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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獨, 우울한 日·美' 상반기 수입차 결산

5월까지 1000대이상 판매 베스트셀러 모델 8종 중 7종 독일브랜드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6.22 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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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들은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기록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올 들어서도 20% 이상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춰보면 이들 사이에서도 희비는 엇갈린다. BMW와 벤츠 등 독일 브랜드들은 연일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는 반면, 크라이슬러 및 혼다 등 미국과 일본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약 10만7000여대를 판매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올해에는 약 14만대 가량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1만1708대로 집계되면서 지난 3월(1만648대)과 4월(1만668대)에 이어 3개월 연속 사상최대 판매를 경신하고 있다. 1~5월 누적 판매대수 역시 전년 동기(4만2700대)보다 21% 증가한 5만1661대를 기록했다.

국내시장에서 지난해 초부터 불기 시작했던 ‘수입차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다양한 신차 출시와 함께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수입차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차 점유율, 현대·기아차 수준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 5월까지 1000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모델 8종 중 7종이 독일 브랜드다. 한 모델의 판매가 같은 기간 닛산(991대)과 볼보(640대) 등의 브랜드 판매량보다 많으면서 수입차 시장에도 국내 완성차만큼이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2년 상반기에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BMW 520d는 지난 5월 한 달간 993대가 판매되며 다른 수입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을 압도했다.

특히 BMW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판매량은 2985대로, 3000대에 근접하며 매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단일 모델 판매 1위인 520d와 3위인 320d 두 모델의 한 달간 총 1489대(993대·496대)가 판매되면서 타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을 압도했다. 또 지난 4월에 물량 부족으로 주춤했던 ‘528i’도 308대가 판매되며 스테디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입차시장에서 2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에 전월보다 11.7% 증가한 1868대를 판매했지만, 누적 판매량에서 BMW보다 4447대나 뒤쳐졌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E300는 지난달 총 502대가 판매되면서 단일 판매 2위를 마크했다.

특정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지 않고 전 라인업에 걸쳐 고른 판매를 보인 폭스바겐은 지난 5월 한 달간 총 1467대를 판매해 국내 법인 공식 출범(2005년 1월) 이후 사상 최대 월간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수입 SUV와 소형차 시장에선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295대)과 골프 2.0 TDI(286대)이 판매 1위를 차지하면서 브랜드 실적을 견인했으며, 출시와 동시에 총 329대를 판매된 4도어 쿠페 모델인 CC도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1280대를 판매한 아우디는 누적대수는 5912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된 ‘A6 3.0TDi 콰트로’는 지난 5개월간 1105대가 팔리면서 1000대 클럽에 가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독일계 중 토요타만 체면치레

문제는 수입차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개별 모델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토요타를 제외하곤 여전히 독일차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산 브랜드 사이에서 그나마 힘을 내고 있는 곳이 토요타다.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위상에 금이 갔던 토요타는 국내에서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브랜드 위상을 회복했다.

   
독일산 브랜드 사이에서 그나마 일본 브랜드로써 체면치레를 한 토요타는 뉴 캠리를 앞세우면서 전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뉴 캠리를 앞세운 토요타는 지난달 전년대비 152.2% 늘어난 860대를 판매했다. 누적 신규 등록 대수 역시 4575대로, 전년 같은 기간(2109대)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토요타 실적을 견인한 ‘캠리’는 지난달 393대를 판매되면서, 일본브랜드 중 유일하게 베스트셀러 탑10(4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여기에 매니아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토요타86’도 출시하면서 판매 상승세에 힘을 보탤 기세다.

하지만 토요타를 제외한 나머지 비독일계 브랜드들은 전혀 힘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습은 일본 브랜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 브랜드의 올 1~5월 누적 판매는 전년(7722대)대비 24.85% 증가한 9641대이지만, 토요타(4575대) 판매 실적을 제외하면 오히려 3% 가량 감소했다. 특히 인피니티의 경우 누적 판매가 지난해 1057대에 481대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FTA의 영향으로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에 맞춰 차량 및 부품 가격을 대폭 인하한 미국 브랜드 판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5월까지의 누적 판매(3689대)가 지난해와 비교해 14.7% 가량 증가하긴 했지만, 수입차 전체 상승세(21%)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점유율도 지난해 7.53%에서 7.14%로 하락했다.

연비를 향상시킨 다양한 신차를 출시했지만, 기존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이미지가 아직 소비자들에게는 각인돼 있어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수입차도 독일 4사가 7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산차에서 실망한 서비스에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