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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영업자 카드거부 실력행사, 자칫 웃음 살수도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7.02 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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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영업자들이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실력행사에 나섰다. 올초부터 신한ㆍ삼성ㆍ롯데카드 거부운동을 벌인데 이어 대형유통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불매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대형가맹점 특혜를 바로잡기 위해 올 초부터 중소가맹점에서 해당 카드사의 카드를 거부하겠다는 ‘카드 거부’ 운동을 벌여왔다.

카드 거부를 앞세운 이들의 수수료인하 압박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통과에 힘을 실은 것은 물론, 카드수수료 개편도 서둘러 마무리됐다.

이후 카드 거부 운동은 유행처럼 계속됐다. 2월 신한카드, 3월 삼성카드, 6월 롯데카드까지 카드사들은 자영업자들의 항의에 줄줄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600만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사 카드를 거부하면 바로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카드 거부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영업자들의 요구도 ‘대형가맹점 특혜 금지’, ‘여전법 조기시행’ 등이 전부였기 때문에 ‘카드사 겁주기’라는 비난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 6월 롯데카드 거부 운동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주장이 애초에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질책을 받았다.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진행됐을 뿐 잘못된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라는 자영업자들의 태도는 다소 무책임해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쉬지 않고 다음 카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대형가맹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카드사들에게 대형가맹점 특혜중단을 외쳤던 것에서 대상을 바꿔 ‘슈퍼갑’ 대형가맹점에게 그간 카드사들을 압박해 얻은 특혜를 이제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과 그간 충분한 대화로 이제 그들의 입장을 다소 이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계속된 조급한 행동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오는 4일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안 발표를 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불매운동을 진행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금융당국은 이번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대형가맹점과도 충분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형가맹점이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연간 1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그간 카드수수료 대형가맹점 결정사항에 있어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부분이 지적돼 온 만큼 이번 개편안은 현실적인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잦은 자영업자들의 실력행사는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특히나 지난 세 번의 자영업자들의 카드 거부운동이 ‘액션’ 없이 끝난 것은 더욱 이들의 실력행사가 우려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생을 위한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겁주기에서 이들이 행동이 끝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웃음을 살 뿐이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선 숨 고르기가 필요해 보인다. 주의를 잘 살핀 후 ‘제대로 된 한방’을 날리는 것이 잦은 ‘어필’보다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