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코칭칼럼] 관계의 기본: 공기의 색을 조심하세요

홍일택 기자  2012.06.29 15:30:45

기사프린트

지금부터, 공기의 색을 보라색으로 바꿔놓고 시작해 보자.

필자에겐 남동생이 있다. 동생의 특성을 쭉 나열하자면, 남성, 네 살 차이, 까무잡잡한 피부, 생활이 불규칙적이고 끼니를 제대로 안 챙겨먹는 녀석. 밤엔 불을 끄고 잠에 들지 못한다. 공포증이 있단다. 툭하면 쉽게 화를 낸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다가올 상처나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로 보이는데, 이 녀석은 항상 모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라도 하듯 인상을 찌푸리고 다닌다. 연약한 자신을 보호하려 겉에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마냥….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필자와 동생은 둘도 없는 형제였다. 잠도 한 침대에서 자고, 서로에게 비밀도 마시거나 청춘만화에서 친밀하고 ‘쿨’하게 그려진 형제의 상이 딱 우리와 같았다.

고등학교 진학 후, 필자는 학업에 열중하며 자연스레 동생과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대학 진학 후에는 집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군대에 가 있을 동안엔 동생이 뭘 하고 다니는지 조차 몰랐다.

제대 후, 바뀌어버린 집의 분위기를 알아챘다. 동생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낮에는 방문을 꼭 닫은 채로 잠에 들어있었고, 밤이면 그제서야 옷을 갖춰 입고 나갔다. 아침 7시쯤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할 때가 되서야 그 녀석은 들어왔고, 옷에선 담배 절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대화를 시도하려 하면 여전히 고슴도치가 되어 방문을 닫았다. 어머니는 신경이 쇠약해질대로 쇠약해 지셨고, 아버지는 일에 대한 의욕을 잃으셨다. 필자는 방어기제로 무관심을 택했다. 집보단 외부 업무에 열중하며 자존감을 지켜나갔다.

우리집은 짙은 보라색이었다. 어둠과 혼돈이 공존했고, 정상적인 삶이 뭔지 찾기 힘들었다. 심리학엔 ‘점화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분위기에 동조되는 경향이 있다는 개념인데, 쉽게 말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자신도 즐겁고, 슬퍼하면 자신도 함께 슬퍼하게 된다는 것이다.

굳이 과학적 증명 없이 쉬운 예로도 이 개념의 반증이 가능하다. 축구경기장이나 야구경기장 한 가운데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해 함께 응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대로 장례식장에 있는 경우는 숙연한 마음으로 우울한 감정을 갖게 된다. ‘슬픔’과 ‘기쁨’ 등의 감정은 분위기에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다. 이 감정은 개인의 행동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동생을 위해 해결책을 찾던 우리 가족은 이 분위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전환점을 모색했다. 그러던 도중, 진척이 없던 문제에 해결책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생 자체의 색은 분명 짙은 보라색과 검은색이었지만, 집 안의 공기를 짙은 보라색으로 만들었던 건 우리 가족의 영향이 더 컸다는 점이다.

우린 동생을 구박하고, 변화를 강요하고, 실패에 좌절했다. 코칭이 뭔지를 몰랐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길 ‘강요’ 했고 그렇게 중요하다던 ‘경청’도 그저 문제점을 파악하고 변명의 돌파구를 막기 위한 조사수단에 불과했다. 때문에 집 밖의 새하얀 공기를 보기 위해 동생은 집을 피해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코를 풀었을 때 묻어나오는 새까만 색을 보고 우리는 “공기가 오염됐다”라 하지 않는가. 우린 동생을 위해 공기의 색을 햇볕 드는 노란색으로 바꾸기로 했다. 너무 따뜻해서, 가시옷을 스스로 벗어던지도록.

어머니는 불굴의 의지로 안양과학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셨고, 사회복지학을 배우시며 동생의 보호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동생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나는 동생과 가장 가까운 세대로서 고민을 들어주며 진로상담을 한다.

‘누군가의 노력’,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동생이 보는 집 안의 공기도 환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숨이 막히지 않았는지 요즘 동생의 방문은 활짝 열려있고 불편한 표정으로 자신을 감싸던 가시옷도 더 이상 없다.

우리는 같은 노란색 공기를 마신다. ‘공기엔 색이 있다.’라는 사실도 다 알기 때문에 더 이상 화를 내거나 무관심을 갖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애써 만들어 놓은 노란색 공기를 다시 어두운 색 공기로 바꾸기 싫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난은 견딜 수 있어도 외로움은 쉽게 견디지 못한다. 공기만큼이나 우리 삶을 무의식적으로 지탱하게 해주는 게 바로 ‘관심과 애정’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타인의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화를 내고, 무시하고, 억압하는 와중에 생긴 검은색의 공기는 나 자신을 비롯해 상대방을 둘러싸고 우리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코칭에서 강조하는 경청과 칭찬, 긍정적 사고는 밝은 색의 공기를 형성하고 웃는 얼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위함이 아닐까.
 
   
 
누구나 밝은 세계에서 웃기 위해 문제 해결을 원하는 것이지, 어두운 공기에 둘러쌓여 숨이 조이는 상황에 처하기 위해 문제해결을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홍일택 / 20's Networks 대표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중 / 서울시 청년 CEO 클럽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