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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업계, 옆집보고 배울까 '걱정'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6.19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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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애들 교육 좀 똑바로 시키세요. 어떻게 가르쳤길래 애들이 이렇게 정신이 없나요.”

- “아니, 애들이 뭘 어떻게 했다고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대놓고 혼을 내십니까. 어린애들이 다 그렇지. 우리 애들 교육은 잘하고 있으니 참견하지 마시죠.”

“어이가 없네요. 그렇게 다짜고짜 아이들을 감싸고 들면 애들이 나중에 똑같이 행동할 거 아닙니까. 부모를 보니 자식을 알겠네요.”

얼마 전 어렵게 자리를 예약하고 선선한 시간에 맞춰 들어선 서울의 한 맛집. 좋은 음식 냄새보다 제일 재밌는 구경 중 하나로 꼽히는 ‘싸움구경’이 먼저 반겼다. 온 몸의 신경이 그곳으로 쏠리며 자연스레 앞뒤 정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리하자면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음식점 내 뛰어다니는 애들이 사건의 빌미가 된 흔해빠진 상황.

테이블을 뒤로하고 두 가족이 앉았고, 한 가족의 애들이 아버지끼리 등을 맞대고 있는 사이를 비집고 다니자 다른 한 가족의 아버지 등이 애들 발에 계속 차였던 게 사건의 발단이다.

그러기를 얼마 후 나름대로 상황이 정리되자 맘속은 이미 아이를 두둔하고 나선 아버지의 가족을 흉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해도 부모가 기본적인 예절조차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커서도 이러한 행동이 왜 잘못됐는지 모를텐데….” “나중에 내 아이는 이렇게 키워서는 안 되겠다.”

상황종료 후 식사 자리는 아이들 교육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이날 동석한 선배는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자고로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려운 일이다. 주위 친구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게 더 걱정”이라며 뜨거웠던 화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날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다음날 지하철 무가지를 펼쳤고, 한 숨은 또 이어졌다. 기내 불만을 승무원에게 말하지 말라는 일본 저가 항공사의 ‘기고만장’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 까닭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스카이마크사가 지난달부터 기내에 ‘서비스 콘셉트’라는 안내서에 “승무원은 손님이 짐을 짐칸에 올리는 걸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며 “기내 서비스 불만은 접수하지 않으니 회사 고객 상담센터나 도쿄도 소비생활종합센터에 제기하라”는 내용을 게재했다.

이유를 살피자니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스카이마크사는 최근 일본에 저가항공사가 늘어나자 승무원 교육비용을 아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내서를 배포한다는 것. 또, 승무원이 손님에게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승무원의 머리 모양이나 손톱 치장 등도 자유화할 계획이다.

스카이마크사와 어제 그 맛집에서 아이를 두둔한 아버지가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편히 이용해야하는 공공장소에서 그릇된 행동이 불쾌감을 조성한다면 과연 옳은 판단일까.

집안 경제와 내 자식을 챙긴다는 생각은 가상하지만,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만 놓고 본다면 결코 옳은 행동일 수 없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마따나 그 아버지의 행동이 아이에게 투영돼 불러올 또 다른 다툼과 집안 경제를 생각해 직원들 교육을 등한시 하겠다는 스카이마크사가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국내 항공업계가 이번 스카이마크사의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심히 궁금하지만, 최소한 옆집의 이런 행동은 배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믿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