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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부자는 스스로 되는 것'? 부자들은 안 믿어

부동산예찬론·머니게임 뼈에 새긴 '한국부자'…'진입 장벽↑'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02 14: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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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부자들에게도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여전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집에 대한 애착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자들은 많은 금융기관을 사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은행을 선호하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증권회사와 저축은행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중의 부동자금 현상과 예금회전이 잘 되지 않는 상황, 부동산 시장의 향후 패턴 등을 가늠해 볼 지표 중 하나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2일 KB금융지주 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의 부자의 이모저모를 분석한 '2012 한국 부자 보고서'는 2011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을 부자의 기준선으로 일단 설정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이 향후 목표로 하는 자산 규모의 평균은 평균 237억원(중앙값 100억원)이며, 현재 평균 자산은 144억원(중앙간 47억원)이다. 평균 자산의 현재 수준에 비해 많은 돈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자들이 우리 사회의 부를 장악한 계층임을 알 수 있다고도 요약 가능한 부분이다.

부동산에 대한 불패 신화 굳건

보고서에서 부자들의 자산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읽어 보면,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총자산의 58%를 부동산으로 보유할 만큼 부동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부자들의 앞으로 유망한 투자 대상 1순위로도 국내부동산(30%)을 꼽아 국내주식(19.8%), 예적금(12.3%)에 비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방 부자에 비해 서울과 수도권의 부자들 중에는 지난 1년간 부동산자산 감소를 경험한 사람이 많아 향후 부동산투자 의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도표 전체적으로 보면, 부의 규모가 커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연령대 분석을 해 봐도 젊은 부자들도 50대나 그 이상처럼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증식 수단 판단) 생각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연령별 목표 자산 축적 방법을 보면, 40대 이하에서 부동산투자는 25.%의 비율로 1순위 수단으로 꼽혔다. 이는 50대의 24.2%보다 오히려 높은 것이라는 점에서 두드러짐).

다만, 이들은 부동산 투자 대상은 상가·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해 시세차익보다 정기적 임대소득에 무게를 두는 투자행태가 두드러진다.
   
부자들은 부동산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보고서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부의 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을 크게 선호하며 이 표와 같이 자산관리 관심사면에서도 이런 패턴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여러 곳 거래, 은행에 대한 선호 눈길 '당분간 묻어두자'

한국 부자들의 총자산이 평균적으로 부동산 58.0%, 금융자산 35.2%에 기타 6.8%로 구성된 가운데, 포트폴리오 변화와 전망에 대해서 금융자산과 관련해서는 현금 및 예적금을 선호하고, 현금성 자산(MMF 등)에 대한 증가 의향도 높다.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대신 당분간 안정성을 위주로 가자는 속내가 읽힌다.

한국의 부자들은 평균 7.5개의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향후 거래 의향을 보면 은행에 대한 거래 증가 의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권사나 저축은행과의 거래는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이는 대선이 금년 연말로 다가오고, 국제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 자산을 사용 가능한 형태로 쟁여두는 방식으로 금융을 활용하자는 생각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정권이 어느 쪽으로 가든, 내년에 경기 사정이 변하고 투자 여건에 민감한 요소가 발생하는 경우 바로 금융자산을 부동산 등으로 이동시킬 여지가 적지 않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부자 느는 속도 더뎌져, 부자 반열 들면 일단 그들만의 '머니 게임'?

한편 연구 결과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의 부자들이 더 이상 크게 늘지는 않을 조짐이 엿보인다는 부분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국민은행 자료 등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전국의 부자 수는 2010년 13만명에서 2011년 14만2000명으로 8.9%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연속 20%대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증가폭 둔화의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금융 변동성 확대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부의 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에 대해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부자가 되기 위한 입구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환경 변화가 '뉴커머(신규 진입자)'들에게 새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로 보인다. 이는 결국 부동산 투기를 통해 누구나 부자가 될 공식은 공개돼 있었다는 과거와 달리, 이제 이너 서클이 형성되고 굳어져 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보고서를 요약하면 "큰 부자는 하늘이 내도 작은 부자는 스스로 만든다"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트렌드에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자수성가로 부를 획득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엑스레이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 일단 부자의 반열에 든 사람들은 부동산을 통한 증식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머니 게임으로 부를 불리는 '부의 집중' 역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