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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상한가’ 창투사 주가가 수상하다

과거 정권서 ‘7연상’ 대기록, 대선 앞두고 정치테마주 합류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6.22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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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창업투자사 주가가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교육원장을 비롯해 유력후보들이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면서 새로운 정치테마주로 급부상한 덕분이다.

   
제미니투자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주가가 이상급등하며 21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그러나 거래가 재개된 22일 개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오후 2시 현재 13% 이상 치솟으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제미니투자(019570)는 이상급등으로 21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 정지조치까지 내려졌지만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5일 273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700원대까지 급등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인 엠벤처투자(019590) 역시 지난 4월 270원대였던 주가가 이달 들어 500원대까지 치솟았고 지난달 570원대에 불과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 주식은 현재 1400원대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4년 마다 주가 요동, DJ시절 ‘7연상’ 기염”

창투사 주가의 고공행진은 지난 4월 안철수 원장의 경북대 강연이 도화선이 됐다. 안 원장은 강연에서 “국가경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경제 한 축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일자리 문제의 열쇠는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 촉진”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창투사 관련주는 대선이 치러지는 4년 마다 한 번씩 요동치곤 했다. 올해도 유력 대선 후보들의 창업관련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관련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전문가는 “DJ정권 때는 당시 벤처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일부 창투사의 주가가 7연상(7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찍기도 했다”며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하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에이티넘인베스트의 경우 지난해 4월 개인투자자 K씨가 지분 5% 이상을 사들였다”며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창업지원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는 만큼 이를 이용한 전략적 투자가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일명 ‘1조 거부(巨富)’로 불리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한미창투를 인수해 설립된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963년생 주부인 K씨는 지난해 4월 중순 회사주식 225만2523주를 사들였다. 당시 580원~600원대 사이었던 시세로 계산하면 총 13억5000여만원 규모다.

하지만 1년 만에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21일 종가 기준으로 K씨의 지분가치는 30억4000만원에 이른다. 수익률로 따지면 125%가 넘는다. 현재 회사 지분 구조는 지난 3월말 기준 에이티넘피트너스가 32.1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기록돼 있으며 K씨가 5.64%, 나머지 52.64%는 소액주주 몫으로 돼 있다.

◆영업손실, ‘최하등급’ 평가에도 주가 급등

선거철을 앞두고 창투사 관련주의 이상급등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창투사가 새로운 정치테마주로 급부상하자 각종 주식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한 테마주 분석이 활개치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리거나 중소기업청이 발표하는 평가 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은 창투사마저 주가가 급등해 최근 과열 양상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

제미니투자는 지난해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26.25%에 그쳤다. 엠벤처투자 역시 지난해 7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011년 영업이익률은 -136.39%였다.

무한투자(034510)는 30일 연속 시가총액 40억원 미달로 지난 13일 관리종목지정사유가 추가됐다. 회사는 앞서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1개월 만에 20% 이상 올랐다. 무한투자는 지난 2010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종합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이상 징후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테마주 전수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이 나빴던 테마주 63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137%로 실적이 개선된 68개 테마주 상승률인 134%를 오히려 웃돌았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특별한 상승 모멘텀 없이 막연한 정책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최근 창투사의 이상급등도 전형적인 테마주 거품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치솟은 주가는 반드시 원래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오히려 더 주저앉을 수 있어 되도록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1월 자체적으로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설채해 무분별한 테마주 투자 뿌리 뽑기에 나섰다. 지난 5월 상설조직으로 전환한 테마주 특별조사반은 최근까지 불공정거래 혐의자 22명을 적발해 1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8명에 대해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연중 내내 조사 대상에 오른 테마주에 대해 대주주와 시세조종 세력과의 연계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