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터뷰] “급발진 증명? ‘페달 블랙박스’라면 가능” 김필수 대림대 교수

차량부품 3만여개 전자식…급발진 원인 전자파교란

김병호·전훈식 기자 기자  2012.06.18 08:51:0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내수부진’ ‘급발진’ 2012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불편하게 했던 이슈들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는 시각이 있고, 진일보 기술 진화를 위한 진통이란 해석도 있다. 액면으로만 보자면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눈에 띄는 신차로는 현대·기아차의 싼타페와 K9 정도 밖에 없다. 반면 수입차는 어림잡아 8종 정도의 신차가 올해 하반기를 노린다. 자동차 전문가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로부터 시장 평가와 하반기 전망을 들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차량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73만919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의 고성장보다는 국산 완성차 브랜드들의 내수 부진과 급발진 사고 등의 이슈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반기를 흔들었던 이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국내 자동차 업계 유명 전문가인 대림대 김필수 교수와의 인터뷰과 상반기 핫 이슈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는 미국 마르퀴스 후즈후(Marquis Who’s Who)가 발행하는 세계인명사전(Who’s Who in the World)을 비롯해 세계 주요 인명사전에 수십 차례 등재된 사실상 업계 최고 전문가. 하지만 직접 접한 김 교수는 예상과 달리, 수수한 모습에 동네 아저씨와 같은 부드러운 인상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현대·기아차 vs 수입차’ 對고객서비스 향상 계기

첫번째 주제로, 부진을 겪고 있는 국산 브랜드와 황금기를 맞이한 수입 브랜드들이 공존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주소를 꺼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블랙박스위원장인 김필수 교수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장치 마련’을 수년 전부터 강조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8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수입차도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5사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며 “이러한 상황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왜곡된 시장이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쏠림 현상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형태’가 만들어졌다는 시선이다.

사실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의 판매 부진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현대·기아차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편중현상은 경쟁을 통해 제품의 품질이나 소비자 배려에 대한 질을 올리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대항마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수입차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어 수입차의 판매증가가 나쁘다고만은 볼 수는 없다”고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국내시장도 글로벌 시장으로 변화하는 단계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자율경쟁을 통해 수입브랜드도 소비자 배려 측면강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작용으로, 자동차 업체들 간의 경쟁을 통해 품질제고 노력과 소비자 배려, 마케팅 전략 등을 선진형으로 변화시킨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국내 브랜드 경향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입차들이 가격 동결 및 다운시키는 모습으로 시장 경쟁 요소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자극을 주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부분 등에서 한 단계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 거품이 많았던 수입차 가격은 분명하게 국산차와 시장이 구분됐지만, 최근 들어 수입차들이 중저가 모델이 들어오면서 중첩현상이 생겨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수입차에 대해 각성을 하고 경고했던 것이 그런 부분”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80%인데, 고급모델부분에서 수입차와 경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수입차들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수입차는 구입하는 것보다 이를 운용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 이에 대한 비용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는 “수입차들의 전략모델 가격이 많이 내려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부품 쪽 가격을 독과점으로 높이는 경향도 있어 이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며 ”특히 부품의 경우 국산차 대비 2.5배~8배 가량 차이나며 또 공임역시 3배정도다”고 비판했다.

◆‘급발진 방지책’ 2010년부터 꾸준히 강조

두번째 주제는 최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급발진. 급발진 의심 사고는 지난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사고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09년 81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 동영상이 잇따라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운전자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급발진’을 증명하려면 운전자가 자동차 결함을 밝혀내야 하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은 운전자 스스로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보니, 추정만 있을 뿐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도 패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혀 방법은 없는 것일까.

김 교수는 “자동차는 오작동에 대한 부분은 생길 수밖에 없어, 급발진 사고는 피해갈 수 없다”고 단정 지었다. 이유인 즉, 지난 15년 전부터 자동차 안전도 검사 기준에는 전자파 차폐에 대한 기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전자파에 의한 기기의 오작동 등 위험성을 인지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사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 원인에 있어 차량의 전기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교란 가능성에 주목한다. 차량부품 3만여개 가운데 전자부품은 30% 안팎에 이른다. 전자장치가 다른 장치를 교란시키면서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수동변속기 차량에선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김 교수 역시 “비행기 운항 중에 핸드폰을 끄게 하는 것과 동일선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다만 전자파 장애는 같은 부분의 원인을 똑같이 재현이 불가능해 계속 재판에서 지는 것이고 또 자동차 결함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급발진 사고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급발진 문제가 제기될 경우 운전자가 자동차 결함을 밝혀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은 제일 좋은 방법은 운전자 스스로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급발진 당시, 운전자의 발 모습을 비춰주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며 “패소하는 이유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것인데, 블랙박스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김 교수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블랙박스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항상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끝으로 김 교수는 급발진 합동조사단을 결성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내보이며 인터뷰를 마무리 졌다.

“이번에 결성한 합동조사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잘못하면 용두사미 격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급발진 사고에 대한 평가보다는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여론에 떠밀려 시늉한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게끔 독립적 역할을 기대한다. 그래서 더욱 구성과 역할, 임무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