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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10대 이슈] 업계 들썩일만한 이슈 없었다지만…

[상반기 결산] 가격인상·시장판도 변화에 한·미 FTA 등 대내외적 환경변화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6.26 17: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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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 상반기 식품업계는 비교적 무난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대표 골칫거리인 '이물 사고'와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 등 식품업계를 들썩일만한 큰 사건사고(?)들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단순히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체감도일 뿐이다. 실제론 가격인상과 담합 등 내부적인 이슈 외에도 한․미 FTA 발효와 美 광우병 발생 등 외부적인 문제들이 많았다.  

상반기에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그만큼 업계 안팎으로 체감한 분위기는 잠잠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시장경쟁 과열, 해외진출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과 대내외적 악재가 이 같은 이슈들보다 부각되며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를 침체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식품업계의 이슈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상반기 식품업계 10대 이슈를 꼽아봤다.

[1] 3월15일 0시 한·미 FTA 발효

우선, 올해 상반기 식품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발효다. 지난 3월15일 0시를 기해 한·미 FTA가 발효되며 미국산 수입품의 관세가 철폐됐다. 이에 따라 미국산 농수산식품 관세도 철폐됐거나 품목에 따라서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설탕과 밀가루 관세 인하로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식품업계의 원가절감 효과가 예상됐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가가 유동적이고 유통망이 다변화돼 있어 관세 인하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설탕과 밀가루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 라면 등 가공식품에 한·미 FTA 발효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농축수산업계의 경우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며 미국산 쇠고기 및 돼지고기의 가격이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국내산 축산물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며 피해를 입고 있으며, 관세 인하가 지속되며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한·미 FTA가 식품업계와 농축산업계 등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미국산 수입품을 낮은 가격에 접하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렌지, 체리 등 관세가 철폐된 미국산 과일의 가격이 인하됐고 와인도 가격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2] 美 광우병 발생, 검역중단․현지조사 논란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목장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농수산식품부는 수입검역 중단 조치를 검토했으나 해당 조치 대신 수입제품 전량 개봉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대응수준을 하향 조정하며 국민들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민관 합동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음에도 불구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은 방문조차 하지 못한 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반쪽조사 논란이 들끓기도 했다.

   
농심 제주 삼다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주목된다.
[3] 삼다수, 새 유통사업자 선정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도개발공사)가 삼다수 유통사업자인 농심(004370)에 유통 계약 해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된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의 대립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입찰에 대한 조례 개정을 근거로, 농심의 삼다수 유통사업자 지위는 지난 3월14일부로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심은 조례개정을 명분으로 계약을 강제 종료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맞섰다. 농심은 △조례 무효확인 소송 △조례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삼다수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 △입찰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은 인용됐으나 제주도개발공사·제주도지사가 항고하며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조례 무효확인 소송(본안소송) 결과는 오는 27일 선고될 예정이다.

한편, 이 가운데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3월 공개입찰을 통해 광동제약(009290)을 삼다수 새 유통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제주도지사의 소송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사업전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4] 국내시장 포화…베이커리 해외진출 잇따라

   
지난 3월 현지에 진출한 파리바게뜨 베트남 1호점인 까오탕점.
동네빵집 몰살 위기에, 기존 가맹점 영업지역 보호를 골자로 하는 '제과∙제빵 분야의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 마련 등으로 국내 베이커리 사업전개가 어려워지면서 베이커리 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포화를 예상하며 10년전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했던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이미 지난 3월 글로벌 100호점을 오픈하며 2015년 20개국에 1000개 매장, 2020년에는 60개국에 3000개 매장을 오픈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 2위 CJ푸드빌 뚜레쥬르도 올 상반기 베트남과 중국에 매장일 잇따라 오픈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뚜레쥬르는 6월 기준 미국 18개, 중국 11개, 베트남 15개, 필리핀 2개, 인도네시아 2개 등 총 48개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 중이다.

[5] 오리온 오너·경영진 '비자금 조성' 오명      

상반기 식품업계 중 가장 이슈가 됐던 업체는 단연 오리온(001800)이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지난해 회삿돈을 자택관리비, 외제차 리스료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올해 초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구속됐던 前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경민씨도 석방되며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조경민 전 사장이 과거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던 당시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가 또 드러나면서 오너와 경영진의 비도덕적 경영이 세간의 지탄을 받았다.

[6] 면&커피 등 가격인상

식품업계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가격인상이다. 역시 올해 초부터 가격인상 이슈가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철회한 풀무원식품이 생칼국수, 스파게티, 냉장면 가격을 인상했다. 또, 4․11 총선을 전후해 동원F&B(049770)와 오뚜기(007310), CJ제일제당(097950)도 죽, 참치캔, 냉장면 등 가격을 올렸다. 커피 가격도 잇따라 인상됐다. 던킨도너츠가 커피값을 올린데 이어 스타벅스커피도 커피 등 음료 가격을 인상하며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졌다.

   
흰국물 라면의 원조격인 팔도 꼬꼬면. 흰국물에 이어 일본식 돈코츠라멘을 흉내낸 갈색국물 라면이 등장하는 등 빨간 국물 일변도의 라면 시장에 색깔 바람이 불었다.
[7] 하얀국물 라면 '인기시들' 라면시장 지각변동

'꼬꼬면', '나가사키 짬뽕', '기스면' 등 하얀국물 라면이 반짝인기 이후 매출 하락세를 그렸다. 한때 대형마트 라면판매율 TOP5에 랭킹되며 빨간국물 라면이 대세이던 라면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하지만, 호기심 수요 이후 하얀국물 라면 인기가 점차 줄어들며 시장점유율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대신 빨간국물 라면이 그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며 '역시 빨간국물 라면,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8] 라면업체 4곳, 라면값 담합

라면시장 판도 변화가 이는 동안 라면업체 4개사가 9년간 담합을 통해 라면가격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003230),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6차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공정위는 4개사에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4개사 중 삼양식품만 담합 사실을 인정하고 나머지 3개사는 담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는 이와 관련,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9] 제조업체와 유통·거래업체 마찰

식품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나 대리점의 불공정계약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농심의 라면 출고가 인상폭보다 대리점의 슈퍼 납품가 인상폭이 더 큰 것에 반발해 슈퍼마켓 등 소매점들은 농심 제품 불매운동을
   
커피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경쟁이 한층 격화됐다. 사진은 김연아를 기용한 맥심 방송용 광고의 일부 장면.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리점과 소매점간의 가격 조율 문제로, 농심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불매운동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남양유업(003920)은 일부 지역 대리점에 고가(高價) 우유 등을 강매하고 명절에는 떡값 등 금품을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로 비판을 사기도 했다. 
 
[10] 커피믹스 시장과열

상반기 롯데칠성(005300)이 커피믹스 '칸타타 스틱커피'를 내놓으며 커피믹스 시장이 더욱 치열해졌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이 시장점유율 유지와 확보를 위한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슬레는 입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

여기에 롯데칠성까지 가세하며 커피믹스 시장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남양유업이 커피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데다 일부 업체들도 커피믹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커피믹스 시장 판도변화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