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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브라더스의 그 남자, 꿈은 "한식세계화 이끌어야죠"

[인터뷰] 청와대 조리팀장직 박차고 나와 한식세계화 올인한 정찬부 본부장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6.13 1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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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팝 열풍으로 대변되는 한류열풍과 함께 한식(韓食)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식에 대한 관심 증가로 세계 각지에서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을 파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눈에 비쳐지는 한식과 한식당은 '한국의 음식'이 아닌 아시안 푸드 중 하나일 뿐이다. 때문에 한식이 한국음식으로 대표성을 인정받고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이는 외국 한식당들이 대부분 일본인이나 아시안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선보이는 한식은 정통 한식이라기보다 퓨전 한식으로, 우리 고유의 한식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식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자 한식세계화의 현주소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한식세계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기반을 닦아온 브랜드가 있다. '한식의 패밀리레스토랑', '한식의 아웃백'이라고 불리는 '불고기브라더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대표 음식을 내세우기보다 제대로 된 한식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불고기브라더스. 한식을 세계로 알려나갈 불고기브라더스에서 그 한식메뉴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정찬부 R&D 본부장을 만나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부터 25년간 한식과 동고동락해온 정 본부장은, 청와대 비서실 한식팀장, 한국의 집 부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이티앤제우스에 영입돼,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과 손잡고 불고기브라더스를 탄생시켰다.

◆고졸만이 목표였던 청년, 우연히 요리에 입문

사실 정 본부장이 조리의 길에 입문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충북 음성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당시 고등학교 졸업만을 꿈꿨을 뿐 앞으로 어떤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택할지, 어떤 직장을 가질지 별다른 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조리계에 종사하던 막내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현재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불고기브라더스 정찬부 R&D 본부장.
조리에 입문한 그의 첫 직장은 염창동의 한 가든이었다. 작은 아버지의 소개로 가든에서 일하게 된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설거지와 잔심부름이었다.

"항상 (출근시간보다) 1~2시간 전에 출근해서 설거지를 끝내 놓고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반찬 등 요리를 모두 만들어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요리가 재미있었다.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고깃집 주방에서 힘든 막내 시절을 보냈지만 조리의 재미는 정 본부장을 매료시켰다. 이후 군대 전역 후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며 그는 본격적으로 조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조리 일을 할수록 재미가 있었다. 힘들만도 한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을 정도다. 적성에 맞는다고 해야 하나, 일이 재미있었다."

25년간 조리사로서 일해 오는 동안 힘든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정 본부장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힘든 것도 잊게 할 만큼 그를 매료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 자부심을 느낀다.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조리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이이야기를 하는 동안 정 본부장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청와대 한식팀장, 3개월만에 때려치우려다…

조리 길에 접어든지 10여년이 지났을까. 조선호텔 한식당에서 일하던 그는 1998년, 故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비서실 한식팀장으로 영입됐다.

"故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한식팀장을 뽑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특급호텔 주방장들 중 뽑고자 했는데, 주변에서 조선호텔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나를 추천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추천을 사양했다. 그러나 나중에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와 한식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청와대 한식팀장으로 일한지 3개월만에 그만두려고 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하루 온종일 주방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입맛이 전혀 다른 대통령과 영부인 두 사람의 기호에 맞는 한식을 끼니마다 만들어내는 일이 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찬 등 행사가 많은 청와대 조리팀의 경우 한식, 일식, 양식을 불문하고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와대에 들어간 지 3개월만에 나오려고 했지만 까다로운 두 분의 입맛을 잘 맞추면서 청와대 측의 반대가 있었다. 또, 그만두기 위해 대신할 사람을 뽑아놓으면 나가버리고, 또 뽑으면 나가버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그때 당시에는 그만두지 못했다. 약 3년여를 더 일한 뒤에,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워놓고 나오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 한식팀장 자리를 내놓은 그는 이후 한국의 집, 배상면주가, 국순당 등에서 현직으로 일해 왔다. 또 그가 메뉴개발 등 R&D 분야 일을 접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청와대를 나온 후 주변의 권유로 또 우연찮게 R&D쪽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해오던 조리일과 많이 달려 많이 힘들었지만 배우면서 익혀갔다.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것은 파고드는 끈기 있는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정 본부장은 R&D분야와의 인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조리와 R&D, 그러나 현재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정 본부장. 어쩌면 조리와 R&D는 그의 숙명 아니었을까. 한편, 어찌 보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또 다르게는 전혀 별개라고 생각되는 조리와 R&D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조리의 경우 주어진 일만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하면된다. 그러나 R&D는 스스로 개발해야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가 개발한 음식을 고객들이 맛있게 먹고 평가해주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었다. 이것이 R&D의 매력이 아니겠나."

◆R&D 길에 들어서…한식세계화에 눈 뜨다
 
정 본부장의 청와대 한식팀장 역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두 가지다. 앞서 말한 R&D를 접한 것과 한식세계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십수년간 현직에서 한식을 만들고 접해온 정 본부장은 한식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데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한식 세계화 필요성을 인식했다.

"우리나라 호텔 중 한식당이 없는 곳이 많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머무는 곳으로, 한식을 알릴 좋은 기회지만 그런 호텔들이 한식당을 갖추지 않고 있어 안타까웠다. 이렇게 한식세계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한국음식세계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식세계화를 위한 요리를 개발하고, 기능장·기능사를 배출하고 컨설팅 등 역할을 해왔다."

정 본부장이 한식세계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업계에서도 그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한식을 선보이거나 한식세계화를 목표하는 브랜드, 업체들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이어진 것이다. 이중에는 이티앤제우스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도 있었다.

   
정찬부 본부장의 매서운 눈매와 다부진 체격에서 결단력이 묻어났다. 25년간 한식 외길을 걸어온 그가 불고기브라더스의 한식세계화를 어떻게 실현시킬지 기대된다.
롯데 호텔에서 인연을 맺은 정 회장과 이 사장은 T.G.I.Fridays's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을 국내 안착시킨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20여년간 함께 일해 온 두 사람은 한식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시장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는 방식으로 한식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이티앤제우스라는 외식기업을 꾸리고 한식 브랜드 불고기브라더스 론칭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이 한식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메뉴개발 등 실무를 담당할 적임자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식세계화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엔 나도 한식세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이 '불고기브라더스로 한식세계화를 이끌어보자'는 영입제의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름만 있던 불고기브라더스, 탄생하기까지…

정 본부장이 합류하며 이티앤제우스는 2006년 4월 본격 출범하게 된다. 이후 7개월만인 10월 이티앤제우스의 첫 번째 한식 브랜드 불고기브라더스가 론칭했다.

"불고기브라더스(이티앤제우스)합류 당시 불고기브라더스는 브랜드네임과 '육류 브랜드'라는 것 외에는 전혀 정해진 바가 없었다. 합류하자마자 회장님 댁 지하주차장에 주방 설비를 세팅하고 5~6개월간 메뉴개발에만 전념했다. 불고기를 대표 메뉴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냈고 회장님 지인분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가지고 좋은 반응을 얻은 메뉴로 그해 10월 불고기브라더스 1호점을 오픈했다."

이렇게 탄생한 불고기브라더스 1호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몰려드는 손님 탓에 직원들은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인기에 힘입어 매장을 지속 확장해갔다. 한식 대표 메뉴인 불고기를 아웃백과 같은 패밀리레스토랑 분위기의 매장에서 즐길 수 있고,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메뉴 레시피의 표준화·계량화를 통해 동일한 맛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큰 호응을 얻었다.  

"한식은 손맛이라는 것 때문에 어디서든지 똑같은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식세계화가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불고기브라더스 메뉴 개발에 있어 메뉴 표준화·계량화에 중점을 뒀다. 어떤 메뉴를 개발하더라도 계량해 정확한 양을 기록해가며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불조절과 장(醬) 숙성 정도 등은 표준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식세계화를 위한 과제가 아닐까한다."

여기서 그가 개발한 메뉴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또, 불고기브라더스가 한식세계화 브랜드인 만큼 이 메뉴들이 외국인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불고기브라더스에서 선보인 메뉴들은 지역별로 돌아다니며 특색 있는 불고기를 맛보고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조합으로 개발해낸 것들이다. 또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다양한 재료로 메뉴를 만들어가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맛있는 메뉴들이 만들어진다. 또 현재 운영되는 불고기브라더스 매장에서 시식을 하며 더욱 개선해야할 점과 메뉴개발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선보인 메뉴보다 더 많은 메뉴들을 선보여나갈 것이다."

◆불고기브라더스, 이제는 한식세계화 속도 낸다

한식세계화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온 정 본부장과 불고기브라더스. 그동안 이를 위해 기반을 닦아온 불고기브라더스의 향후 한식세계화 계획과 목표달성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정 본부장에게 물었다.

"한식세계화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레시피의 표준화·계량화가 이뤄져야한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이미 레시피의 표준화·계량화가 정립됐다. 향후 외국인 입맛에도 잘 맞을 수 있도록 메뉴를 약간 변형시키거나 개선해 선보여 불고기브라더스를 한식세계화 브랜드로 알려나갈 것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이 외에도 돌솥요리 전문점 '스톤팟키친'을 론칭, 불고기브라더스와 함께  한식세계화 브랜드로 키워나갈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불고기브라더스를 비롯해 이티앤제우스의 모든 브랜드의 메뉴 R&D를 담당하고 있는 R&D팀 인력 확보가 시급해 보였다. 현재 R&D팀은 정찬부 본부장과 한 명의 직원, 두 사람이 맡고 있다.

"현재 2명이서 R&D를 총괄하고 있다. 메뉴개발뿐 아니라 매장의 음식품질 체크 등 메뉴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어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매장수가 더 증가하는 만큼 인력을 충원해나갈 계획이다. 더욱 다양한 메뉴개발로 한식세계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