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매둔화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
정 회장은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유럽재정위기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전에 위기 대응을 철저히 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잘해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때 어슈어런스 등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 유럽위기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유럽 재정위기가 타 지역으로 전이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외 시장별 상황변화를 감안한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독려했다.
정 회장은 또 “어려울수록 고객과 품질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시장 전략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상황 파악 위해 경영진 급파
한편, 정 회장은 이달 초 유럽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현지에 현대·기아차 경영진을 급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이 각각 각사 판매 및 생산법인을 방문해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등 유럽위기 진화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은 독일·프랑스·영국 등 각국 판매법인장들과 함께 유럽 상황을 숙의하고 향후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현대차가 하반기 중 i20 개조차, 신형 싼타페 등 전략차종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인 점을 감안해 위기 속에서도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창의적 마케팅 전략을 모색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또 유럽 생산거점인 체코공장을 찾아 신형 i30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생산품질을 집중 점검했다.
이형근 부회장도 유럽 판매법인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형근 부회장은 현지 법인장들과 함께 판매 확대 및 위기 돌파 방안을 논의한 후 슬로바키아공장을 찾아 유럽 전략차종 씨드의 생산라인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을 연이어 방문한 정 회장은 유럽 생산, 판매, 마케팅 전략을 집중점검하고 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독일 및 프랑스 등 주요지역 직영체제 구축을 통해 밀착마케팅을 펼치고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강화해 유럽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유럽 자동차 판매는 564만1371대를 기록해 지난해(608만4990대)보다 7.3%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32만7243대를 판매해 전년(28만2917대)대비 15.7% 증가했다. 점유율도 5.8%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 및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호조를 보이며 296만9928대를 판매하며 지난해(262만2843대)보다 13.8% 증가했다.
◆내실 강화 및 고객 만족 극대화로 위기상황 대비
이 같은 선전 속에 정 회장이 해외 법인장들을 소집한 것은 유럽 위기로 인해 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판매 위축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및 유럽 시장 수요가 급락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중국·러시아·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위기를 돌파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유럽 자동차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시장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금융 위기 때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폐차지원제도 등 수요 확대 정책들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재원 부족으로 인해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번 지시는 지금까지의 판매증가에 안주하지 말고 품질 및 브랜드 등 내실 강화와 고객 만족 극대화를 통해 위기상황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향후 경영성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