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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큰 나무가 자라는 문화적 토양 만들려면

[제29강] 쉬운 말의 경영학 ‘인력관리’

허달 코치 기자  2012.06.15 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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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관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모여 기업을 하자.’ 

‘함께 창의력을 공통 가치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구성원의 승-승을 이루자.’

‘개인 단위 수펙스 추구에서는 두뇌활용이, 조직 단위 수펙스 추구에서는 시너지가 키워드이므로 동적요소관리를 통하여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써 놓은 것이 ‘최종현 사장학’의 근간이므로 정적요소관리 중 특히 인사 및 조직 관리는 이를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뒷받침 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SKMS에는 그런 면에서 많은 고심을 란 흔적이 남아있다.

요즘에는 모범을 보이는 리더도 드물어지고 구성원들도 모두 약아 빠져져서 ‘글쎄 기업관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건가요? 기여하다 떠난다는 기업관이란 회장, 그 주변부터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는 본심을 심지어는 최고경영자급에 있는 임원들도 공공연히 토로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말로 기업관에 투철한 구성원들이 모인 ‘사장학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의 회사를 한번 상정(想定)해보자.

회사를 이끌던 최고경영자가 어느 기간 경영을 주도하다가 이제 이 기업에는 더 젊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물론 SKMS, 수펙스 추구 정신에 따라 복수의 후계자 풀(pool)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떠나는 공헌자(貢獻者)를 어떻게 우대하여야 할까? 사장학의 인사관리는 기업관에 맞추어 이것부터 준비해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떠나는 사람이건 남아서 더 공헌하는 사람이건, 구성원들이 기업관에 철두철미하게 충실한 경영활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식관리라고 하셨나요? 이직(離職)관리가 아니구요?”

“무식하기는… 회장님 말씀은~ ‘이식(移植)’, 옮겨 심는다는 뜻의 이식이라네. 회장님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하시기 전에 농과대학 나오신 것 몰라?”

SKMS 만들기의 초창기, HR 부서의 상하 직원 간에 오고 간 대화 에피소드이다.

20~30년을 한 문화적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큰 나무를 다른 장소로 옮겨 심으려면 의당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넓고 깊게 구덩이를 파고 먼저 있던 곳의 흙을 뿌리와 함께 파서 이식한 다음 영양제도 투입하고, 물도 때맞춰 주면서 일정기간 정성을 들여 돌보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CEO든 누구든 사람을 바꾸었으면 그만이지 왜 떠난 사람에 대한 이식관리가 필요하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 자신을 놓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관에 충실하게, 삶의 우선순위를 늘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이룸으로써 자신의 성취도 함께 이루는 것이다 생각하고 불철주야 30년을 공헌하다가, 어느 날 이제는 후배든 누구든 다른 사람이 자신이 맡던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떠나는 기업인이 만약 있다면, 그를 어떻게 대우하여야 기업에게는 가장 이득이 될까?

그 공헌에 대한 보답이라는 발상은 이기적 기업 안전이니 접어 두고라도, 그를 잇는 후계자들이 그와 같은 기업관을 갖고 그를 본 받아 기업에 공헌하도록 그를 명예롭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회사 경영에 득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큰 나무를 제대로 이식관리하지 못하는 문화적 토양이라면 당연히 큰 나무가 자라나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최종현 회장은 SKMS를 만드는 초기 과정에서 퇴직관리·이식(移植)관리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구체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기도 하였는데, 이 중요한 시도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에서 자꾸만 문서화(文書化)가 유보되었다가 결국 회장 돌아가시자 얼씨구나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를 승계하였다는 경영자들이 모두 최 회장의 근본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정신을 지켜나가기가 힘겨웠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경우든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오늘 SK에서 통용되는 SKMS가 과거의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그토록 고인이 싫어하였던 통상(通常)경영법의 범주에 가까워진 것도 이처럼 승-승의 기업관에 내재된 핵심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의 구명(究明)에 소홀하였던 것이 그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의욕 등 동적요소를 신장시키기 위해 인력, 조직관리가 결정적 관리요소가 됨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의욕관리’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공정한 인사관리’를 그 첫머리에 내세워 의욕을 고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강조하고 있다.

어쨌거나 기업관 등의 핵심 개념과의 연계에 위와 같은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을 해 두면서, 있는 그대로의 SKMS 인력관리 정의를 아래에 소개한다.

인력관리의 정의

기업 구성원의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인사관리 각 영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동적요소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1. 기업 구성원의 1인당 생산성은 총생산을 인원수로 나눈 것이다.

총 생산은 구성원의 신체적 활용(Physical Employment)과 두뇌활용(Brain Engagement)의 결과이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신체적 활용도와 두뇌활용도를 다 같이 높여야 한다.

2. 인사관리의 각 영역과 동적요소는 구성원의 신체적 활용과 두뇌활용이 최대가 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가. 인사관리 각 영역이란 직무관리, 채용관리, 교육훈련, 승진관리, 이동관리, 급여관리, 복리후생관리, 퇴직관리 등을 말한다.

나. 동적요소란 의욕, 관리역량, Coordination, Communication, SK-Manship 등을 말한다.

다. 신체적 활용도를 높이는 데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으면 반발이 따르게 된다. 반면 두뇌활용도를 높일 때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응하게 되고 그 정도를 넘더라도 큰 반발은 없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신체적 활용도를 높여야 하지만 과중하지 않도록 하고, 두뇌활용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3. 두뇌활용을 최대로 하여 Super Excellent 수준 추구를 하기 위해서는 단위조직의 리더

가 개개인에 맞게 동적요소관리를 중심으로 한 특별관리를 하여야 한다. 인력관리는 일반적 관리와 특별관리로 나눌 수 있다.

(1) 일반적 관리(Generalized Management)란, 인력관리조직이 주체가 되어 전사적이고 간접적, 정기적으로 행하는 인력관리를 말한다.

(2) 특별관리(Specialized Management)란, 단위조직의 리더가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개벽적이며 직접적, 항시적으로 행하는 인력관리를 말하며, 인력관리조직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단위조직의 리더가 행하는 것을 말한다.

나. 인력관리조직은 시간과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 매시간, 매인별 인력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Super Excellent 수준 추구가 잘 되도록 두뇌활용을 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각 단위조직의 리더는 인력관리조직에서 할 수 없는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
 
<인력관리부서의 역할>

1. 조직관리: 회사의 조직을 짠다.

2. 인사관리: 인사관리 각 영역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3. 동적요소관리: 부서장이 동적요소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전사적 차원에서 지원, 점검한다.

4. 생산성관리: 전사 또는 단위부서의 생산성을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인력관리부서의 역할을 다시 정리하여 인력관리부서가 스탭으로서의 역할을 넘지 못하도록 당부한 것 같은 인상을 남긴 것은 아마도 시대적 유산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기업의 스탭들(특히 인사 스탭)이 자신들이 CEO의 보조기능을 수행함을 기화(奇貨)로 삼아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라인부서의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이지만, 인사스탭부서에 의한 라인장(長)의 인사권 침해는 SKMS 제정 당시에도 많은 기업의 큰 병폐였다.

더욱이 라인부서장으로 하여금 부하의 동적요소를 직접 ‘특별관리’하여 두뇌활용을 극대화 하는 책임을 맡게 하려던 최종현 회장의 일관된 방침에서 보면 꼭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이슈였던 것이 분명하다.

[다음 회에선 ‘쉬운 말의 경영학 조직관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