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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추하는 '어느 여름 밤' 교진추는 '一場夏夢'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7.03 15: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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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추 대외비 비스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에게 취재가 꺼려지는 곳이 있다. 물론 취재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취재에 비해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암묵적 압력행사가 따르는 등 불편한 진실에 둘러싸인 그곳. 바로 이 취재 불가침 영역에 있는 곳은 대형 병원을 비롯, 교회 등의 종교단체다.

최근 이 두 곳 모두 호사가들이 아닌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병원들이야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꽤 장기간 집중조명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 곳은 논란의 불씨를 품은 학문적 이슈를 퍼뜨리고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국내 개신교와 연관 있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최근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 등 진화론 관련 내용을 삭제, 수정할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세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9년 10월 한국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가 통합,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에 있는 도림교회에서 출범한 교진추는 정통과학자들과 다소 다른 입장인 창조과학자들을 앞세워 인간-공룡의 공존설을 주장하는 대신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진화론을 총공격하고 있다. 진화론 교육량과 교회 부흥은 반비례하는 만큼 한국 교회의 미래도 예측가능해 진화론을 퇴출시키지 않는다면 교회의 밝은 미래는 없다면서 날선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진화론이 사회전반에 악한 사회적 열매를 맺고 기독교를 공격, 분열시킨다는 격한 표현도 거칠 것이 없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한 화면.
이들은 작년 12월 시조새와 관련 1차 청원을, 지난 3월 말 진화 계열과 관련한 2차 청원을 교과부에 제출했고 결국 과학교과서 출판사 7곳 중 6곳은 시조새를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에서 삭제하거나 의미를 바꾸기로 했다.

또한 이들은 이달 중 교진추 평생회원인 건국대 특성화학부 김성현 교수를 주축 삼아 '화학적 진화와 생명 기원의 무관함'이 내용인 3차 청원을 낼 예정이며, 9월엔 '생물계통수는 허구'라는 청원도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고생물학회와 한국 진화학회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교진추의 '시조새' 청원에 관한 반론문을 발표하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5일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자 이들 학회는 물론 국내 과학계도 '세계적인 망신'이라며 이를 막지 못한데 대한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회는 "국제시조새학술대회에서 시조새가 멸종한 조류라고 공식선언한 것은 당연하며 전혀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라며 '교진추가 학자들이 부정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학술대회에선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원시조류인 시조새가 공룡에서 진화했음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교진추는 시조새가 공룡과 새의 중간 종임을 공식 부인한 대회인양 오도하는 것은 물론 파충류와 조류 간 시조새라는 종이 있는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신장의 크기나 발가락의 수가 진화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퇴화한 흔적기관이 진화에 배치된다는 것은 진화의 개념을 오해하는 것이라며 교진추의 주장을 과학적 근거로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현재 이 이슈를 다룬 상당수 기사의 댓글란은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의견충돌로 게시판 지분 양분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화론 부정을 지지하는 개신교인들은 교진추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을 전제로 "비과학적인 진화이론은 인종우생학을 통한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비논리적 시나리오며 비과학적인 신념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이에 반론을 펼치는 대중들은 "창조과학자들은 고대 벽화나 토기 장식의 공룡 그림을 근거로 인간과 공룡 공존설을 주장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용과 이무기, 봉황도 존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 않냐"며 멀쩡한 혀끝만 끌끌 차고 있다.  

국내 한 유머사이트에서 '○테레'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저절로 발생한 생물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이를 일으킨 개체가 더 나은 종으로 점차 변화한다는 시나리오가 왜 비논리적"이냐며 "어느 날 신이 있었는데 '뿅'하니까 지구가 생기고 또 '뿅'하니깐 생물들이 생긴 건 논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투는나의○'이라는 별명의 누리꾼은 "진화론은 비과학적이고 처녀 수태는 과학적이라서 믿냐?"며 조소를 보냈고 이 게시글에는 댓글 중 가장 많은 추천 수를 기록했다.

동양대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가 얘기한 "말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 다"는 말이 요즘 맘 깊은 곳까지 와 닿을 때가 종종 있어 '나도 참 어지간히 답답한 요즘을 살고 있구나'라
   
 
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믿음의 철학이라면 과학은 증명의 철학인만큼 각자의 시각에서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이해를 포기한 접근이 아닐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절대평가인 시험에서 경쟁자들을 하나씩 없앤다고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사실의 왜곡, 본질을 벗어난 조작된 사실은 결국 진실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누군가들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