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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어제는 거의 사람이었주…”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6.27 13: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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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술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경찰청이 나서 ‘주폭 근절’을 고래고래 강조하는 마당에 이 무슨 반동인가 싶겠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요. 얼마 전 부서 회식 자리에서 야심차게 제조한 소맥(소주+맥주 폭탄주)잔이 왠지 섹시해서 인증샷까지 남겼을 정도입니다.

   
 
최근 A출입처 모임에서 만취한 2년차 여기자가 타 매체 선배 여기자에게 ‘불꽃 싸다구’를 날리고도 필름이 끊긴 척 연기를 해 빈축을 샀다든지, B매체 데스크 회식 자리에서 얼큰하게 취한 부장급 간부들이 맥주병을 휘두르는 활극을 벌였다든지 등등 술을 둘러싼 사건사고 소식에 기자들도 어수선하답니다. 이런 막장 스토리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으려면 술을 이기는 연습이 필요한데 말이죠.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오전 7시와 11시, 오후 7시와 11시로 나눠 각 시간대별 음주 후 신체 반응을 측정한 결과 오후 7시경에 시작한 술자리에서 만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차피 퇴근 이후 잡히는 술자리가 대부분이니 시간대를 조절하기 힘들다면 최대한 술이 덜 취하는 환경을 고르는 게 유리하겠지요.

연구센터에 따르면 △최대한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가능한 대화를 많이 하면서 마시는 게 좋고 △흡연은 산소 결핍을 유발하므로 피하는 게 만취 실수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또 △술과 함께 물을 열심히 마시는 것도 중요한데요.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섭취한 양의 10배 정도의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네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술은 음료로서 가장 가치 있고, 약으로서 가장 맛있으며, 음식 중에서 가장 사람을 즐겁게 한다.”

실제 세계적인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이 바로 규칙적인 음주입니다. 20세기 최장수 노인으로 꼽히는 그루지아 출신 장 드브나씨의 경우 140세의 장수를 누렸습니다. 할머니는 직접 담근 포도주를 하루 5잔씩 꾸준히 마셨다고 합니다. 101세를 일기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친도 매일 런던드라이진을 여러 잔 마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121세에 사망한 프랑스 출신 잔느 칼망 여사 역시 매일 와인을 7잔씩 마셨다고 하네요.

주취 폭력자를 양산하는 필요악에서 장수마을의 숨겨진 묘약까지, 술의 면면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술의 상냥한 얼굴만 조우할 수 있는 현명한 술자리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 몫이라는 점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