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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코칭, 그 아름다운 동행

오정근 코치 기자  2012.06.28 14: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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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일화다. 용인에 위치한 그룹 연수원은 현대그룹 가족 휴양지이기도 했다. 휴양지에는 동물원에 있을법한 커다란 조류장과 목장 등이 있었다. 45만평에 대한 총괄관리책임을 연수원장이 맡고 있었기에 정 회장이 휴양지에 들르면 원장은 부리나케 수행을 해야 했다.

정 회장은 늘 현장을 직접 관찰하며 이것저것 물었다. 어떤 걸 물을지 모르기에 항상 긴장했다. 엘크와 꽃사슴을 비롯해 공작새, 꿩, 오리, 호로조 등이 몇 마리씩 있는지 늘 외우고 다녔다.

어느 날 정 회장은 목장을 향해 가면서 원장에게 “젖소가 몇 마리 있나?”하고 물었다. 원장은 “예, 스무 네 마리 있습니다”하고 얼른 대답했다.

정 회장은 “그럼 암소는 몇 마리야?” 하고 다시 물었다. 원장은 암수 구분해서 암기하지 않았기에 그 질문에 당황해 하면서 짐작으로 “…예, 열 두 마리입니다”고 대답했다.

정 회장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젖소가 전부 암소지 숫소가 어딨어?!”

현장 파악의 꼼꼼함을 요구하여 정 회장이 던진 질문이라 짐작해본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늘 질문을 했다. 질문을 통해 ‘안다’의 범주를 깨닫게 했다. 질문을 던져 모르는 것이 무언지 일깨워줌으로써 스스로 지식을 채워 넣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른바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했다. 연수원장이 질문을 접하자 비로소 얼만큼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깨닫게 된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동양에서는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가르친다(teaching)’는 개념을 사용했다. 지식을 갖춘 선생이 가르친다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끄집어낸다(ex+duce=education)’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원래 완벽한 지식을 지닌 생명의 혼이 몸을 빌어 태어나기 직전 망각(레테)의 강물을 마시는 바람에 모두 잊었다 한다. 따라서 잊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질문이라는 거다. 코칭도 고객의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낸다. 마치 마중물과 같다.

소크라테스의 엄마는 산파였고, 아버지가 석공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웃집에 어제까지 없던 아이가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겨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하면 엄마는 “그 아줌마 뱃속에 원래 아이가 있었는데 엄마가 꺼내어 아이가 나온 거야”하고 답을 해주었다.

지난 번까지 없었던 돌 사자상이 나타난 걸 보고 묻자 그의 아버지는 “원래 돌 속에 사자가 들어 있던 것을 아빠가 도와주어 끄집어 낸 것이란다” 하고 답을 해주었다고 한다. 뭔가 ‘꺼내어 돕는다’는 개념은 코칭의 기본 철학이다.

   
 
지식을 끄집어낸다는 개념 안에는 인간존재의 완전함을 받아들인다. 인간중심의 사고다. 그래서 좋다. 사람을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고 채워나간다고 보는 동양의 접근과는 다르다. 필자가 코칭의 매력에 크게 빠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족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면 굳이 고객에게 질문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코칭은 아름다운 동행이다.

오정근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기업체 전문강사 / 심리상담사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