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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적 고용위기 시대…근로시간 유연화로 대비해야

노사발전재단, 독일·미국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 개최

김경태 기자 기자  2012.07.02 17: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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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사발전재단은 2일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주제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 가든 호텔 무궁화홀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사발전재단 문형남 사무총장, 고용노동부 조재정 정책실장, (전)독일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박사, 미국상공회의소 랜덜 존슨 수석부회장, 미국노총켈리 로스 정책부국장,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동사회정책연구본부장 등을 비롯해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고용노동부 차관을 대신해 참석한 고용노동부 조재정 정책실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로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을 극복한 독일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임금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각각 발표했다.

근로시간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의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박사는 “‘근로시간계좌제’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유연제도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독일 노동자들을 해고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망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가면 기업은 변동이 심한 수요에 맞춰 내부 유연화 및 고용 안정을 담보할 수 있고, 노동자들은 일-가정 양립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기폭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박사의 강의 중 일정시간 범위 한도 내에서 노사가 상호 합의하에 주당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밴드 모델’을 소개해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근로시간 밴드 모델’은 예를 들어 산별 업종의 근로시간이 주당 37.5시간일 경우(독일은 산별체제), 기업단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간에 협상을 통해 특정 주에 35~4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밴드를 정해놓은 형태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 랜덜 존슨 수석부회장은 “고용노동 관련 법·제도는 근로자 보호와 효율적 기업운영 사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다양한 혜택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나 개입은 오히려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랜덜 존슨 수석부회장은 특히 “대다수 고용주들이 자율적으로 휴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획일적으로 고용관계에 개입함으로써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비효율을 낳고 있다”며 “노조도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에 따른 근로환경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켈리 로스 미국노총 정책부국장은 “미국의 근로시간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길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임금 정체가 장기화되면서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과도한 장시간 근로를 억제하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자 초과근로를 규제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임원이나 행정관리직, 전문지식 인력 등 이 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는 근로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켈리 로스 미국노총 정책부국장은 한마디로 “미국은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 좋은 모델이 아니다”고 밝혔다.

   
노사발전재단이 주최한 심포지움에서 ‘우리나라 장시간근로 개선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 발제한 배규식 본부장이 패널들과 토론하고 있다.
일과 미국의 ‘근로시간 줄이기’에 대한 발표가 끝난 후 국내 전문가로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동사회정책연구본부장이 ‘선진국 사례에 비춰본 우리나라 장시간 근로개선의 필요성 및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이 주제에 대한 패널로 노사정을 대표해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 한국경총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 고용노동부 박종길 근로개선정책관이 참여했다. 또 전문가 그룹을 대표해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상무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박태주 교수가 참여했다.

‘우리나라 장시간근로 개선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 발제를 맡은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본부장은 “장시간 근로 체제가 양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겪어왔음에도 질적인 측면에서 큰 진전이 없는 이유로 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와 감독의 느슨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체제를 개혁해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시스템의 재설계라는 근본적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거시적 변화를 읽어내면서 대응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노사발전재단 문형남 사무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노동시장 정책에 있어 서로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과 초청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양국의 경험과 쟁점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근로시관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맞는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