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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인 고용 앞장섰다' 자랑하더니…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7.02 17: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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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산업 전반에서 장애인 고용이 늘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일찌감치 사회공헌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에 앞장 선 기업들이 있는가하면 이제 막 장애인 고용에 동참한 기업들도 있다.

그 동안 장애인 고용은 대다수가 공장이나 단순업무 위주의 업체에서 이뤄져왔다. 장애인들은 행동에 제약이 많고 대(對) 소비자 업무는 힘들 것이라는 편견 탓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탈피해, 소비자 접점에 있는 외식업체들의 장애인 고용도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 패스트푸드점의 장애인 고용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이들 업체의 장애인 고용수를 보면, △롯데리아가 1020명(1.01개 점포당 1명) △맥도날드가 200여명(1.32개 점포당 1명) △KFC가 48명(2.9개 점포당 1명) △버거킹이 42명(2.88개 점포당 1명)이었다. 평균 2개 점포당 1명꼴로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도 맥도날드 코엑스 아셈점과 버거킹 학동점 등 몇몇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대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이나 햄버거 포장지 등을 치우고 테이블, 바닥을 닦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유심히 지켜봤지만 누구 하나 이들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말을 거는 직원 하나 없었고, 그들도 그것이 일상인 마냥 쓰레기 치우기와 테이블 청소 등 제 할 일만 묵묵히 할 뿐이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손님은 말할 것도 없이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도 눈 한 번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할 정도였다.

물론 장애인 고용의 취지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자립여건을 만들어 준다는데 동감한다. 앞서 언급한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 점에 있어 충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일생생활을 무리 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근본 취지는 잊은 게 아닐까. 결국 '더불어 산다'는 미명하에 장애인을 고용했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맞닥뜨리는 것은 냉혹한 현실뿐이다. 장애인을 고용해 놓고서도 "장애인은 위험해서 이 일은 안 된다. 느려서 이 일은 못 시킨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업무가 따로 있다"는 식으로 차별할 것이었다면 애당초 왜 장애인을 고용한 것인지 묻고 싶다.

최근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커피업계 최초 장애인 바리스타 고용증진 협약체결'이라는 제목의 홍보자료를 낸 바 있다. 연내 장애인 바리스타 100명을 고용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이처럼 '장애인 몇 명을 채용했다', '장애인 고용을 확대했다'는 등 장애인 고용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고용해 이들이 어떻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지, 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에 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을지, 동료 직원들과 더불어 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 기업의 의무는 채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잘 배우고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까지 있다는 점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