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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불길함… 하반기 '경제쓰나미'가 두려운 까닭

수출불안 속 추경 등 판단시기 놓치면 혼란 가중 '불 보듯'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6.19 12: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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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제. 하반기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축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신민당이 승리를 거두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가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은 유로존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긴축 재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일단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가실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페인 2차 구제금융 신청 여부 등 당장 넘어야 할 위기들이 잔재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 속들은 하반기 내내 우리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무역 환경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여건 암울 “세계무역 회복되려면 최소 4년 소요”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올해 세계 무역은 성장이 둔화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확장되려면 최소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ICC는 전 세계 100개국의 229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조사 보고서는 세계 무역이 올해 5.2% 늘어나고 내년에는 7.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신흥국 경기 호조로 세계 무역은 6.6% 증가했으나 연말에 둔화했다. 유로국 수출 물량은 지난해 5.9% 감소했다.

ICC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수습하지 않으면 무역 금융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총선 결과가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G20에서 유로존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폐막 선언에서 어떤 합의가 발표될지 관심이 높다.

하지만 현대증권 이상재 부장은 19일 “어차피 G20에서 유로존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기는 어렵다”면서 “이는 EU 정상회의에서 다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신 보도 역시 ‘필요한 조치’ 등 표현을 쓴 모종의 선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실질적 플랜에 대한 가능성을 쉽게 점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IIT)는 18일 ‘유로재정위기 향방과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범위가 그리스에서 주변국으로, 정부 재정 건전성에서 민간 부채부담으로, 단기 유동성에서 장기 채무상환 문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세계경제는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향후 EU의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5.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의 수출 가운데 EU로의 수출이 18.7%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EU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4.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의 주요 상대이자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체 중 하나인 미국 역시 유럽 불안감으로 동반 침체 우려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경착륙 리스크가 있고,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책임연구원의 ‘수출, 추가적 환경 악화에 대비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재차 높아지면서 우리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컨테이너 선적 작업 중인 부산항 전경.

◆내수 둘러싼 의견 엇갈림, 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은데…

이런 와중에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민관 연구기관장들이 완전히 다른 하반기 내수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내수에 기대를 걸었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내수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선임연구원은 18일 ‘국내 양극화 현상의 실체’ 보고서에서 국내 양극화 실태를 △가계소득 및 불평등도 △가계소비 △고용 및 일자리 △임금 △기업 성장 및 수익률의 5가지 부문으로 살펴본 결과를 내놨다. 정 선임연구원은 국내 양극화 현상은 주거부문 격차 확대와 같이 심화되고 있는 부문도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계 소득 및 불평등도의 경우, 최근 중산층 비중이 상승하고, 경제적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 비중은 2008년 66.3%까지 하락하다가 2009년부터 상승세로 전환, 2011년에는 67.7%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지니계수도 2009년 0.295까지 상승했으나, 2011년에는 0.289로 다소 하락했다.

이렇게 중산층이 다시 두터워지는 등 내수의 기반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내수 관련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은 결국 심리적 여건에 따라 내수 문제가 좌우될 여지가 크다는 것으로도 귀결된다.

◆‘경제는 심리’ 불확실성 제거 못하면…

정부 당국이 무역 전망치를 이달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가 다음 달 1일로 미룬 바 있다. 또 여야간에 추경 예산 편성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종인 교수의 발언들이 추경에 대한 양당 입장이 평행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역 1조달러 유지에 집착한다는 신호를 당국이 주거나, 추경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경우 정책 불확실성의 위기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이로 인한 악순환이 침체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