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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스페인, '지원 얻어내기 전쟁' 아직 안 끝났나

[유로존 긴급대책, 반응과 향후 전망] 세부안 마련·영국 은행권 위기가 고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01 15: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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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 경제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6월29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해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이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증시가 이번 합의에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 같은 반응을 보인 점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붕괴할 경우 유로존에 닥칠 파장은 그리스와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실제로 이번 발표의 최고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최고 수혜자인 이들이 최종적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며, 갈 길은 여전히 먼 것으로 보이는 징후도 적지 않아 관심을 끈다. 대마불사라서 일단 돕기는 했지만, 이번 지원을 고비로 유로존이 이들에게 끌려가기만 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반색, 하지만…

정상들은  "효율적인 단일 감독 메커니즘이 확립될 때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역내 은행들에 직접 자본을 확충해 주는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선언하고  아울러 "유로지역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강한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특히 "EFSF·ESM을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큰 의미가 있는데, ESM이 지원한 국가가 디폴트를 맞게 될 경우 ESM이 해당국의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보다 우선해 자금을 상환받는 지위를 갖느냐에 관한 사안에서, 지난 번 그리스 사태 당시와 같은 논쟁거리를 차단한 규정으로 풀이된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결정 내용들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몬티 총리는 "유럽과 유로존 장래에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며 "이탈리아에는 두 배의 만족"이라고 반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은행 자본확충 지원이 정부를 거칠 경우 결국 정부부채 비율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EFSF 등의 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을 요청해 이슈가 됐다.

앞서 유로존은 스페인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최대 10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EFSF 등의 자금이 일단 정부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위기를 막으려면 EFSF·ESM 등의 은행 직접 지원 또는 국채 매입 허용 같은 즉각적인 금융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독일 메르켈 총리 타격? 독일 국민 부담 안 클 것 반론도 

이에 관련 독일이 그간의 강경한  입장을 꺾고 많은 양보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독일 일간 빌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됐다. 이들은 앞으로 구제금융을 받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년간 계속된 위기 속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메르켈 경제 철학의 후퇴나 패배로 전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단 이번 코뮤니케 발표 이후 독일 정치권 일각의 불평에도 메르켈 총리는 "유럽 구제금융을 위해 독일이 더 내야하는 돈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 매체인 텔레그래프 온라인판도 6월30일 '이탈리아,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 승리까지는'이라는 의미심장한 기사를 내보냈다. 급한 불을 껐고 원하는 바를 얻은 것으로도 보이지만, 실제 해결책이 세부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아직 미지수인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기사는 일단 볼프강 쇼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ESM 확충에 명확히 반대한 점을 주목했다. 지금의 규모만으로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다. 또 이번 코뮤니케에서 정상들은 "EU 집행위원회가 곧 단일 (은행)감독 메커니즘 방안을 정상회의에 제안할 것"이라며 "정상회의가 이 제안을 올해 연말까지 긴급 사안으로 고려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는데 이의 현실화 가능성도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스페인 국채매입 '부채 화폐화 논쟁 재점화', 영국 은행 불안도 문제 

더욱이 스페인은 국가를 통한 지원 없이 EU쪽 자금이 자국 은행을 돕기를 바라고 있는데, 근래 발행되는 스페인 국채 중 상당 부분을 스페인 은행들이 사들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6월7일 뉴욕타임스 보도)인데, 이렇게 스페인이 국채는 국채대로 발행하고(그 중 상당액을 은행들이 떠안고) 자국 은행은 유로존 자금 지원을 받게 하는 것(이번 합의로 이런 구조가 일단 용인된 셈이기도 한데)은 '사실상 국채를 화폐화하는 것'이라는 의혹과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부채의 화폐화 문제는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경제 구조에서는 금기시되며, 이런 맥락에서 이번 구조이 조치는 도덕적 해이 논란과 폭탄 돌리기 부담이라는 난제를 안게 된 셈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난관에 봉착할 또다른 이유로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은행 위기가 때마침 겹친 점을 든다. 이번 은행 위기는 단순히 바클레이 등 일부 은행의 추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차입금리 스캔들과 관련, 영국 은행권이 경영 시스템이나 기업 문화 측면에서 위기상황에 직면해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킹 총재의 지적처럼 "은행 보유 자산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대출 기능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은행업의 대차대조표상 규모는 1년 GDP의 4.5배에 달하는 기형적으로 큰 구조다. 이 분야가 흔들릴 경우 주변국 경제 특히 은행 등 금융망에까지 파급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번 유로존의 대책 마련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 주변 지원사격이 절실한데, 이것을 이끌어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도움을 이끌어 낼 노력, 특히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긴축 등 진정성 표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긴축 없는 지원은 불가'라는 메르켈식 기조는 일부 양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배제되기 어려울 것이며, 이 이념을 안고 제대로 반영하는가의 여부가 이번 발표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