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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인수 반응 떠보기, KB측엔 꽃놀이패

ING생명 M&A등 복잡한 국면서 의견경청+당국압박방어 명분쌓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25 15: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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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가정할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노조는 중복 점포 등 정리 문제가 부상할 것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번에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이 중간에 나서서 노조측 반응을 물어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평가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프라임경제] KB금융이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검토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민병덕 행장은 지난주 박병권 노조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인수 문제와 관련해 "직원들이 모두 찬성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KB금융 어윤대 회장이 "정부 지분이 한 주라도 남으면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강경한 원칙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을 까는 데 은행 수뇌부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론적인 입장 타진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이번 발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직원들이 찬성한다는 바를 전제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은 결국 이번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신한지주와의 경쟁에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깐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한편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 등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의 찬성을 먼저 이끌어 낼 필요가 높다는 필요성 등에서도 발언 맥락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초대 지주회장  부임 당시 낙하산 논란' 급부상 상황과 그 상처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한 번 두드려 볼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정부 지분 안 남기기는 불가능에 가까워…외국인 주주 설득 관건

인수 방식의 경우, 지주회사법에 따라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곤란한 문제이기 때문에,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실제 발을 담근다고 해도 합병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합병 방식에서는 주식교환이 불가피하다. 상법 개정으로 매매대금을 주식이 아닌 현금이나 채권으로 줄 수 있으나, 우선 자금의 여력 문제가 있고, 법인세법상 합병가액의 80%가 주식이 아닐 경우 적격합병으로 인정되지 않아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이런 주식 지급을 택하면,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정리하겠지만 2년 무렵까지는 어떤 중간 정리를 시도해도 정부 지분이 11.2% 정도 남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KB측에서 외국인 주주 등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인 동시에(정부 지분이 남지만 그로 인한 당국의 간섭은 영원하지 않다), 아무래도 감사원 감사 등 관여를 모두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 당국의 잔여 지분에 대한 주주 설득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면 수긍하지 않는 주주에 대한 반대 매수 청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어윤대 회장, 황영기 전 회장 부담 답습 가능성 몰린다면…

과거 KB금융의 지주사 전환 추진과 함께 화려하게 입성한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도 반대 매수 청구권 문제에 시달린 바 있다. 2008년의 경우 반대하는 주주들이 15%를 넘으면 지주사 추진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해 8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받았다.

당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은 6만3293원. 투자자 입장에선 지주사 전환 이후 주가가 장기적으로 이 수준을 넘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황 당시 회장 내정자(이후 회장)를 비롯해 강정원 당시 행장(국민은행장을 거쳐 이후 지주회장직에 도전. 후에 낙마) 등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는 데 열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에 반대 매수 청구와 자사주 매입 등에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노조가 '황영기=MB 대선캠프에서 일한 MB맨'으로 공격했고 옳든 그르든 간에 이 도그마가 '관치금융' 가능성으로 연결지어지면서, 당시 외국계 주주들의 매수 청구 요청으로 많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어 회장으로서는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친MB인사라는 똑같은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런 점에서 황 전 회장이 받았던 부담감 이상을 이번 인수 시도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 말인 만큼, 문제를 점검해 나가면서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ING생명 인수전/우리금융 올인 갈림길 속 명분 쌓기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표하면 필시 MB 관련비판을 받을 텐데…" 실제로 25일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관련 타진설 보도가 나가자, KB국민은행 노조측에서는 어윤대 회장을 MB 하수인으로 규정짓는 강한 대자보를 붙였다(사진).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수전 참여 관련 암묵적 압박 등을 방어하고, 각종 명분쌓기를 할 때에는 이렇게 선수를 치는 이상의 묘수가 없다는 풀이가 나오며 어 회장으로서도 손해가 아니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번에 우리금융 인수 문제를 타진한 상황에서 예산 문제를 추산해 보면, 어 회장은 모 경제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10조원가량이 소요되는데 KB의 여유 자금은 3조원 수준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무리수를 절대 두지 않되, 적어도 동의를 하는 공감대가 있다는 확인을 만들면서 전진하지 않으면 경영에 부담을 준 독선적 회장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ING생명 인수전에도 KB금융은 발을 걸쳐 왔다.

액면상으로만 보면, 괜히 우리금융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성사시킬 여력이 충분한지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경영의 키를 돌리는 선택 문제를 스스로 자초하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처리해 나가면 '직원들의 반응이 정 이렇다면' 내지는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라는 방식으로 명분을 쌓으면서 한 문제에서 다른 문제로 옮겨갈 여유가 생긴다. 어느 쪽이든 성장 동력 확보에서 의미가 큰 상황에서 '복잡한 경영 판단(과 선택)'을 내릴 부담감을 일부 덜어내는 한편으로 노조측 의견을 '경청'한다는 명분도 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흥행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라는 압박을 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노조측에 대한 원론적 입장 문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이런 카드를 꺼내 괜한 소란을 자초한다는 비판적 시선, 더욱이 단골로 부각될 MB맨 논란 등 불편함이 있지만, 결국 어 회장에게는 이런 문제의 단도직입적 언급이나 그 내용의 외부 유출이 실상 손해될 게 별로 없는 '꽃놀이패'일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