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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베이비부머 마음 몰라준 은행에 어찌 은퇴자금을…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6.25 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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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로 외국계 은행의 간부급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이 착잡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서울 모 지점에서 중소기업 담당 부장으로 일하던 조모(49)씨가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투신자살했다. 조 부장이 남긴 유서에는 “은행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항상 머릿속에 뱅뱅 돈다” 등의 업무 스트레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처음은 아닐테지만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그를 죽음의 굴레로 몰아넣었다. 조 부장의 나이는 49세로 전형적인 한국형 베이비붐 세대에 포함된다. 다른 세대보다 훨씬 더 한 경쟁, 선배와 동기들과 치열한 경합을 뚫고 은행원의 꽃이라는 지점장까지 올랐을 그 자리를 왜 죽음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까.

SC은행은 올해 초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도입했다. 성과향상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역량개발과 성과향상이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도입한 것으로, 1~5등급을 매긴 뒤 5등급자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해 견책·감봉·정직 등의 징계를 내리는 제도다. SC은행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다른 은행에 비해 영업력이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측한다.

물론 성과주의를 나쁘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절한 보상이 구성원 조직 몰입도와 시너지 등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이 윈윈하기 위해 도입한 성과주의가 성과 지상주의로 변모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설사 무능한 행원 혹은 일선 간부였다고 해도, 저렇게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지 않아도 되게끔 연착륙시켜줄 방법을 은행만큼은 갖고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100세 시대 도래에 발맞춰 각 은행들은 베이비붐 은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은행 내 베이비부머도 보살피지 못하는 은행에 자금을 몽땅 맡기라고 하는 게 그 화려한 영업의 실상이라면? 어느 누가 자신의 은퇴 후 금융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번에 세상을 떠난 지점장이 기업금융을 담당했다는 점 역시 안타깝다. SC은행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제일은행 시절, 기업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정평이 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덧 자기의 옛 강점도 잃고, 핵심공략 세대인 베이비부머의 마음을 잡는 방법도 도외시하는 은행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SC은행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