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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차버린 하이마트, 사모펀드 택한 이유는?

2005년 이어 또 PEF와 인수계약…실망매물에 주가 급락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6.25 1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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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영권 분쟁과 선종구 전 회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몸살을 앓던 하이마트(071840)가 6개월여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당초 인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롯데쇼핑(023530)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다.

   
하이마트가 25일 대주주 지분 인수와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뒤 주가가 장중 6% 이상 급락했다. 당초 유력 인수후보였던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효과가 불발되자 실망매물이 쏟아진 탓으로 보인다.
25일 하이마트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주주 선종구 전 대표이사, 3대주주 에이치아이컨소시엄 등은 공동지분 매각과 관련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05년 이어 또 사모펀드에 넘어가

전국 306개 지점을 보유해 국내 가전 전문점 시장점유율 47%에 달하는 하이마트가 기존 유통기업이 아닌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기대됐던 유통업계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이마트는 앞서 2005년에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력한 후보였던 롯데쇼핑은 최종 인수가에서 MBK보다 적은 가격을 써 탈락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소비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대두되며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주당 7만원대 후반을 제시한 반면 MBK는 주당 8만~8만2000원을 제시했다. 총 인수가격은 1조2323억~1조2631억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종가인 5만5400원보다 약 45%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016360) 남옥진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MBK가 인수 프리미엄을 45%나 부여한 것은 그만큼 하이마트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인수 이후 기업 정상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5일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면서 탄력이 붙었던 하이마트 인수전은 롯데쇼핑의 탈락이라는 반전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인수전에는 SK네트웍스와 신세계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 기업은 “복잡한 내부 사정”을 이유로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불발된 롯데쇼핑 시너지…실망매물 몰려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상승세를 탔던 하이마트 주가는 25일 장중 6% 넘게 급락했다. 인수 이벤트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주가 전망도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다.

KDB대우증권(006800) 김민아 연구원은 “인수전에서 밀린 롯데쇼핑과 신세계 그룹이 각각 자체 유통망 확장과 전자랜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하이마트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003540) 정연우 연구원 역시 “예상을 깨고 MBK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단기적인 주가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하이마트의 영업 정상화와 MBK의 기업 브랜드 제고 노력을 높이 살 만 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길게 봤을 때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국내 소비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에 MBK가 사모펀드인 만큼 영업개선을 위해 적잖은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001500) 박종렬 연구원은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부분은 무산됐지만 선종구 전 회장의 검찰 수사 이후 표류했던 경영 및 영업 안정성은 확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또 “롯데쇼핑 만큼의 시너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MBK 입장에서는 투자자금에 대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도 경영 및 영업정상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맞았던 하이마트는 2분기 영업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마트는 올해 1분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5%, -43.2% 급감했다.

박 연구원은 “2월 초 불거진 검찰 압수수색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못한데다 여름철 에어컨 판매도 부진해 2분기 영업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달 초 한병희 대표가 취임해 4개 사업부, 20개 지사 지점장을 교체해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등 회사 정상화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 같은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3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을 기대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