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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 절약형 車보험 확대에 온라인 전업사 ‘울상’

보험사들 “금융당국 친서민정책 강요, 업계 상황 고려해달라”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6.08 14: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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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저렴한 자동차보험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서민지원 방침에 따라 보험, 카드 등 금융권에서 친서민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손해보험업계는 주행거리연동보험(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을 판매중이며 3월부터는 서민우대자동차보험 가입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친서민정책 강요로 위험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절약형 자동차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마일리지 자동차보험부터 운전자 범위한정, 블랙박스 장착 유무 등에 따라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운전자들은 선택, 중복할인 시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차를 소유하지 않은 운전자를 위한 보험인 ‘원데이 자동차보험’이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절약형 상품은 운전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정책에만 의존해 개발한 상품’이라며 울상인 모습이다. 출시 초기부터 제기되던 모럴해저드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절약형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린 마일리지보험 또한 아직 확실한 해결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절약형 상품 봇물…중복할인시 40% 절약

최근 더케이손해보험은 차를 소유하지 않은 운전자를 위한 ‘원데이 자동차보험’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원데이 자동차보험은 1일 단위로 가입할 수 있으며 타인의 자동차를 단기간 운전하는 중 발생하는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수석연구원은 “저렴한 자동차보험 출시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 사고발생율이 지속되면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들의 적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절약형 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끈 마일리지보험은 연간 주행거리(7000km 이하)에 따라 보험료를 5~13% 할인받을 수 있다. 승용차요일제특약도 보험료를 평균 8.7% 할인해 준다.

운전자 범위를 한정해도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 시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가족, 부부 등으로 한정하거나 자동차를 실제 운전할 사람의 연령이 ‘35세 이상’ 등 특정연령 이상인 경우, 운전자 연령제한 특약에 가입 가능하다.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할인은 가입조건이 크게 완화됐다. 만 30세 이상, 배우자 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여야 하며, 만20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는 자로써 5년식 이상 배기량 1600cc 이하 승용차 또는 1.5t 이하 화물차 소유자 등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서민은 최대 17.3% 보험료 추가할인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절약형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상품이 이슈가 된만큼 꾸준히 가입자가 들어오고 있다”며 “특약상품의 가입이 어렵지 않은 만큼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6개월 지나도 모럴해저드 유발 지적 “대책 없다”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은 상반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보험사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모양이다. 상반기 보험료 할인과 더불어 주행거리가 적을수록 보험료가 할인되는 마일리지 특약으로 손해율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보험 가입시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계기판 사진촬영 방식은 포토샵 등으로 조작이 가능해 운전자의 모럴해저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보험사들은 보험판매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아직 모럴해저드에 대한 대안책은 나온 것이 없다”며 “선할인의 경우 카드번호 등을 받아놓고 이후 환급추진을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것 또한 고객 동의하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판매 시행 첫해인 만큼 손해율이 얼마나 상승할지, 보험 사기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며 “손해율은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가격이 저렴해 완충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발생율 유지되면 온라인 전업사 ‘휘청’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게 절약형 상품개발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친서민 정책에만 초점을 맞춰 급하게 상품을 개발하다보니 업계와 보험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이 탄생했다”며 “정책만을 생각하고 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험의 특성, 손해율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수석연구원은 “절약형보험은 어려운 서민경제를 감안 보험료 인상을 원치 않았던 금융당국과 ‘자동차보험은 저렴해야 잘 팔린다’는 시장 흐름 속에서 마켓쉐어를 유지하려는 보험사들의 전략이 합쳐진 결과”라며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보험 특성상 연말쯤이 돼야 절약형 상품이 업계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 연구원은 보험판매 1년 후인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문제되는 제도를 확실히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일리지보험 자체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주행거리를 사진으로 판단한다던지 하는 방법은 올 연말 손해율 등을 판단해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원데이 보험이나 기타 특약보험들 또한 실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 연구원은 현 상태로 사고발생율이 지속될 경우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으로 인한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들의 적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의 경우 인상요인 없이 무조건 할인만 시켜주는 제도여서 보험사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며 “현재 사고율이 유지된다면 판매량에 따라 보험사에 타격이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손보사의 경우 마일리지보험이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 충격이 덜하겠지만 온라인 전업사의 경우 적자폭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