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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묘수에 매달리지 말고 ‘정수’를 둬라

현대증권 이동윤 시화지점장 기자  2012.06.08 14: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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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객장을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청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떤 종목을 사야하나’이다. 거시경제 현황이나 글로벌 유동성 흐름,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 금융당국의 정책 등 전체 시장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들에 대한 분석은 투자 결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객들이 찾는 것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갈 ‘한방’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종목은 없다. 설령 그런 종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언제, 어떤 종목이 될지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을 지탱하고 후원하던 금융업이 이제까지 맡았던 본래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산업화되고 있다. 금융산업, 금융공학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재테크는 어느덧 일상이 된지 오래다. 최첨단 기법으로 고안된 금융상품과 더없이 복잡해진 투자환경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자세와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옛날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때나 있었을 법한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바둑 격언에 “묘수(妙手)를 세 번 두면 진다”는 말이 있다. 묘수는 기발한 착상으로 돌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고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된 묘수로 승부에서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일례로 화려한 묘수를 구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합리적인 착점을 일관되게 찾아내는 능력으로 세계 최정상에 오른 이창호 9단은 이렇게 말했다.

“한 건에 맛을 들이면 암수(暗手)의 유혹에 쉽사리 빠져들게 된다. 정수(正手)가 오히려 따분해질 수 있다. 바둑은 줄기차게 이기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고 계속 이기기 위해서는 괴롭지만 정수가 최선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은 집안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숨겨놓고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일정 규모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한 번 잘못된 투자를 하면 영영 회복불능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장기투자, 가치투자가 정답이지만 같은 이유로 ‘한방’에 목을 매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일정 부분은 투기적인 속성이 있다. 따라서 간혹 쏠림에 의한 지수 왜곡이 초래되고 더러는 작전세력에 의해 특정 종목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 전체 규모로 볼 때 지엽적이고 특수한 상황이다.

언론은 이 특수한 상황을 앞 다퉈 보도하면서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론의 속성이기 때문에 탓할 바는 아니다. 언론이 매일 같은 소식을 뉴스라고 보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 특수한 상황을 일반적인 것으로 투자자 스스로 오도하기 때문에 ‘한방’이라는 묘수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묘수에 매달리는 것은 투기꾼이지 투자자의 자세는 아니다.

‘한방’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투기꾼치고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이를 본 적이 있는가? ‘정수’에 따른 투자만 하기에도 바쁘고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괴롭지만 이 방법이 투자의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현대증권 이동윤 시화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