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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가난하다고 주장하는 대선후보들

김두관 경남도지사 재산 7887만원으로 가장 궁핍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6.28 1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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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국의 희극 그룹 몬티 파이튼의 촌극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네 명의 요크셔맨'이다. 턱시도를 입고 시가를 피우는 네 명의 명사가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서로 자기가 더 힘든 시절을 겪었다고 뽐내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네 사람 중 한 명이 "방 하나에 26명의 가족과 함께 살았다"고 운을 떼면, 다른 한 명은 "당신은 방이라도 있었지. 우린 복도에서 살았다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린 복도에서 사는게 꿈이었는데… 쓰레기장에 있는 낡아빠진 물탱크 안에서 살았거든. 매일 아침 썩은 생선이 우리 위로 쏟아지는 통에 잠을 깼다"고 읍소한다.

그러자 마지막 한 명이 말한다. "내가 '집'이라고 말하는 건 땅바닥에 구멍을 파고 방수포로 덮은 것이었어. 그래도 우리에겐 집이었지."

우스개소리지만 이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진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12월 대선을 앞둔 대선후보들도 다르지 않다. 어린시절의 가난을 정말 자랑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같이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가난한 대선후보 많은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가운데 '스토리텔링'이 가장 뛰어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여러 차례 "가난한 시골 농부로 태어났다"면서 "정규 학교도 못 다닌 빈민 노동자 출신의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을 배우고 있다"고 얘기했다.

가난한 남해 갯마을에서 태어나 전문대, 지방대를 졸업하고 이장과 군수, 장관, 도지사 자리까지 오른 김 지사는 부모, 형제, 자매, 심지어 아내까지 모두 시민인 뼛속까지 서민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살아온 삶도 그리 녹록치 않다.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홀어머니 밑에서 10남매와 함께 자란 손 고문은 어린시절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정세균 전 대표 역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대기업 쌍용 출신으로만 알려져 있어 황당하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실제 정 전 대표는 중학교도 잘 다니지 못하고 농사일을 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결국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검정고시로 때우고, 고등학교는 공고에 갔지만 공부를 잘해서 고려대 법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돌보는 자선사업가가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뭔가 사연이 있음직한 언사다.

조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도시 빈민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자갈치시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4형제를 키웠고 내가 셋째였다. 어릴 때 너무 가난해 학습지 살 형편도 못 됐다. 그때 어렴풋하게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터득했다"고 힘줘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최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날선 발언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문 고문은 2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 전 위원장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면서 제가 가난으로 고생할 때 박 전 위원장은 청와대 공주처럼 사셨고, 제가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시기에는 독재권력 핵심에 있었다"고 꼬집은 것.

◆부자정당 새누리당도 '가난' 콘셉트?

여당 대선 후보들도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아예 "가난한 대통령이 행복한 국민을 만들겠다"며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을 대선 콘셉트로 잡은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전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나는 구산동에서 대통령이 돼 다시 24평의 구산동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가난한 대통령이란 부에서의 가난함만 말하는 게 아니라 권력에 있어서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권력으로부터 손을 놓아야 국민이 행복하다. 개헌안이 마련되고 그대로 국가 틀이 갖춰진다면 임기를 2년 단축해 3년만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지난 16일 tvN 'SNL코리아2'에 출연, "청와대를 개방해서 박물관으로 만들고 대통령도 지하철을 타고 자기집에서 출퇴근하겠다. 대통령 권력을 작게 갖고 국민들은 행복감을 크게 하고 싶다. 가난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여권 대선 후보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스스로를 '서민'이라 말할 정도로 서민과 맞닿은 삶을 살아왔다. 경북 영천의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7남매 중 여섯째로 넉넉지 않은 살림 탓에 누나와 형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김 지사만큼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 어려운 살림에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선 후보들의 실제 재산을 살펴보니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7887만원으로 여야를 통틀어 제일 가난했다. 이어 손학규 상임고문이 2억8264만원, 정세균 상임고문이 26억8796만원인 것으로 알려졌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2008년 기준으로 8억2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4억4443만원으로 보유 재산이 가장 적었고, 7억7384만원의 이재오 의원이 뒤를 이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 딸 치고는 적은 수준인 21억1800만원이었으며, 정몽준 전 대표는 잘 알다시피 현대중공업 오너로 2조227억원의 거부다.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난했음을 지금도 가난함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을 두고 '서민인 척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검증하는 것은 진짜 서민 유권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민인 척 놀이'의 진정성은 유권자만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