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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영: 아이디어세상] ‘편백에 미치다’ ㈜동우씨엠 이형규 대표

‘문전박대’에 되레 호통친 세일즈맨…국무총리도 인정한 경영인 성장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6.22 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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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가 여기 도둑질 하러 왔수? 젊은 사람이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는 거 아니우. 내가 당신께 피해 준 것도 아니고 안사면 그만이지, 왜 날 하대하오. 어깨를 두들겨 주며 ‘난 이게 필요 없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오라. 고생한다’ 이렇게 말하진 못할망정 적당히 취급하고 무시하는 거 아니란 말이오.”

물건을 팔러 갔다가 잡상인 취급을 받은 서른 살 청년은 오히려 당당했다. 주눅 들기는커녕 잘못된 상황에 맞서 약간은 거만한 듯 되받아쳤다. 그로부터 18년 후, 이 청년은 전국 16개 지역 300여 대리점을 둔 ㈜동우씨엠 대표로 거듭났다.

◆악바리 세일로 일군 ‘나비신화’ 

세일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이형규 대표는 짧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일단,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일념 외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다. 그 예로 이 대표는 자신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고객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저도 사람인 지라 첫날 퇴짜를 맞고 속이 많이 상했죠. 하지만 다음 날 또 찾아갔어요. 같은 시간에 말이죠. 그랬더니 왜 또 왔냐고 하더라고요. 웃으면서 말했죠, 어제 너무 좋은 충고를 해줘서 감사 인사하러 왔다고. 그걸 일주일 동안 했습니다.”

세일이 천직인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알고 지내던 후배와 술잔을 기울이던 중 ‘렌털서비스’에 대해 전해 듣게 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올커니’하며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동우씨엠 이 대표는 '바람개비론'을 피력하며 후배 경영인들에게 기다리는 것보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아니,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게다. 잘 나가던 ‘세일즈맨’이 듣도 보도 못한 ‘렌털사업’을 한다니 어쩌면 뜯어말리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기계는 공짜로 달아주고 부속품 값만 받겠다니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선진국에선 한창 렌털서비스, 그러니까 기계는 빌려주고 안에 내용물만 채워주는 그런 사업이 유행을 했거든요. 예를 들어 점보휴지나 손세정젤, 물비누 같은 게 있으면 기계는 무료로 설치해 주고 매월 내용물만 바꿔주는 거죠.”

이 대표는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과 대만서 자동분사기를 들여와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방향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영업도 직접 뛰었다. 자동분사 방향제가 생소한 업주들에게 일일이 제품을 설명해주며 한번 써보라고 설득했다. 1994년 5월, 서른 한 살 때 일이었다.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잠을 하루에 네 시간도 채 자지 못했어요. 지금은 웬만한 빌딩 화장실에 (자동분사 공기청정기) 다 들어가 있지만 그땐 유흥가 쪽 영업이 많았거든요. 주말에도 집에 있는 것 보다 여기(사무실)에 나와 있는 게 편했어요. 혹시 소비자들한테 전화라도 올까봐. 그래도 힘든 걸 몰랐죠, 젊었으니까.”

그의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았다. 자동분무 사업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위생에서부터 펄프까지 화장실 토털 소모품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과 대만서 들여오던 기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돈을 벌면 금형 뜨는 데 다 쏟아 부었죠. 기기를 만들려면 금형을 떠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업 밑천이 500만원 밖에 안됐거든요. 그래서 버는 족족 금형을 하나 둘 뜨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했던 게 공장을 짓게 되고,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고 계속 불어난 겁니다.”

그의 말 대로 ㈜동우씨엠은 국무총리표창까지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걸어온 길을 연혁별로 살펴보면 △1997년 ㈜동우씨엠 법인설립 △2001년 ㈜동우씨엠 양주공장 준공 △2003년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 공로상 수상 △2005년 품질혁신 우수기업 인증 △2008년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중소기업청 △2009년 국무총리표창 수상 △2010년 ㈜동우씨엠 기업 부설 연구소 인증 등이 있다.

◆1년간 편백 원료 찾아 삼만리 

쉬지 않고 달려온 이 대표지만 그는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사업이다. 소모품 사업이 안정궤도로 들어선 2010년 말, 이 대표는 문득 천연원료를 이용한 아토피 치료에 눈을 돌렸다.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지인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편백나무로 인테리어된 동우씨엠 회의실, 좋은회사 만들기가 꿈인 이 대표는 직원들과 웃으며 회의를 이끌어 나갔다.

“아토피는 ‘선진국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 각종 환경호르몬과 식생활에 따른 습관으로 아토피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전체 인구의 12%였던 아토피 환자들이 2010년 전체 인구의 30%로 증가했다고 해요. 그래서 또 아토피에 미치기 시작한 거죠.”

이 대표에 따르면 그는 1년 가까이 천연원료를 찾아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녔다. 가뜩이나 면역성이 떨어진 피부에 케미컬(화학) 성분이 든 치료제는 맞지 않을 것이란 심념 때문이었다.

“전국을 돌면서 천연원료라면 실험을 다해봤어요. 잣나무, 뽕나무 안 해본 게 없었죠. 하지만 곰팡이에 대한 항균효과가 있는 ‘사비넨’ 성분이 들어있는 건 편백나무가 유일했죠. 또 피톤치드 함유량도 소나무나 잣나무, 구상나무, 삼나무, 측백나무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요.”

피톤치드란, 쉽게 말해 나무가 해충이나 주위 미생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뿜어내는 것을 말한다. ‘치료의 물’로도 불리는 피톤치드 오일은 아토피나 천식, 여드름, 무좀 등에도 효과적이다.

이 대표는 아토피 및 천식의 주요원인인 집 먼지 진드기에 편백정유를 떨어뜨린 결과 24시간 후 진드기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진실한 제품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란 고집 탓이 컸다. 한림대학교 RIC센터에 연구를 의뢰한 이 대표는 아토피염 피부에 편백오일을 사용한 결과 12주만에 두껍고 울퉁불퉁했던 표피가 서서히 얇아지며 평평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길로 편백나무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지역, 전라남도 장흥으로 달려간 이 대표는 산림과 담당과 담판을 지었다. 전남 또한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편백나무는 원목만 가구로 사용할 뿐 잎과 열매를 달라는 사람은 이 대표가 유일했던 탓이었다.

다음은 이형규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업을 일찍 시작했다, 계기는.
▲3남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는데 여느 시골처럼 늘 쪼들렸다. 중학교 때 전기가 처음 들어온 건 차치하고 매일 보리밥과 고구마로 끼니를 때웠다. 그래서 인지 어린마음에 사업을 해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책을 읽더라도 시집이나 소설보단 항상 경영이나 경제에 관한 것들만 읽었다.

-사업을 하면서 사기를 당한 적은 없나.
▲관리미흡으로 손해를 본 적은 있어도 크게 사기를 당한 적은 없다. 다만 어린나이에 사업을 하다보니 마음을 다친 적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건 나를 좀 더 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생각하고 이겨냈다.

-성공비결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단어가 ‘열정’이다.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미치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거에 미치는 것.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오로지 그 생각만 갖고 밤낮으로 뛰었다. 그리고 미래 내 모습을 그리면서 3년 후 5년 후 10년 후 플랜을 짰다. 지금 당장은 배가 고프더라도 10년 후 난 이런 모습일 거야, 하면서 살았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소개해달라.
▲편백하우스 로드샵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일 년도 채 안됐는데 개점한 곳만 벌써 34곳이나 된다. 케미컬 향료를 전혀 쓰지 않아 반응이 좋다. 사람들이 삼림욕을 하러 많이 다니는데 그때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피톤치드라고 한다. 그 원료를 이용해 아토피염 치료제용 화장품을 만들었다.

   
동우씨엠 나비로고를 넣은 와이셔츠를 입고 다닐만큼 회사에 애정이 깊은 이형규 대표.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이 한계가 있는데 계속 올라갈 순 없는 것 아닌가. 지금은 회사 규모보단 좋은 회사, 다니고 싶은 회사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 정말 하나 같이 직원들이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 만드는 게 꿈이다. 
 
-후배 경영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천재들은 다 또라이 기질이 있지 않느냐. 남들과 달라야 한다. 그래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 남들이 걸을 때 난 뛰어야 하고 남들이 뛸 땐 난 날아야 한다. 똑같이 걸어가면 항상 똑같을 수밖에 없다. 바람개비 얘길 많이 하는데, 바람이 잘 불 때는 바람개비가 잘 돈다. 하지만 바람이 안 불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들고 뛰어야 한다. 일 년 열 두 달 들고 뛴다면 얼마나 힘들겠느냐, 하지만 그걸 이겨내는 자만이 결국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