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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들다…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핵심성과지표는 낡은 틀이자 허상” 혁신·파격의 정석 ‘꼴찌에서 TOP3까지’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6.21 17: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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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딱 10년이 됐다. 2003년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회사규모는 놀랄 만큼 커졌다. 이제 현대카드는 ‘현대카드스러움’이란 이미지를 만들며 독특한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핵심엔 정 사장이 존재했다.

현대카드의 놀랄만한 성장세에 업계 또한 그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SNS 상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대표적인 온라인 상의 스타이기도 하다. 이젠 그의 트위터 글 하나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디자인, 감성, 소통을 중시하던 그가 금융회사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현대카드 내놓을 ‘다음 카드’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파격적인 10년 성적표

정 사장의 취임전인 2002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7%에 불과했다. 업계 꼴찌였던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에는 신용카드 대란 직격탄은 맞고 6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위기에 처한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의 선장으로 43세의 젊은 CEO 정태영 사장이 낙점됐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2년만에 600억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됐다. 꼴찌기업이 혁신기업의 상징이 된 것이다.

   
취임 10주년을 맞은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를 시장점유율 꼴찌에서 삼성카드와 2위 경쟁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처음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대 불문과와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으나 당시 업계 사람들은 그를 ‘이단아’ 취급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등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고 현대카드 사장으로 부임한 정 사장은 기존 카드사에서 보기 힘든 경영방식으로 현대카드를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그의 ‘혁신’이 시도된 것은 광고였다. 당시 ‘신뢰’를 중요시해 보수적인 광고 위주였던 카드시장에서 ‘튀는’ 광고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 당시 인기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현대카드M’ 광고는 당시 금융계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후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에 바탕한 창조 경영’으로 카드 디자인부터 파격적인 포인트 지원, 알파벳 카드 등 기존 카드사와 다른 방법으로 현대카드의 존재를 알려갔다.

이후 현대카드는 2009년 2분기 개인과 법인의 신용판매,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모두 합친 취급액에서 업계 3위였던 삼성카드를 처음으로 앞서는 등 후발주자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2004년 삼성카드를 라이벌로 지목하는 광고를 내보냈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 모두 ‘콧웃음’을 쳤지만 불과 몇 해만에 꿈으로 보이던 광고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현대캐피탈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0년 기준 18개 할부금융사가 거둔 총 당기순이익은 6527억원 중 현대캐피탈 한 회사가 거둔 순익이 5115억원일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정태영 사장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현대카드와 한지붕 아래 있는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바로 그것. 지난해 4월 벌어진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정태영 사장은 출장길에서 급거 귀국, 사고 발생 72시간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고객정보 유출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하던 그는 기자회견 당시 “고객에게 죄송하고 수치스럽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시 몇몇 임직원들은 정 사장의 기자회견을 만류했지만 회사 대표로써 원칙적인 대응과 직원들에게 사과메일을 돌려 격려하는 그의 행동은 더욱 조직력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재미있는 회사? 새로운 것 위해 누구보다 ‘치열’

광고만큼 현대카드가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문화마케팅’이다. 스포츠, 콘서트, 강연 등을 아우르는 슈퍼시리즈 및 컬쳐프로젝트 또한 타사와 차별화를 둔 현대카드의 대표 전략이다. 최근에는 YG엔터테이먼트와 손잡고 서로의 혁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태영 사장은 문화마케팅에 앞장서면 본격적으로 ‘현대카드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데 힘썼다. 실제로 문화마케팅은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남다른 이미지를 쌓는데 효과적이었고 ‘거물급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슈퍼콘서트는 소비자들이 현대카드를 남다르게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오너 일가가 경영하고 있는 금융회사로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현대카드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공연, 스포츠, 강연 등의 문화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그들만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적극적인 문화마케팅으로 현대카드가 자칫 ‘창의적인 혹은 즐거운 것만을 쫓는 회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선진 금융, 최적의 고객솔루션을 마련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은 직원들이 자유로운 조직문화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기위해 생활공간부터 조직문화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올 1월에는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데 활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앴다. 정 사장은 KPI에 대해 “낡은 틀이자 허상”이라고 지적하며 대신 각 본부장들에게 성과 평가의 자율권을 주고 본부별 성과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각 부서별 인원TO를 없앴으며 인사팀이 아닌 개별 사업본부가 인력운용 권한을 갖도록 했다. 7시간 이내의 신속 의사결정 시스템도 갖췄으며 상상력을 강조하는 월트디즈니의 ‘이미지네이션 프로그램’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조직도 꾸릴 계획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며 ‘선두’에 섰다. 연회비 100만원인 블랙카드를 출시해 VVIP카드의 출현을 알렸고, 이를 바탕으로 퍼플, 레드 등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선포인트 제도를 만든 이도 정태영 사장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 가능할까

정태영 사장은 올해에도 다양한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올 초 TPI, 인력TO를 없앤데 이어 지난해까지 100가지가 넘던 현대카드 전략과제를 10개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주요순위의 과제를 집중적으로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정 사장의 가장 큰 도전은 현대캐피탈의 ‘해외시장 진출’이 될 전망이다. 국내 캐피탈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해외 수익모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미국과 독일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미국 법인은 자산 10조원 규모의 대형사로 성장한 상태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은 9월부터 중국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지난해 9월 1차 인가를 받았으며 오는 7월 2차 인가를 받아 9월부터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럽 산탄데르은행과의 합작사인 ‘현대캐피탈 영국’ 또한 올 3분기부터 운영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이러한 유럽 시장 진출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현대ㆍ기아차의 유럽 점유율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