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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스 금융, 수수료 덜 떼어도 효자상품?

수수료관련 손질 잇따르지만…'불안원인'평가 조정 필요有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15 20: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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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산스(Usance: 유전스로도 부름. 약정기간을 말한다.)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유로존 재정 위기 등으로 차입이 쉽지 않고, 한때 단기외채로 외환위기 상황의 숨은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던 이력도 있는 상황에서 유산스 L/C 수수료에 관련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면서 관심을 모으는 것.

유산스가 붙은 L/C 즉 기한부 수입신용장은, 수출업자가 발행한 환어음이 수입업자나 수입업자의 신용장 발행 은행에 제시되면 일정기간 경과 후에 수입업자가 수입대금(환어음 대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발행된다. 즉, 수입업자의 입장을 고려해 개설은행이나 수출업자가 대금결제를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외상거래 신용장이다. 아울러 이 신용장으로 발행된 어음을 유산스빌, 즉 기한부 환어음이라고 한다.

각종 유산스 관련 수수료, 은행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외국환 취급 은행들이 수입업체로부터 유산스 L/C 개설과 관련 부당한 수수료를 받아 온 관행을 적발, 이를 개선토록 조치했다.

이런 개설수수료는 우발채무(외화지급보증)에 대한 보증료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수•할인 이후에는 부과할 이유가 딱히 없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환어음을 인수•할인해 보증채무가 소멸된 이후에도 계속 신용장 개설수수료를 부과하는 점을 금감원이 밝혀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총 33개의 은행이 2011년 5월까지 부과한 신용장 개설수수료는 51억6000만원(1541건)이었는데, 이중 19개 은행이 부당한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개 은행이 부당하게 부과한 수수료는 같은 기간 중에 6억5000만원에 이르렀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니, 10% 가량은 잘못 챙긴 수입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금감원은 어음 인수•할인 이후 기간에 받은 신용장 개설 수수료는 수입업자에게 환급하도록 했다.
최근, 즉 금년 6월에 금감원은 유산스와 관련된 문제가 하나 더 메스를 댔다. 유산스빌(기한부 수입환어음)의 인수나 수입신용장 개설, 외화지급보증, 신용장 확인업무 등과 관련된 수수료를 월단위로 절상해 수취했던 은행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금감원이 지난 5월중 국내은행의 수출입 등과 관련한 외국환수수료 체계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이 수입신용장 개설수수료 등을 수취하거나 환급하는 경우 수수료 산출을 월단위로 적용했다. 또한 국내은행은 통상적인 외국환 거래시 발생하는 외화대출이자 및 외국환수수료를 원화로 수취하는 경우 매매기준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일부 은행은 수출환어음 부도이자, 확인수수료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은행에 유리한 전신환매도율을 적용해 왔다.

이에 금감원은 이 종류의 수수료를 일할기준(일일단위 기준)으로 수취•환급토록 하고, 외국환수수료 등 수취시 매매기준을을 적용해 수수료 수취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다시 시간을 지난해로 돌려보자면, 유산스 등 수수료 문제를 담합한 은행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적도 있다(2011년 4월26일).

내국수입유산스 등 바젤 III 시대에 어떻게 봐야 할까?

이렇게 유산스와 관련해 수수료를 떼는 은행 장사에 다각도로 제약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유산스 관련 L/C와 환어음이 별반 구미가 당기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유럽계 외국은행의 지점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차입 규모를 크게 줄인 바 있다. 그런데 외은지점들은 이에 재정거래 대신 파생상품거래나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 등으로 수익 확보를 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가 유산스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3월 들어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지난해 38개 외은지점의 순자금조달 및 운용 규모(평잔 기준)는 118조원대였다. 전년보다 6조원 가량이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차입이 감소하며 외은지점의 자금운용은 재정거래 목적의 유가증권투자는 축소하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재정거래 감소로 줄어든 수익을 대출을 늘려 벌충하기 위해서인데,  대출채권이 재작년보다 3조원 가까이 증가한 데에는 △  수출•수입을 위한 외화대출(1조원 상회)과 △ 매입외환•내국수입유산스 등 무역금융(역시 1조원 가량)이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차선책으로 택한 영업 대상이라는 면이 있지만, 매입외환이나 내국수입유산스 등 즉 통칭 무역금융이 우리 은행권의 수수료 떼기 꼼수 외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시사점이 되는 대목이다.

물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젤 III 준비 국면에서 유산스나 매입외환 같은 무역금융이 점차 부정적 면이 부각되는 쪽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위기 국면이 닥칠 지급보증이나 (L/C 개설, 기타 무역금융 상품 등 우발 부채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에서 개념 정를 한 부분에서 보듯, L/C 개설의 요청에서 매입외환•내국수입유산스 등으로 이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런 점 때문에 이런 무역금융이 위기가 다시 닥친다면, 은행 유동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산스 문제를 백안시할 것인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여전히 보인다. 금감원은 작년 11월경 은행 실무자들과 은행권 외환건전성 감독 방향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해 국제 상황이 나쁠 것으로 예측되던 시점이었으므로, 금융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불필요한 달러 운용을 줄이는 문제에 집중하려는 포석을 깐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금감원이 특히 주목한 불필요한 달러운용은 크게 두 가지,  △기업들이 원화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국내 외화채권(김치본드)에 대한 투자 문제 △외화유가증권 투자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우리 당국이 준비하는 위기시 유동성 대책이 어느 정도 탄탄하기 때문에 유산스 등 무역금융을 죄는 방향으로까지 집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즉 바젤 III 대비라는 측면에서라면 어쩔 수 없어도, 그 성장 제한의 폭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2008년 11월에 이장영 당시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기관이 BIS 비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용한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 세미나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어진 발언 중 “외화자산의 가격이 내려가 처분이 어렵자 금융기관이 유산스 등 다른 부분에서 외화자산을 줄이려 한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물론 위기 진화 그리고 예방을 위해 감시 작업을 할 필요가 있겠지만, 주력으로 공세를 펼 부분으로 무조건 단정하고 볼지, 심지어 다른 여러 관리 대상에 앞서서 옥죌 대상으로 단정할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치본드 규제 상황에서는 유산스를 공부할 여지가 커진다는 점은 이미 전부터 예상되기도 했다.

이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넘기고 바젤 III 국면이 임박한 와중에서, 유산스 문제에 대한 활용과 이익 추구가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 업데이트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는 주문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