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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텅텅 빈 VIP룸…청소노동자 쉴 곳은 없나요?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6.27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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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2월 서울은 유난히 추웠다. 강원 산간지역도 아니건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지며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런 와중에 대부분 고령으로 구성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바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일방적인 대학측의 재계약 거부에 170명이 무더기 해고를 당하자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 49일간 교내 점거농성을 벌였던 것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은 초반 부당 해고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발견된 그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주 50시간 근무에 월급 75만원, 점심값 300원. 이것이 새벽부터 나와 일하는 그들의 대가 전부였을 뿐 아니라 마땅히 쉴 공간조차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은 대학이라는 거대집단과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대학은  청소노동자가 홍익대 건물을 점거하고, 해고 농성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이 이를 기각했지만 다시 항소하며 맞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오늘도 뙤약볕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청소노동자 문제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교내 청소노동자들에겐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열정을 지닌 젊은 대학생들이 편에 있었다. 같은 목소리를 낼 일정 규모 이상의 동료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건물 하나 또는 일정 구역을 맡아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에겐 이러한 목소리조차 박탈당하기 십상이다.

증권사 혹은 금융권 공공기관을 오가다 보면 고령 청소노동자들들 쉽게 마주친다. 그들 역시 쉴 곳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을 목도하곤 한다. 화장실 뒤편 작은 공간에 종이박스를 깔거나 청소도구 정리칸을 이용, 먼지 가득한 청소도구 속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다.

물론 내부 규정상 근무시간 내 휴식을 취할 수 없을 수 있다. 혹은 용역업체에서 고용된 파견 직원일 경우 공공기관 측에선 크게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30도가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살을 에는 듯한 에어컨 바람 가득한 VIP룸은 텅텅 비워놓으면서 청소노동자들에겐 쉴 자리 한 칸 마련하지 않는 태도는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증권사 및 금융권 공공기관은 최근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의 행사가 이처럼 아름다웠으며,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사랑 넘치는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 가
   
 
장 가까운 이웃부터 챙기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다. 밖으로 보이기 위한 활동이 아닌 ‘알고도 모른척’ 눈 감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금융기관은 해마다 고액연봉으로 주목 받고 있다. 물론 바늘구멍 같은 취업과 치열한 경쟁 속에 쟁취한 결과물이지만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도 크다고 여기는 것이 요즘의 추세 아닌가. 약자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