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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클로즈 때문에”···국내 양대 항공사 대립각

대한항공 “EU에 유리한 불평등 외교” vs 아시아나 “흠집 내기 그만하라”

김훈기 기자 기자  2007.01.17 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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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3~24일 과천 청사에서 열릴 예정인 한불항공협정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프랑스가 파리 노선 복수항공사 취항 허용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EU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ause)’을 수용하라고 주장하자, 대한항공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아시아나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EU 지정항공사 조항’이란 EU 27개 회원국 항공사 중 일정요건만 갖추면 자국의 국적항공사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즉 국내 항공사를 EU 회원국인 프랑스에 복수 취항시키려면 기존 에어프랑스 외에 26개 EU 회원국 중 한 항공사가 국내에 복수 취항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감수하더라도 프랑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복수항공사 취항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한불항공협정의 복수화 개정 의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양측이 ‘전면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 협정 흠집 내기 그만하라”

아시아나항공은 17일, “대한항공이 정부가 추진 중인 한불항공협정의 복수항공사제 개정에 대해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거론하며 프랑스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 한불항공협정이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나는 “서울-파리노선이 지난 1973년 이후 34년 동안 단수항공사제가 유지되어왔다며, 이러한 시장 독과점에 의해 고질적인 좌석난과 높은 운임 등으로 국내 승객 불편과 국부 유출을 조장하는 노선”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는 “정부가 양국간 항공협정을 복수항공사제로 개정하려 노력해 왔으나 프랑스 정부는 ‘항공수요 40만 이상’ 등과 같은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며 오랜 기간 이를 거부한 채 시장 독과점을 조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거론되는 ‘EU 지정항공사 조항’은 프랑스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항공수요 40만 이상’이라는 조건을 국내 항공업계가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추가로 들고 나온 거부용 명분”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아나는 그러면서 “과거 아시아나가 경쟁노선에 취항할 때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가 공멸한다고 주장하다가 지난해에는 중국 시장에 취항하기 위해 항공자유화가 대세라고 주장하는 등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한불간 복수항공사제 도입 추진에 대해서는 명분이 없자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빌미로 본질을 흐리며 언론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자사의 이익을 위한 한불항공협정의 복수화 개정 의지에 흠집을 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EU만 유리한 불평등 외교”

반면, 대한항공은 정부의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ause) 수용에 대해 EU에만 유리한 불평등 외교이자 시장 역차별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7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희 사장은 “정부가 ‘EU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ause)’을 수용해 아시아나 등 파리노선 복수화를 추진하려는 것은 시장의 역차별을 초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게 되면, EU의 거대 항공사나 경쟁력 있는 저가 항공사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말했다.

즉, “파리노선 복수화 추진의 전제 조건인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면 유럽연합 27개국 항공사 모두가 서울에 취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유럽연합 국가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외교”라는 것이다.

또 이 사장은 특정항공사 진입을 막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EU 지정항공사 조항’이 받아들여지면 복수화에 참여한 아시아나항공도 피해를 본다. 우리도 유럽국가의 개별 국적 항공사와 붙어야지 왜 우리만 모든 유럽 대형 항공사와 경쟁해야 하나. (아시아나 진입을 막는)그런 의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복수화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자국 항공업계의 피해가 어떠한 것인지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럽연합의 압력으로 이 조항을 수용하는 것은 정부의 바람직한 협상 자세가 아니”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 항공법에 저촉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현행 항공법에는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는 그 나라 또는 국민이 소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협정 당사국 항공사가 아닌 제 3의 유럽연합 항공사는 한-불 노선에 운항할 수 없으므로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은 항공법을 먼저 개정한 후에나 수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미국 간 협상방식대로 EU를 대표하는 단일 협상주체인 유럽연합 대표부와 운수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의 틀 안에서 논의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일본·러시아·중국 등도 자국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자유화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작년에 중국·베트남 등과 체결한 항공협정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하거나 많은 유럽연합 국가와 개별적 항공자유화를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되고 평등한 항공협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