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몰아닥친 가뭄 여파로 곡물 가격이 오르며 마른 대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하반기 반짝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까지 이어져 애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통화 완화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8일 미국 북부지역에 비가 내려 가뭄 갈증이 약간 해소되면서 수급 부족 우려는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해갈에는 모자란 강수량이고 미국 동부지역은 강풍과 살인적인 폭염을 겪고 있어 애그플레이션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곡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 등 통화 정책을 가로막을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질수록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달 3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물 가격은 0.3% 하락했으나 소맥(밀)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5% 상승한 부셸당 7.4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대두 11월물 가격도 1.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7일 이후 최고수준으로, 소맥 가격은 올 3월 말 부셸당 6.6달러에서 5월 말 6.44달러로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옥수수 곡창지대인 미국 중서부에 이상고온을 동반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그대로 옥수수값에 반영되고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도 가뭄이 들어 작황이 나빠지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
우리나라도 주말 내린 비로 대지가 어느 정도 갈증을 풀었지만 이는 농사에 한정되며 논농사에는 한참 부족한 강수량이라는 게 농업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무엇보다 가뭄 리스크는 당연히 음식료 업종에 직접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곡물 가격은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음식료업체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4분기부터 음식료업체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2일 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6~7월 가뭄은 통상적으로 연중 어느 때보다 곡물 작황에 치명적"이라며 "8월 이후 가뭄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9~10월에는 공급 감소가 불가피해 농산물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애그플레이션 우려와 농산물 가격 상승 지속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손 연구원은 "현재 곡물 가격은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난 2010년 하반기 수준은 아니다"라며 "당시 수준에 이르려면 향후 20~30% 이상 올라야한다"고 관측했다.
동양증권 이석진 연구원도 "전주 주요 자산시장에서 승자는 오랜만에 원자재가 차지했다"며 "특히 밀과 옥수수 가격은 두 자리 수의 높은 상승률 보이면서 단숨에 연초대비 수익률도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경기와 상관없이 글로벌 기상악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서 기인한다"며 "한국도 세계도 가뭄 걱정은 같은 상황이나 수요중심이 아닌 공급충격 우려에 따른 가격상승의 지속기간은 대체로 길지 않다"고 부연했다.
다만 같은 증권사 조병현 연구원은 "아직 농산물값 상승에 강하게 베팅하는 흐름이 아닌 만큼 추가 급등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아직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글로벌 가뭄이 장기화할 수 있어 곡물 가격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