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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손 내밀고 손잡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6.29 15: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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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예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날개 벽화’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선한 감탄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외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예쁜 벽화가 그려진 이런 동네가 있구나’ 필자 역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곤 시간이 제법 흘렀고, 얼마 전 문득 생각이 다시 나 이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서울 미아동에 위치한 ‘도봉세무서 벽화거리’입니다. 

색색별로 화려한 수를 놓듯 펼쳐진 그림들이 무척 많았는데요, 그중 특별히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벽화가 아니라 동상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뒷모습이었죠. 할아버지는 무거워 보이는 수박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은 손녀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동상을 발견하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모습인 줄 알았는데, 동상이라니…. 생동감 넘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실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것도 도로 위에 떡 하니 있으니 정말 실제 같았죠.

이곳 미아동 도봉세무서 뒤편에 자리한 벽화거리는 2009년 7월에 오픈한 문화특화거리입니다. 150m 거리에 조각품, 벽화 등 약 60개의 작품이 설치돼 있죠. 주로 가게와 공장 등 기존의 거리 풍경에 맞춘 하나의 볼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동상에선 마주잡은 ‘손’이 그날따라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할아버지를 향해 뭔가 조르는 모습에 간절함마저 묻어나서였습니다. 

손은 사람의 신체 중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부위입니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이뤄진 손은 수많은 모습으로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하는 도구로 활용되죠. 손으로 웬만한 표현은 다 할 수 있습니다. 수화도 있듯이 말이죠.

언어에서도 ‘손’을 이용한 표현이 참 많네요. ‘손을 잡다’ ‘손을 떼다’ ‘손을 씻다’ ‘손대다’ 등이 있고요, 단어도 많습니다. ‘손찌검’ ‘손놀림’ ‘손버릇’ ‘손도장’ ‘손칼국수’ ‘손수레’ ‘손수’ ‘손장난’…. 

동상의 할아버지와 손녀가 잡은 손을 보면서 ‘손을 잡다’는 의미가 새삼 와 닿았습니다. ‘손을 잡다’라는 속담은 ‘손과 손을 마주잡다’, ‘서로 힘을 합해 함께 일하다’,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다시 친숙해지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 선상에서 볼 때 ‘손 맞잡기’는 ‘친근함’과 뜻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손을 먼저 내밀고, 또 그 손을 잡는 행위. 화해와 사랑의 표현이겠는데요, 동료, 이웃에게 먼저 손 내밀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에 아주 아름다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