈 마음도, 서러운 마음도 봄비에 씻겨 내려가듯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시작이 중요하다. 빠르게 응어리를 풀고 싶고,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로 전진하고픈 분들은 코치와 함께하길 권한다. 아픔을 넘어 삶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찾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신나게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주아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사회적 코칭 전문가 / 소통과 감성 코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