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GM '오펠공장 유예기간 연장' 한국GM은 '움찔'

오펠 CEO 쉐보레 물량 요구…디자인 과다투자에 물량 이전 우려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6.15 10:16: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달 24일, 한국GM 부평 디자인센터를 기존 두 배 이상의 규모로 확장시킨다던 글로벌 GM이 이번에는 오펠 보훔 공장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3년 전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 회생한 GM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유럽 사업을 흑자로 돌리기 위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GM의 ‘생산이전설(說)’은 일종의 낭설에 불과한 것일까. 이렇게 단정 짓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제너럴모터스(이하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Opel)이 오는 2016년 뒤에 독일 보훔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상 중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오펠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장 두 곳 폐쇄 가능성을 타진한 끝에 50년간 가동한 보훔 공장만 문을 닫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GM의 결정으로 그간 ‘생산이전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은 한시름을 놓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아직 ‘이전의 불씨’는 살아있었다.

◆보훔 양보한 오펠 ‘쉐보레 달라’

“우리는 2014년까지 (오펠)공장을 닫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분명히 그렇게 돼야 한다(We have to wait until 2014 before we can close a plant and clearly that has to be done).”

지난 11일, GM 댄 애커슨 회장은 미국 현지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GM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오펠이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독일 보훔 공장 폐쇄 시기를 2016년으로 결정했다.

결국 독일 노조는 오펠공장의 폐쇄시기를 GM과의 협상을 통해 2년이라는 유예기간의 연장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보훔 공장 폐쇄 결정 외에도 오펠 칼 프리드리히 슈트라케 CEO은 회사 회생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문제는 이달 내로 이사회에 제출할 이 방안에 ‘쉐보레 차량의 유럽 생산 방안(Studying Production of Chevrolet Models in Europe)’이라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슈트라케 사장은 “오펠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쉐보레를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디트로이트(본사) 및 상하이(GM해외사업부문)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We’re in discussions with management in Detroit and Shanghai to study whether or not there is merit in building Chevrolet vehicles in Europe to improve capacity usage)”고 밝혔다. 
 
   
GM 댄 애커슨 회장.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차량은 오펠이 생산을 맡고 한국GM은 유럽에 수출하던 쉐보레를 다른 지역에 팔라는 것으로, 현지 노조가 아닌 사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오펠이 자구책 가운데 하나로 쉐보레 생산 이관을 요구한 것은 한국GM이 생산한 쉐보레의 유럽 수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유럽 내 인지도 면에서는 아직 오펠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매출이 줄었어도 오펠은 지난해 독일에서 25만4605대를 판매했지만, 20% 이상 성장한 쉐보레는 2만9762대에 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안의 경우 오펠과 GM 본사, 그리고 한국GM이 소속된 상위조직 GM해외사업부문(GMIO)이 협의하게 된다. GM해외사업부문의 입장은 쉐보레 차량의 생산에 대한 변동 계획은 없다고 하나, 최종 결정권은 GM 본사가 쥐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디자인센터 확장 = 유럽 수출 적신호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오펠공장의 회생 방안이 발표된 전후, GM은 한국GM의 투자 목적을 발표했다.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시설투자 및 신차개발 집행을 목표로 했던 1조5000억원의 투자금액을 디자인센터 확장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시설투자 및 신차개발 집행을 목표로 했던 투자금액을 디자인센터 확장으로 변경, 발표했다.

글로벌 GM 측은 이와 관련해 “기존 금액에서 50% 늘려 글로벌 GM 디자인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GM이 보다 향상된 미래 제품 디자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투자로 11개국의 GM 디자인센터 중 규모적으로 3위에 속하는 부평 디자인센터가 독일센터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생산시설 아닌 곳에 너무 과다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생산기지를 한국GM 생산물량을 요구하던 오펠공장으로 이전하는 전초단계로 분석하는 것이다.

보훔 공장에는 30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독일 루르 산업지대에서 가장 큰 공장이다. GM 본사가 보훔 공장을 양보한 오펠을 살리기 위해 쉐보레 생산 이관을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현지 판매분은 현지생산한다’는 GM의 경영전략 상 명분도 언제까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오펠공장의 회생방안에 대해 GM에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