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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과 을' 카드수수료 두고 딜레마에 빠지다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6.11 17: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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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대형가맹점 사이에서 카드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카드사들이 둘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자 여전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게 '대형 가맹점과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압박이 거세진다는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공문을 통해 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압력에 밀려 수수료율을 낮춰선 안 되며 어떤 형태의 보상도 제공하지 말라고 카드사들에게 주문했다.

시민단체들도 다시 행동에 나섰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오늘 19일부터 세 차례 걸쳐 대형 가맹점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슈퍼갑' 대형가맹점에게 여전히 '을' 입장인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요구가 난감한 모양이다. 수수료 체계 개편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슈퍼갑에게 ‘수수료를 올려야 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긴 어려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법 시행까지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 요구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리한 계약은 하지 않겠지만 행사나 포인트 인상 등을 카드사에게 요구한다면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부터 대형가맹점에 '더이상 부당계약은 없다'는 확실한 태도를 취해야겠지만 아직 여전법이 시행전인 만큼 거절하기 힘든 가맹점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확실한 가이드라인 제공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당국의 경고 문구가 담긴 공문 또한 가맹점의 요구를 거절하는 임시방편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 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을'의 입장에서 대형가맹점의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카드사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금융당국 또한 체계를 바로잡으려면 확실한 가이드라인 제시로 대형가맹점의 요구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마케팅비용에 대해 철저히 감독하는 동시에 부당한 수수료율 계약을 체결한 카드사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법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가맹점들이 누릴 수 있는 보상도 카드사들이 확실히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부가서비가 축소된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마케팅 비용 축소로 인해 과도했던 고객 부가서비스 또한 어느 정도 손보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러려면 대형가맹점에게 '공정한'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것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 않은 채 소비자 혜택만 줄여나간다면 카드사들은 결국 자영업자도, 대형가맹점도 아닌 고객들에게 외면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여전법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모두에게 '공정한' 수수료율 체계가 시장에 무난히 안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