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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사진 한 장에 빛바랜 사회공헌

전훈식 기자 기자  2012.06.11 08: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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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의 사회책임(이하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환경·인권·소비자·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활동을 일컫는 용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윤리경영보다 한 단계 앞선 개념이다.

미국 및 유럽의 다국적 기업이 후진국에서 활동하면서 아동노동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 것을 원인으로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주장됐으며, 지난 2001년 미국 엔론사의 회계부정사건을 통해 일반화됐다.

근래 들어 기업들의 CSR은 기부후원·자원봉사·공익사업·공익캠페인 등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자선활동(Philanthropy Activity)으로 변화했다. 국가의 복지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 대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미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 투자’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현대자동차(005380)도 사회공헌 측면에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현대차는 사회공헌활동 및 여수엑스포 후원의 일환으로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1박2일간 엑스포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대상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외계층 아동과 자사 소년소녀가장 멘토링 캠페인 참여 학생 등 총 1000명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문화적 소외계층 아동들이 엑스포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하며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며 “지속적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나눔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서울역 인근에서 찍은듯한 사진 속에서 행사 참가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오랜 공헌 활동을 ‘일종의 투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개 이러한 대상을 상대로 행사를 진행할 경우, 개인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전체적인 행사 분위기 사진을 찍는다. 그들의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되도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사진 속 주인공들의 표정은 본인 처지를 알아서 이었는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슬픈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에게서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 쪽 사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변했지만, 그것으로 그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사진 한 장 가지고 이번 행사와 그들의 공헌활동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사회 공헌활동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DNA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활동’이라는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진정으로 당사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사회 공헌활동을 하고도 당사자들의 마음 하나도 헤아리지 못하면 오히려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당사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