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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 "안전성" vs "접근성" 팽팽

15일 피임제 재분류에 관한 공청회, 의약계·종교계·시민단체 열띤 공방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6.18 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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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 편의성을 감안, 복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

"사후피임약은 고농도의 호르몬제로 건강을 위협하고, 오남용·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현행대로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후(응급·긴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의료계와 약사계뿐 아니라 종교계, 시민단체까지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일반의약품 전환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주최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의료계와 약사계 각 1명, 소비자시민·종교단체 6명, 언론과 공익대표 4명 등 총 12명이 토론자로 나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앞서 지난 7일 식약청은 사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하 전문약)에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하 일반약)으로, 사전피임약을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품 재분류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 모두 전문약으로 분류해야한다는 의료계와, 사전·사후피임약을 모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관리해야한다는 약사계의 입장이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또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사후피임약이 사실상 낙태약이라며 반대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여성·소비자단체는 여성의 삶이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일반약 전환을 찬성하는 등 사회 각계 의견이 대립 양상을 띄었다.

◆"사후피임약, 일반약 전환시 오남용·부작용 급증"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 최안나 정책위원은 "우리나라가 낙태문제에 있어 떳떳한 나라인가.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피임률을 높이는데 힘써야하는데, 피임실패율이 가장 높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접근성만 높여서 되겠냐"고 지적했다.

최 정책위원은 또 "피임, 피임약에 관한 가장 전문가는 의사"라며 "호르몬제인 (사전·사후)피임약은 쉽게 먹을 수 있다고 먹는 것이 아니다. 전문약으로 분류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며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5일 열린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에는 의약계를 비롯한 토론자 12명 외에도 소비자시민단체,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공청회장을 찾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며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낙태반대운동연합회 김현철 회장 역시 "남성들이 쉽게 성관계를 가지고 사후피임약 복용을 권유하는 상황을 생각해봤나"라며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돼 많이 팔릴수록 여성들은 성적인 약자가 된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이어 "사후피임약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량이 70%가량 증가했다"며 "전문약인데도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오남용, 부작용 문제도 급증할 것이다"고 말했다.

◆"안전성 충분히 확보…여성 중심으로 논의돼야"

반면, 대한약사회를 비롯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민우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접근의 용이성 즉, 접근성을 이유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부회장은 "현행 전문약으로 분류된 사후피임약은 진료·처방과정에서 배란일 확인이 어려운 등의 한계가 있다"며 “결국 복용 결정은 여성들에 달려있는 것이다. 때문에 복약지도와 관리체계를 강화해 일반약으로 전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경제부분 역시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의료 정책에서는 경제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후피임약은 현재 전문약으로 분류돼 2만~2만6000원에 처방되지만 일반약 전환 시 1만20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인숙 상임대표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놓고 어디에서도 여성의 삶을 고려한 종합적인 고민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여성들이 뒷전이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스스로 임신,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피임약 모두 일반약으로 전환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 역시 "실제 성관계 이후 병원을 찾은 여성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후피임약)처방밖에 없다"며 "이는 약국에서의 복용지도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청은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 등을 반영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7월말 사전·사후피임약을 비롯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 자리한 식약청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은 "사전·사후피임약 분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판단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오늘 공청회를 통해 다각적 의견을 수렴한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대한 합리적인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