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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외환은행 2X카드, ‘갑툭튀 전략’ 왜?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6.14 13: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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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 여기 있던 은행이 어디갔지?”

‘고객님’이 화들짝 놀라고 계십니다. 흔한 현수막 한 장에 저렇게까지 놀란 건 어쩐 사연일까요? 바로 은행 지점을 통으로 없애고 다른 걸 하는 같은 상황 때문입니다.

외국계 은행에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은행으로 돌아온 외환은행(004940)이 잃어버린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는 외환은행 소속의 은행계 카드인 외환카드 부문도 마찬가지인데요. 정확히 말하면 외환은행의 한 부서인 카드사업부인 거죠.

외환은행은 최근 오래 사용할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2X(투엑스)카드’를 출시하고 회사 간판까지 내주는 신선한 마케팅을 선보이며 시장점유율 탈환에 나섰습니다. 카드 출시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의 151개 모든 지점에서 ‘KEB외환은행’ 이름이 적힌 간판 대신 새 카드를 알리는 ‘외환 2X카드 출시’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건 것입니다. 저 고객님을 착각시킨 건 바로 저 상황이랍니다. 은행 지점이 진짜로 이사간 게 아니에요~!

이를 테면 ‘팝업 스토어’인데요. 딱 1주일만 저렇게 게시를 하고, 은행 점포를 특정 카드의 상품 집중 공략 기반으로 전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팝업 스토어로 못 볼 바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팝업 점포(팝업 스토어)는 길게는 한두 달 정도로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을 지칭합니다.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겟(TARGET)이 2002년에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자 단기간 임대한 임시 매장을 열었는데, 의외의 인기를 끌었고, 이를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합니다. 속된 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옴을 말하는 인터넷 신조어. 별다른 배경없이 돌출행동을 하거나 등장한 사람을 말한다.)’해서 인상을 깊이 각인시키는 거죠.

금융권에서도 KB국민은행(105560)이 7~8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신개념 소형점포 ‘Pop up Branch(팝업 브랜치)’를 남양주 별내 신도시에 오픈하며 이 개념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위성통신을 활용해 단순 입출금 거래 정도만 제공했던 버스형 모바일 점포보다 진보된 채널로 일반 은행지점과 똑같이 일을 볼 수 있고요.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역 여건과 고객 특성에 맞춰 점포를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됐죠.

아무튼 이번 팝업 점포 정신을 잘 살린 외환은행 현수막 깜짝 변신은, 그룹 내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의 경쟁 구도 역시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은 지난 1월 말 하나금융(086790)으로 편입됐지만,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은 향후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 받아 한 그룹 내 듀얼코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런 와중에 ‘2X카드’는 외환은행 윤용로 행장이 지난 2월 취임 이후 넉 달가량 준비한 야심작으로, 외환은행의 이 같은 시도는 뚝 떨어진 외환카드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행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9년간 외국인 주주에서 우리나라 하나금융그룹으로 돌아온 외환은행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카드도 예외가 아니고, 이번에 이런 일까지 벌인 것이죠.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혹은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이 ‘한 가족’인 만큼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지점 통폐합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구요. 그런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초강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벌인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터넷 홈페이지의 팝업처럼 불쑥 튀어 나온 외환은행 그리고 외환카드의 도발에 다른 카드사들의 영업시장 잠식이 얼마나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하나SK카드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외환카드 팝업 점포 때문에 얼마나 놀랐을지 솔직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