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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노무현의 서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2.06.08 11: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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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개인 간 호불호는 접어도 된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용비어천가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읽고서 스스로 무릎을 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권했던 책들 중 일반인도 따라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자가 판단한 책들에 대한 소개일 뿐이다.

   
 
역사, 변화, 경제 분야 각 4권씩 모두 12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히 그 책을 읽고서 언급한 시점의 정치상황,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책의 내용과 사회, 역사적 의미가 순서대로 정리됐다.

책의 저자와 책의 내용, 의미가 우리에게 약이 되는 항목이다. ‘지난 10년 놓치기 아까운 책’이라는 책을 소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이 또 다른 책을 추천하는 식이라 곤혹스럽고 헷갈린다. 결론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에 대한 정보를 건지게 될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람에 따라서 한 권도 없을 수도 있을 테지만.

필자는 12권 중 5권의 책을 건졌다. 정치는 아둔했으나 나의 아둔함이 부끄럽지는 않다, 김훈의 ‘칼의 노래’. 새로운 시대는 과거 청산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덕일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잘못된 여론은 잘못된 언론에서 시작된다,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 대중의 마음을 읽고 대중의 눈으로 보라,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가 그것이다.

서점에서 모처럼 지갑을 여는 서민을 가장 괴롭게 하는 책은 상중하 등 시리즈로 출판된 책이다. 여러 권을 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살지 말지 망설이다 포기하기 일쑤다. 필자의 경우 ‘칼의 노래’가 그랬다. 처음에 나왔던 ‘칼의 노래’는 한 권짜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구나 귀 닳게 들었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라 미쳐 사서 읽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 소설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욕구가 강력해졌다. 그리고 올해 초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개정판은 한 권짜리로 보인다.

다른 4 권의 책들도 마찬가지다.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으로 북벌을 추진했던 효종 때 후기 조선의 통치이념을 수립한 이가 송시열이라고 한다. 송시열 이후의 조선 역사와 현재 대한민국의 함수관계를 밝힌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역시 미쳐 몰랐던 역사적 해석이 구미를 당겼다. ‘생각의 오류’는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믿는 나 스스로의 오류를 확인해 보기 위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특히 1 순위다. 사람들이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는 이유, 가난한 사람이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이유, 마약에 중독되는 인간의 심리 등을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람이다.

‘나’의 출발은 나를 포함한 사람의 일반적인 심리적 특성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의 원제는 ‘진보주의자의 양심’이다. 평등과 진보의 방향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이 궁금하다.

   
 
다음에 제시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명했던 연설문의 발원지가 사실은 이 책이었던 것 같다.

“정치권력은 만능이 아닙니다. 대통령 자리는 최고 정점이 아닙니다. 진짜 권력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시민 권력입니다. 각성하는 시민 권력이 만들어가는 시민 권력, 나는 이제부터 그 시민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