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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싼 가격으로 필요한 양을 적기에

[제32강] 쉬운 말의 경영학 ‘구매관리’

허달 코치 기자  2012.06.25 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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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케팅관리를 다루었으니 이어서 구매관리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될 수 있는 한 높은 가격으로’라던 ‘마케팅 관리’ 정의가 180도 바뀌어서 여기서는 ‘될 수 있는 한 싼 가격으로’라는 ‘구매 관리’ 정의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재벌 2세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한다 하는 그룹들에서는 오너 지분이 높은 구매회사를 만들어 이를 통해 원부자재를 통합 구매하여 그룹 사(社) 들에 공급하는 풍조가 있었다고 한다. 이로써, 각 회사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례가 있다 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단속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최종현 사장학’에 비추어 말한다면 이는 ‘기업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구매관리’ 원칙에도 벗어나는 어림 없는 행위이다. 

   
유공 울산공장을 순시하고 있는 당시 최종현 회장(좌측). 유공 인수 이듬해인 1981년 때.


 
“보나마나 아니겠어? 중견기업 규모의 선경이 매출 규모 국내1, 2위를 다투는 유공을 인수했으니 말이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나는구먼…”

“유공의 알맹이는 선경이 다 빼어먹고, 껍질만 남기는 건 아닐까?”

최종현 회장의 선경이 유공을 인수하던 1981년 당시, 호기심 많은 국외자(局外者)는 차치하고, 유공에 머물러 있던 기존 구성원들 모두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 주시하였던 두 가지 사안이 있었다.

첫째는 낙하산 인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사안이었고, 두 번째는 이른 바 구매 등 이른 바 이권 부서에 얼마나 선경 또는 오너 일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인가 하는 사안이었다. 더구나 선경이 유공 민영화의 대상으로 정부의 지정을 받게 된 데는, 제2차 원유 파동이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하던 당시, 중동에서 안정된 사우디 원유의 공급 약속을 받아 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사유가 되었던 것이니, 우선 원유 구매만 관련하여서도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였다. 
 
그 당시 최종현 회장이 사석에서 특유의 선 굵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기억이 난다.

“유공 인수하게 되니 좋은 게 하나 있기는 있더군.”

잠시 말을 끊어, ‘뭔가요?’, 하는 주위의 시선을 모으더니 말했다.

“그, 내가 조흥은행장실에 매일 같이 문안 인사 드리러 가던 거 you들이 알잖아? 그게 제일 먼저 뒤바뀌더군. 하, 하”

은행거래에 관한 한, 갑과 을의 입장이 창졸 간에 바뀌더란 이야기였다.

비단 은행거래뿐이었겠는가? 선경의 유공 인수는 우리나라 재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경의 위상을 일순간에 바꾼 계기가 되었다. 

여러 이해 관계자와 구성원의 마음을 잘 읽은 듯, 최종현 회장은 일찌감치 두 가지 경영권 인수 관련 원칙을 그룹 내외에 천명하였는데 아래와 같았다.

첫째 유공 사장은 일정기간 회장이 직접 겸임한다. 선경으로부터 유공에 투입되는 인력은 사장을 보좌하는 수석부사장 1인,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겸임하는 사장실(Office of Staff to the President)의 장(長) 1인 및 5명 내외의 사장실 소속 요원으로 국한한다는 원칙이었다.

이 원칙은 선경그룹 전체의 규모와 유공을 동렬에 놓아, 유공에 재직하는 기존 요원들이 자긍심을 손상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측면이 강했다. 또 한편으로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안에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라는 최 회장의 인적 요소(Human Resources) 중시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또한 모르기는 몰라도 정부 요로(要路) 등으로부터 답지(遝至)할 것이 예상되는 유공의 경영자급 요직에 대한 인사청탁의 맥을 끊어 놓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일석3조의 뜻이 있었다.

둘째 유공의 이윤극대화 목표를 저해하는 일체의 이권 청탁, 구매 관련 청탁은 누구를 불문하고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누구에게서든 청탁이 오면 회장이 이를 직접 막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약속이 지켜질까? 낙하산은 그렇다 치고, 과연 구매관리 원칙이 지켜질까?

모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보게 되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위 두 원칙을 내걸고 이를 지켜냄으로써, 최종현 회장 그는, 유공 인수 초기 선경을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유공 내 기존 엘리트 인력들을, 그가 원하던 바 대로 ‘사업 동지’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후일 유공이라는 좋은 토양에서 배양된 인재들을 신규 이동통신사업 진출 등 그룹 경영의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그룹의 중흥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셈이 되었다.
 
구매관리의 정의
 
우리가 원하는 상품을 될 수 있는 한 싼 값으로 필요한 양을 적기에 사는 것이다.
 
1. 우리가 원하는 상품이란 양질의 상품, 즉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가. 우리가 원하는 질의 상품을 사기 위해서, 구매자는 사용자의 요구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나. 서비스는 납기, 포장, 운송, 지급조건, 품질보증 등의 거래조건을 포함한다. 특히 납기는 재고, 지급조건, 공급자의 신용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 될 수 있는 한 싼 값으로 필요한 양을 적기에 산다는 것은 공급자의 경쟁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경쟁은 편의 상 그 정도에 따라 완전경쟁, 과점, 독점으로 구분되는데, 구매에서는 완전경쟁이 가장 좋다. 그러므로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여

가. 완전경쟁의 상품을 사야 하고

나. 독과점 상태의 상품이라도 가능한 한 공급자의 수를 하나로 하지 않고 둘 이상으로 늘려 경쟁도를 높여서 사야 한다.
 
‘마케팅관리’에서는 독과점의 상태를 만들라고 주장하고, ‘구매관리’에서는 경쟁도를 높여 완전경쟁의 상황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독자 여러분이 곰곰이 생각하여 소화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여, 예컨대 기업이 그 주된 원료의 공급을 독점기업의 공급에 의존한다거나, 그 주 상품의 판매를 단일 고객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 기업은 안정(安定-망하지 않는 것) 목표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되는데, 이 경우를 헤쳐나가는 울며 겨자 먹기 솔루션으로 ‘Forward Integration’ 또는 ‘Backward Integration’ 전략을 채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구매관리와 관련하여 지난해에 있었던 여러분들이 잘 아는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경기도에 있는 한 소규모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 노사 갈등으로 생산 라인이 멈추었는데, 며칠 후 연쇄반응으로 국내 굴지 자동차 공장들의 생산도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 수출품 납기에 문제가 생긴다는 둥 떠들썩 했었던 것이 기억이 새롭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이 최첨단의 것도 아니고, 그저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 중 하나였는데도 그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그 구매선을 단지 공급자로서만 보아서는 안되며, 주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s) 중 하나로 보아야 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것을 체득시켜준 좋은 사례이다.

[디음 회에는 PR관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