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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병원 내 빵집, 환자들은 먹지도 마라?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7.03 14: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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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한 대형병원을 들른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아티제'라는 베이커리와 편의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환자나 보호자를 비롯해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빈손으로 가기 뭣해 뭐라도 사갈 요량으로 많이 이용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아티제와 편의점을 지나쳐 가려던 찰나, 아티제 앞의 입간판에 눈길이 갔습니다. 입간판에 쓰인 내용을 훑어봤는데요. "병원 정책으로 인해 환자복 및 의료기기 착용 시 부득이하게 출입이 제한되오니 이점 양해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죠.

이를 보면서 왜 환자들의 출입을 막는지 의문이 생겼는데요. '감염우려 때문인가'하는 생각도 해봤고, '의료기기 등으로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일까'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도무지 그럴듯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 관계자를 찾아 직접 물어봤는데요. "환자들의 경우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빵과 같이 당분이 많은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했는데요. 한편으론 병원과 아티제 측의 배려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병원 내 들어와 있는 만큼 주 고객층은 환자나 보호자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먹지 못할 빵들을 팔고 있다니….

모든 제품은 아니더라도 환자들이 건강 염려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을 몇 가지 정도만이라도 선보인다면 환자도 맛있는 빵을 먹어서 좋고 이를 통해 아티제 매출도 증가하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닐까요.

아티제의 환자 출입제한 문제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아티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티제는 호텔신라가 2004년 선보인 커피 베이커리 카페인데요, 2010년부터는 자회사 보나비를 통해 운영해왔죠. 당초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대항하는 토종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하지만 대기업이 서민사업으로 꼽히는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며 '대기업 빵집', '재벌 빵집' 논란이 일며 호텔신라는 올해 초 아티제 지분 100%를 대한제분에 매각하고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호텔신라의 아티제 사업 철수를 두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상생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대한제분으로 넘어간 아티제가 기존의 맛과 브랜드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대한제분이 사람들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아티제의 맛을 지켜낼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