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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다변화 꾀하는 은행권, 움직임 살펴보니…

고졸부터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채용 확대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7.03 10: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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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졸 채용이 올해 은행권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은행들이 신규 인력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최근까지 은행권의 고졸 채용은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채용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고졸 행원 채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더 나아가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채용하겠다며 앞장서는 은행도 나오고 있다.

◆고졸 채용 너도 나도… ‘뜨거운 열기’

우리은행(053000)은 지난 3월9일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본점에서 고졸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이 박람회는 지난해 85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던 우리은행이 올해 200명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기 위해 마련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중 40명이 고졸 남성 행원으로, 우리은행은 여성 일색이던 고졸 채용에 변화를 꾀했다. 이들은 2년간의 계약직 근무를 마치면 전직지원제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확대 채용함으로써 학력 인플레 해소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및 고졸인력 실업문제 해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조기 채용한 특성화고 3학년 110명에게 합격증서를 수여했다. 조준희 행장이 채용된 특성화고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실 고졸 채용에 불을 지핀 것은 IBK기업은행(024110)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월 은행권 최초로 특성화고 출신 20명을 창구직원으로 채용한데 이어 올해도 110명을 창구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번 합격생 중에는 남학생 36명이 포함돼, 20여년 만에 남자 고졸행원이 탄생했다. 이들은 창구는 물론 IT, 시설관리 등 기술직 업무도 맡게 된다.

기업은행은 이들이 고교 재학 중 예비 금융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 지점 지정 △금융자격증취득 지원 △영업점 현장체험 △어학 및 상식 사이버연수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선 합격생의 집 근처 영업점을 멘토 지점으로 맺어주고 원하는 시간에 수시로 방문해 선배들의 조언을 듣는 등 업무 이해를 돕기로 했다.

또, 은행 창구업무와 보험, 펀드 등 9개 금융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재 제공 및 응시료 실비를 지원, 여름방학 중에는 실제 영업점에서 현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밖에 IBK사이버연수원을 활용해 각종 어학과 경제상식 등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외환은행(004940) 역시 지난해 32명을 채용한 뒤 올해 다시 49명의 행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055550)은 지난해 126명을 채용했고 올해 비슷한 규모를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도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정규직 고졸 행원 48명을 채용한 산업은행은 올해 6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105560)은 지난해 비교적 적은 8명의 행원을 채용했지만 올해 20명의 인원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약자 채용 확대·정착

학력 인플레와 고졸인력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은행권의 고졸 채용이 사회적 약자 채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고졸 채용을 선도해 고졸 채용의 붐을 일으킨 기업은행은 올해 장애인 등 소외층 및 외국인에 대한 채용까지 적극 나섰다.

기업은행이 올해 뽑은 외국인 직원은 12명이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 고객이 많은 공단 지역 지점에 배치됐으며 외국인근로자 송금 때 통역이나 신청서 작성 보조 업무를 맡아서 한다.

기업은행은 또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장애인 263명을 채용해 금융권 최초로 의무고용 기준(2.5%)을 초과 달성했다. 기업은행은 계약직으로 장애인을 별도 직군으로 채용한 뒤 특별한 본인 과실이 없는 한 2년 뒤에는 무기 계약직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장애인 고용에 힘을 쏟는 것은 조준희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조 행장은 2010년 12월 취임 당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장애인 고용을 중요한 경영과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한 해 동안 102명이 채용됐고,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44명이 입사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5월29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고용 증진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30명의 장애인을 특별 채용했다. 취업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됐던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에서다.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은 협약식에서 “우리은행은 매년 4월 장애인들에게 재활의지를 다지고 새롭게 도전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 왔지만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마련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행복한 일자리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외환은행은 한국에 귀화한 현지인을 대상으로 채용을 확대한다.

합격자들은 외국인 고객이 많은 영업점에 배치돼 통역, 금융상품 안내 또는 해외송금 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아울러, 국가별 마케팅 리더로서 외환은행의 외국인고객 마케팅 기획, 현지 유관기관과의 제휴, 협력 등 마케팅 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다문화가정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 지속

은행들은 사회 소외층 채용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위한 대외 행사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 초 다문화가정 자녀 장학 사업을 위한 200억원 규모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6일 다문화가정 대학생 17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장학금 6000만원을 전달했다.

선발된 장학생들은 향후 재단에서 실시하는 경제교육을 이수하고 ‘우리다문화 드림(DREAM) 서포터즈’를 결성해 다문화 가정 아동들에 대한 경제교육과 학업지원 등 멘토링 봉사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산하 나눔재단은 모범적인 다문화가정 주부와 역경을 극복해가는 다문화가정 주부 및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를 선발해 시상하는 ‘외환 다문화가정 대상’을 진행한다.
   
윤용로 외환은행나눔재단 이사장 겸 행장이 '제4회 외환다문화가정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인 정단아씨 가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이 수여되고 부상으로 각 부문 결혼 이주민 수상자 전원에게 일주일간 친정 방문 또는 친정 가족의 한국 초청 비용을 300만원 이내에서 실비로 지원해 준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나눔재단은 국내 대학 및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 유학생중 재정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외환글로벌장학금’을 지급한다.

외환은행나눔재단 관계자는 “외환글로벌장학금 제도를 통해 청년 학생들의 국제 교류 활성화와 국제적 인재 양성,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외환은행나눔재단을 통해 국내는 물론 국제구호와 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