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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FTA論 솔솔, 오히려 국내에 분쟁 프레임 공급?

각국 속셈 복잡…한·미FTA ISD논란 전례 타산지석해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09 21: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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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반기,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관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오는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 기간 중 3국 간 FTA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 데일리가 9일 보도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 소식통이 3국 간 협상은 길고도 치열하겠지만 오는 2015년까지 타결을 위해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했으며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 FTA 기대감 높지만 한·일 배상청구권 복병

한국과 일본간의 FTA 추진 역시 하반기 협상 본격 재개 가능성이 이미 점쳐진 바 있다.

위의 외신이 일본의 3국 간의 FTA를 둘러싼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는 데서도 발견되듯이, 즉 일본은 실익보다도 자칫 동북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시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방향을 가진 것은 일단 정설로 받여들이고 있다.

일본은 한·일 FTA가 재개되지 않으면 중·일 FTA라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우리 역시 한·중, 한·중·일 FTA 추진 상황에 돌발적으로 중·일 FTA가 작용,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일 FTA 재개를 검토하는 기본 구조를 이미 가져 왔다.

당국의 입장과도 별개로 한일경제인협회쪽에서(조석래 회장 발언) 5월 높은 수준의 FTA 체결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징처권에서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7일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의 예방을 받고 한국과 일본의 FTA 추진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정부가 하반기에 한·일 FTA 재개를 추진하려는 배경에 다른 문제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지난번에도 문제가 되어 온 쟁점 분야에서의 일본측 양보가 이번에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아울러,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민간인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측의 확고한 주장에 맞서서 최근 배상청구권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우리 대법원에 나온 점 때문에 협상 시작 후 분위기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정권이 하반기에 문제를 꺼내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이 같은 역사 문제를 건드려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을 정부가 지고 또 여당인 새누리당이 부담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 길 열릴까

한·중 FTA 협상에서도 긴 줄다리기를 해야 할 대목이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폭넓은 서비스시장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서 나온 '한·중 FTA 협상시 서비스분야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는 4일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한·중 FTA에서 서비스 분야는 상품무역의 관세인하 협상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개방에 매우 소극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비슷한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중국 투자에서는 제조업이 여전히 전체 투자의 77.5%(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등 편중돼 있다. 

한·중 양국이 그동안 체결한 FTA 협상에서 서비스업 개방 내용을 보면, 한국의 서비스시장 개방 수준이 높지만 중국도 근래 상당한 수준의 개방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런 변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이 위의 차이나 데일리 보도에서 보듯, 우리와 1:1 협상을 놓고만 교감하는 게 아니고 일본의 움직임을 함께 논의 선상에 올리는 3국 간 FTA 추진에 관심을 표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가 주장을 펼 여지와 재량이 좁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잘못 처리하면 논란…하반기 내내 정치쟁점 변질 안 되도록 신중기해야

이렇게 여러 복잡한 셈법이 있는 인접국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FTA 추진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위기 등으로 유로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고 세계적으로도 경제 난맥이 우려돼 역내 경제권에 대한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런 한편 졸속 처리에 대한 위험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 체결된 미국과의 FTA만 보더라도,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외에도, 효율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등 긴 시간을 두고 임해도 장밋빛 결과만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4일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주요 정책 및 입법과제'라는 2권짜리(773페이지)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15일 발효된 한미 FTA 가운데 19개 중요분야를 선정해 분야별로 협정의 주요 내용과 파급효과, 쟁점, 관련 정책 및 입법과제 등을 제시했다. 상품부문에서는 외국인투자 유치촉진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FTA로 인한 피해기업의 회생뿐만 아니라 사업전환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여야간 정권 교체 매치가 벌어질 연말 대선 정국이 가까워 오는 점을 겹쳐보면, 오히려 경제적 문제로만 접근하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외교적으로나 국제경제적(역내 경제 측면)으로 관찰하고 또 지나치게 속도를 내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처럼 양국간 FTA 결론을 얻는 데 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측이 거론하는 것처럼 2015년을 최종 목표로 신중하게 동북아 경제권이라는 거시론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최근 ISD 문제가 여러 측면에서 쟁점이 되는 것 역시 이런 동북아 내 FTA를 처리하는 데 치르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