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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 핵심전제는 금감원이 아냐?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쪼개도 재정부·금융위·한은 재정립해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21 2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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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한 달을 넘긴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다시금 발언을 내놓고 있다. 20일 김 위원장은 “공급자 중심이었던 금융행정이 금융소비자와 투자자, 예금자 등 수요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 모습을 나타낸 자리에서다. 보통 당국자가 할 법한 친시장-친소비자 성향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마련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는데, 오히려 여기에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발언은 금융소비자원 독립과 관련한 문제와 맞물려 이 발언을 예사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금융 관련 현안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금융소보자보호원 설치, 판매규제, 기능별 규제체계 도입 등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이번 19대 국회에서 이뤄질지가 각별히 주목된다.

금융학회 개편론 거론됐지만, 금융위 관심은 영국식 개편안 대신…

금융감독체계를 건전성감독기구와 행위규제 즉, 시장참여 행위 등을 감독하는 기구로 2원화해서 완전히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8일 금융학회 심포지엄을 통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현대적 감독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명시적인 ‘쌍봉형(Twin Peaks)’ 감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쌍봉형 감독체계란 1990년대 후반 영국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당시부터 검토됐던 구조다. 건전성감독기구와 행위규제기구(소비자 보호 포함)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영국에서 금융감독청(FSA)를 대체해 행위규제 및 소비자보호를 맡을 기구인 금융규제원(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과 건전성감독원(PRA: 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로 분리하는 안을 짠 것과 흡사해진다.

과거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시키는 문제가 부각될 때 이런 영국 제도 개혁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았으나, 결국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신설돼, 저축은행 예금자나 금융상품 투자자 등의 민원처리나 분쟁해결 업무를 맡게 했고,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그런데, 금융위가 이런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법률을 만들어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를 추진하고 또 그 문제가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금융소비자보호원 논의도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에서 이렇게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일반행위규제)를 갈라 놨다는 입법례 참고로는 배경에 깔린 철학을 모두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우리 틀에 이를 수용해 장점을 살리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데 있다.

영국의 제도 개편 의의는 일단 ‘금융위기 극복에서의 중앙은행 기능 부각과 그 권한 명시’에 있다고 생각된다. 즉 위에서 말한 PRA와 FCA 분리 문제를 우리가 보기에는 금감원 기능의 양분 정도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PRA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들어가 있는 ‘거시 정책 기구’에 의해 지시 또는 권고를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된다는 점은 주목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영란은행으로의 감독권한 이관과 관련해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정책이나 물가관리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우려)가 존재하는데(금융연구원, ‘영국의 금융감독체계 개혁방향’, 2010년 6월19일) 이에 따라 향후 세부적인 감독제도 변화를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로 따지면, 한국은행이 금감원 권한 중 일부를 떼어 가거나 지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현재 검사 등에 강력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 구조라는 점에서 건전성관리  그 중에서도 거시전건성 정책 파트를 영란은행이 갖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구조가 수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학회에서도 쌍봉형 구조 도입, 추진을 논의하면서 1안과 2안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2안이 중앙은행(한국은행)에 권한을 주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위쪽에서 추진돼 왔던 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안은 1안쪽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금융워원회-금융감독원 위상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독립과 쌍봉형 감독체제 도입 주장 등으로 논의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위 위상을 유지한 상황에서 쌍봉형 체제 도입은 무의미하며 함께 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은 간담회를 주관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기재부에 힘실어 주는 방안도 있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현재 문제대로 추진될 필연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가 현재 체제(금융위)로 개편될 때 구 재정경제부(오늘날의 기획재정부) 금정국 기능을 떼어내 금감위 제재권 등에 더했기 때문에, 기재부의 기능에 모순점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금융 관련 법률의 제·개정권(재경부 금정국)을 비롯해 금융회사 감독규정 제·개정권, 각종 인허가, 제재권(금감위)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점이 권한 집중인데, 그 상황에 실질적 단속 기구인 금감원이 쪼개지기만 한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는 논란이다.

따라서 현재 금감원을 기능 분화를 한다면, 기능 중 일부(국내 금융정책 파트)를 기재부로 보내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각될 수 있다.

위기 관리 콘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점이 기재부의 위상 때문이라는 주장도 이번 정권 초에 나온 바 있는데 1안(내지 1안과 가까운 형태)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만은 아니라 기재부에 콘트롤 타워 역할을 줘야 한다는 논의인 셈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의 금융 정책 혼선이 없지 않았던 점, 위기대응 능력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전혀 없지 않다. 이에 따라 기재부로 금융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해석론도 가능하다.

금융위 밀어붙이기 논란 커: 기재부 금융 정책 통합론이 답?

실제로 현재 정권 말인 상황에서 금융위의 독주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다. 실손의료보험 개선작업에 대한 보험업계의 불만, 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 금융위가 일선 금융그룹들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로 비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개편도 문제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무 강화에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강하게 표명한 바 있으나,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근거가 마련되는 데 그쳤다는 평이 적지 않다. 

결국 금감위와 재경부 금정국의 합쳐짐이라는 상황적 미묘함을 풀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를 독립시키는 문제라든지 금감원 기능을 양분하는 문제 등에만 천착하면 안 되고, 이번에 졸속 논란이나 금융위 대 금감원 대결 양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상당히 긴 시간을 갖고 금융 관련 정부 시스템 전반을 2008년 위기 이후 달라진 세계경제 여건 속에 적절한 틀로 바꾸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큰 이론적 배경이나 철학(영국의 개편이 영란은행 위상과 그 근거 문제 등에서 출발했으며 오히려 어떻게 보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의 분화는 여러 문제 중 하나에 불과)으로 이 문제의 획을 그은 선진국보다 표면적인 개혁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금융위-금감원 관계, 그리고 기재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금융위간 협력 문제, 또 다른 문제인 소비자보호 기능의 강화 필요성 등 여러 문제를 보면, 현재의 시스템이 ‘현장을 잘 아는 발빠른 정책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혼재해 받는 상황은 풀기는 풀어야 하지만, 풀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보호원 관련 법률 시스템의 정비 과정은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과는 다소 다르게 신중하고 진지한 접근과 여러 논의의 활발한 진행이 수반될 필요가 더 높다고 할 수 있고 정권 말에서 처리되기에는 적당치 않은 감마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