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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서 망신당한 사연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6.07 16: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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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15일, 롯데면세점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롯데면세점이 업계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전통주 전문 매장을 오픈,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었지요.

행사 당일 현장분위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면세점 전통주 전문매장은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제품들로 구성됐기 때문이죠. 전통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소개할 계획이었던 만큼 면세점이 기존 ‘명품’ 이미지를 버리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날 김원준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금까지 전통주는 판매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전통주가 위스키나 와인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전통주 매출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며, 국내 중소 주류 업계는 제품 판매 기회가 확대되고 국산 전통주의 상품성이 개선돼 향후 국산 전통주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장밋빛 전망도 내비쳤지요.

하지만 지난 5일 한 매체는 기존 대비 2.5배 가량 확대된 70.34㎡ 규모로 재 오픈했던 매장이 보름여 지난 현재 21.41㎡ 규모로 면적이 축소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매장 점원이 “오픈 행사 당일에만 전통주 매장을 넓혔던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롯데면세점이 상생 이미지 구축을 위해 ‘언론 보도용’으로 매장을 일시적으로 확대한 뒤 슬그머니 종전 수준으로 매장 규모를 되돌려놓았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사실상 올해 들어 롯데는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이슈에 맞서 그룹 및 계열사 차원에서 ‘중소상생’ 이미지 구축을 위해 전방위적 언론홍보에 박차를 가해 왔습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중소 협력업체 자금지원 상생펀드를 올해 620억원 규모로 확대했으며, 이달 들어선 편집매장을 늘려 중소업체 판로 확보를 돕고 신진 디자이너를 적극 발굴한다는 상생활동을 언론에 홍보했습니다.

롯데마트 역시 우수한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고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도록 지난해 말 600개였던 MPB를 올해 700개로 늘렸고, 해외 수출을 돕는 등 상생 협력 방안을 언론홍보로 내새웠으며, 롯데카드 역시 지난 2010년부터 중소 협력업체와 상생협력을 위해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을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자료로 배포한 바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말, 신동빈 회장을 앞세웠지요.

롯데그룹은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하며, 협력사와의 상생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기로 했다”며 롯데 칠성음료 주류부문의 협력업체인 충북 진천에 있는 서울장수의 사업장에 직접 방문한 신 회장의 사진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면세점의 전통주 오픈 행사 당일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룹과 계열사 전체가 중소상생에 열을 올리는 만큼 롯데면세점 역시 ‘숙제를 해결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한류스타 이동건, 원더걸스 유빈 등을 내세우며 홍보에 신경을 썼던 것 아니겠냐’ 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날 막상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전통주 매장 내부에 들어섰을 때, 아기자기한 전통성을 살린 술병의 모습에 감동받아 오히려 ‘그저 그런 하나의 행사’로 여겼던 초반의 의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요.

외국인이었다면 진정 한국에서만 구입 가능한 이 술병을 기념품으로 갖고 싶어서라도 100여달러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겠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름여 지난 지금, 축소된 매장과 ‘오픈 행사 당일에만 전통주 매장을 넓혔던 것’이라는 현장 직원의 증언에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하나의 숙제 해결’을 위한 중소상생 홍보가 주목적이었음이 입증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