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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패션업계, '백설공주'처럼 줄리아 로버츠만 믿었는데…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6.27 15: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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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현대판 '백설공주'가 개봉했다. 동화를 각색한 영화인데, 영화 '귀여운 여인'으로 유명한 줄리아 로버츠가 악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왕이 미모에 눈이 멀어 새 왕비(줄리아 로버츠)를 맞이한다. 이후 왕은 왕비의 마법에 걸려 숲 속 괴물로 변한다. 오직 미모만이 관심사인 왕비는 몸치장에 국고를 쏟아 부었고 왕국은 결국 파산위기에 처하게 된다. 백설공주는 구박받으며 살던 중  궁전 밖 백성들의 생활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잠행에 나섰다 왕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그렇듯 권선징악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조금 다르다. '백설공주'는 개봉을 앞두고 '줄리아 로버츠가 생애 첫 악역을 맡았다'며 관객몰이에 나섰다. 줄리아 로버츠의 악역변신에 홍보·마케팅 중점을 둬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자 한 것. 하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동화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배급사 측에서도 특별함 없는 무미건조한 내용만으로는 흥행이 안 될 듯하니 줄리아 로버츠를 앞세워 그 인기에 기대고자했던 심산 아니었을까.

이 같은 비슷한 일들은 패션업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용이 대표적이다.

콜라보레이션(협업)이란, 연예인이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예술에 일가견 있는 연예인의 기존 작품을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크리에이티브 디텍터는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판매 등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총괄 디자이너를 의미한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이 같은 연예인 콜라보레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용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앞서 배우 박시연이 SPA브랜드 터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바 있다. 서인영과 현아도 각각 제일모직 니나리치와 스파이시칼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직접 제품 콘셉트 기획부터 디자인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선보였다.

연예인이 콜라보레이션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브랜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참여한다고 해서 모두 호감을 얻고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연예인이 제품 기획력이나 디자인 등 패션에 관심이나 관련 자질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직 연예인의 인기만 믿고 기용하는 것은 자칫 안 하니만 못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능력이 안 되는 연예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뽑아놓고 제대로 된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 바에야 차라리 광고모델 계약을 맺어 브랜드 이미지나 제고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겠나. 

최근 리복이 박진영과 콜라보레이션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을 보면서 염려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향후 구체적인 콜라보레이션 계획이나 목표 등 사업추진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인기에 기대려는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다. 콜라보레이션 진행발표 자체가 화제가 됐는지는 몰라도 향후 성과물이 현재의 인기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이는 비단 리복만의 일이 아니다. 패션업계 전체가 한번쯤 되짚어 봐야할 일이라 생각된다. 연예인의 인
   
 
기에 무작정 기댔다간 한순간에 망하기 십상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줄리아 로버츠 인기만 믿은 영화 '백설공주' 흥행실패 사례처럼.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예인과 협업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인기,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패션브랜드는 콜라보레이션 할 연예인의 자질과 능력을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