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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서울서부고용센터 조정구 소장 "고용 성공모델 전파 꿈"

팬택 찾아가 "관내 특성화고 학생 채용해 달라"…50명 취업성공

김경태·이혜민 기자 기자  2012.06.12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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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용센터는 흔히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일자리와 관련한 다양한 업무로 늘 분주하다. 취약계층과 특성화고등학교 학생 취업에 특히 힘을 쏟고 있는 서울서부고용센터(이하 서부센터)를 찾았다. ‘오로지 일자리’를 모토로 120명의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곳 센터책임자 조정구 소장을 지난 7일 서부센터에서 만났다.

“우문현답, 일자리 문제 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은 일자리 창출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일자리 정책의 결론은 ‘결국 현장’이라는 얘기다.

서부센터 조정구 소장은 ‘현장을 뛰어야 일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명제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서부센터에서는 구직자를 위한 취업지원은 물론, 취업자의 능력개발까지 도맡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일자리 현장을 직접 방문, 청·장년층 내일 희망 찾기 사업 중심으로 취약 계층의 고용촉진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 대상으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직장과 대학, 두 마리 토끼

전국에 포진해 있는 고용센터는 모두 81개. 이중 서부센터는 서울시 마포구·용산구·은평구·서대문구 등 4개 구를 관할하고 있다.

   
조 소장은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 소장은 “용산구에는 전자상가, 마포구에는 상암 DMC 등 IT 산업이 밀집돼 있는데, 주변에 규모가 큰 기업이 많지는 않지만 제조업도 꽤 있는 편”이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고용정책의 방안을 설명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주거 밀집지역인 서부지역에는 특성화고등학교가 14개나 된다.

이러한 지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서부센터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특성화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했다. 학생과 교사·학부모와의 개별 면담을 실시, 취업희망자를 1725명으로 확정했다.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조 소장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직장과 대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간다는 취지로 취업지원을 위해 산·학·관 대학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잡고(Job) 꽉 잡고(Job)’라는 슬로건 아래 관내 특성화고(14개), 기업(팬택 등 10개사), 대학(명지전문대 등 3개) 등 27개 기관이 참여했다. 특성화고와 기업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맺어놓기 위해서였다.

MOU만으로 모든 게 성사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서부센터는 산·학·관이 조율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3자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최적의 일자리 창출’의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조율에 조율을 더 해야 한다. 채용 된 이후에도 기업에 맞게 사후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3자간 소통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서부센터는 특성화고를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들을 상대로 특별한 가르침도 빼놓지 않는다. 다름 아닌 직장인이 되기 위한 자세와 인성 교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센터는 기업에 일꾼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꼭 필요한 최적의 직장인을 조달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견기업에 고용창출 능력은 대기업보다 많습니다. 고용안정이 보장 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조절하는 기업이 중견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알짜배기 회사가 바로 중견기업인 거죠. 이에 관내 중견기업연합회와 긴밀히 협조해 해외 취업 연수제 실시와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도록 제안했습니다.”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 버려야

조 소장은 본인을 ‘세일즈맨’이라고 칭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지시하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발로 뛰는 체질이다. 솔선수범이 몸에 밴 전형적인 현장형이다. 하지만 무작정 기업을 돌아다니진 않는다. 목적성이 없으면 자칫 성과 없는 비효율 실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책에 공감하는 선도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현장을 누빈다. 고용창출이 효과적으로 구체화되기 위해선 ‘정책 공감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조 소장은 (주)팬택 얘기를 들려줬다.

팬택은 주로 지방에서 인력을 채용해왔다. 납품하는 공장이 경기도 김포에 있기 때문인데, 이 소식을 듣고 조 소장은 팬택을 직접 찾아갔다. 조 소장은 팬택 본부장을 만나 “비용과 시간에 대한 투자는 센터가 할 테니, 특성화고 학생들을 채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센터의 역할과 향후 비전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팬택은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한 상태 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50여명의 채용을 약속했다. 조 소장은 기업과의 자리에서 진정성 있게 대하면 항상 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업에게 특성화고와 관련해서 방문을 요청하면 여전히 기피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현실의 벽을 뚫는 것이 우리의 임무고,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진정성을 가지고 뛰고 또 뛰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큰 기업에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나면 일이 쉽게 풀립니다.”

   
조 소장은 일자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정부의 열린 고용을 위한 고졸취업 일자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부센터가 직접 발로 뛴 이후,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졸 직원들을 위한 직무가 별도로 마련되고 있는 데 대해 조 소장을 비롯한 서부센터 직원들은 큰 보람을 느끼고있다.

“미세하게나마 기업과 특성화고 연계가 확산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소, 중견기업 등 100군데에서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특성화고 취업은 어느 정도 정착될 것입니다.”

◆청년, 중·장년층 취업부터 관리까지

이외에도 서부센터는 실업난에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구직자와 중·장년층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취업진단에서 직업훈련, 취업알선에 이르는 3단계 사업이다. 단계별 종합 프로그램으로, 총 9개월에 동안의 취업지원 대규모 프로젝트다. 취업 능력 파악한 후, 방향 설정에 따라 직업훈련을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직업훈련비와 생계지원비 등을 지원한다.

서부센터는 취업 이후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취업 후 일정기간 동안 근속할 경우 성공예산 100만원을 지원한다. 아직 대상자 홍보가 잘 되고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홍보를 위해 4개 지역구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108명이 지역 내, 여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참여토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서부센터는 청년층의 취업을 돕기 위해 ‘올라’와 ‘CAP 프로그램’ 등 청년층 직업지도 과정도 실시하고 있는데, 4~5일짜리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은 청년들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 쓰는 법부터 알려주고, 발표하는 영상을 찍어 본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단점을 보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로써 청년들은 취업 눈높이를 맞추고,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취업 의욕이 떨어져있거나 취업 방향을 찾기 힘든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현재 이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지원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등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근무만족도 ‘직원간 소통’이 관건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위해 불철주야 뛰느라 몸이 피곤에 절어 있을 만도 하겠지만, 조 소장은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보람’을 더 강조했다.

“120여명이 서부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다들 자신이 맡은 일 외에도 주요하게 추진하는 사업을 병행해서 맡고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곤 합니다. 근무만족도가 낮아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업무 부담이 큰 만큼  보람과 성취감 또한 큽니다. 일이 많아도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죠.”

조 소장은 영화·볼링·당구 등 10개의 동호회를 만들어 간부들에게 회장을 하나씩 도맡도록 했다. 한 달에 한 두번씩 번개미팅을 통해 직원간의 소통을 활성화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점심시간에 ‘힐링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직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향후 사업을 묻는 질문에 조 소장은 앞으로의 일거리를 한 보따리 또 풀었다.

“현재 국세청이나 국민의료보험에 명단에 없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그런 사업장을 발굴해가야 하는 것도 센터가 앞으로 짊어지고 갈 숙제입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취업 후진학’이 정착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관내 특성화고와 기업의 MOU체결 이후, 더 체계적으로 모든 학생들을 취업시키도록 노력할 겁니다.

특히 조 소장은 서부센터가 ‘고용 성공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부지역에서 먼저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전파하는 것입니다. 특성화고 취업에 대한 성공모델 뿐 아니라 취업성공패키지 사업도 다양한 홍보를 통해 더욱 활성화 시킬 계획입니다. 센터를 방문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의와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발로 뛰면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큰 보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