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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이직률 0%’ 상담사 전원 장애인…순천향대병원 콜센터

“일반 콜센터직원보다 업무능력 매우 뛰어나”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6.07 10: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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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장애인고용촉진’ 바람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저마다의 ‘사회적 기업’ 실천 모델을 내놓았다. 순천향대병원 콜센터가 기자의 눈길을 먼저 끌었다. 이곳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 전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직장을 가정처럼, 또 직원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따뜻함으로 가득 찬 곳이어서 그랬다. 아픔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곳 상담사들은 고객들을 진정으로 어루만져주며 가족의 마음으로 고객을 맞고 소통한다. 지난 1일 이곳 콜센터를 찾았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의 첫인상은 ‘차분하다’였다. 다양한 높낮이 목소리들이 뒤엉켜 있는 다른 콜센터 풍경과 사뭇 달랐다. 
   
순천향대학교병원은 '인간사랑' 이념아래 장애인고용에 대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 강혜영 센터장은 친절한 미소가 몸에 밴 듯 보였다. 상담사들의 상담업무를 총괄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강 센터장과 상담사들이 나누는 말투는 마치 동네친구들 사이 같았다.   

◆매 시간 실천 방침 ‘인간사랑’

강 센터장은 “병원장의 인간사랑 이념으로 지금의 콜센터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인간사랑’이, 이곳에선 궁극의 목표이자 하루하루 매 시간의 실천방침이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는 지난 2010년 10월1일 개소해 8명의 상담사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활동 중인 상담사는 10명으로 모두 장애인들이다.

이곳 콜센터 상담사들은 순천향대학교병원 전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병원 내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링거 제공, 약 처방, 응급시 빠른 조치 등 각종 혜택도 지원 받는다.

강 센터장은 “장애인근로자들을 위해 시설에 방지턱 없애기, 상담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교육 등의 서비스도 마련해놓고 있고, 이들의 불편사항을 최소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사 10명 모두 정규직 전환

   
강혜영 센터장은 "콜센터 상담사들은 서로 아픈 부분을 감싸주는 가족같다"고 전했다.
순천향대병원 콜센터의 장애인근로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돼 있다. 기존 콜센터와 차별성을 둔 ‘정규직 채용’은 이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

강 센터장은 장애인근로자들의 강점을 털어 놓았다. 강 센터장은 “일반 콜센터 직원들보다 장애인근로자들의 업무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본다”며 “이들의 끈기와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그날 자신이 받았던 콜들을 모두 점검하는 등 꼼꼼함도 묻어있다”며 이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 상담사들은 많은 콜을 처리하지만, 충분한 휴식과 반차(반나절 휴가)를 지원받고 있다.

◆고객과 공감대 형성, 꾸준한 소통 중심

장애인근로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부분은 고객과의 공감대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다. 장애인근로자들은 업무지가 병원이고, 고객들의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으며 상담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하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이 맡은 상담업무는 진료예약, 변경, 취소, 퇴원안내 등이다. 아울러, 심층 상담 부문은 간호사와 연계해 3자 상담을 진행한다. 응급일 경우, 각 진료부서마다 담당자로 자동 연결된다.

순천향대병원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평균 전체 1200콜. 연휴가 지난 다음날은 최대 2000콜을 달성했다. 수많은 콜이 들어오지만, 상담사들은 성심껏 고객들과 마주한다.

상담사들은 고객들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아픈 것에 대해 공감하고,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감정노동자? 사회적 시선 적고 이직 없어

국내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불리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콜센터 상담사들 역시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 또 장애인근로자라는 점 때문에 받는 별도의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곳 상담사들은 “감정노동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상담 내용이 심할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 상담관리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상담사들은 전문상담을 위해 필요한 교육제도를 제공받고 있다. 전문가를 초빙해 상담사에게 필요한 보이스 트레이닝, 의료관련 교육 실시 등 업무향상과 상담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콜센터에 근무하는 콜센터상담사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대한다. 이들은 진실성을 강조하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콜센터 산업의 최대 걸림돌인 ‘높은 이직률’의 한계를 한참 벗어나 있다. 이들은 오히려 ‘이직률 0%’라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상담녹취기록 담긴 ‘고객 소리’ 반영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 강 센터장은 “우리 콜센터는 실현하는 곳, 고객과 공감하는 곳,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곳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장애인고용에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고객과 아픔을 공감하고, 아픈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곳이 바로 순천향대병원 콜센터다”고 포부를 밝혔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콜센터는 타 콜센터에서 실천하고 있는 ‘독거노인 안심콜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병원 콜센터인 만큼 독거노인들에게 진료 및 안부를 전한다는 취지다.

이밖에도 순천향대병원과 콜센터를 연계해 고객의 소리를 병원운영방침에 넣어 기존에 남겨진 상담녹취기록을 통해 주 1회씩 상담과정에 담긴 고객의 의견과 불편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고객들의 아픔을 최소화하고 사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순천향대병원 콜센터는 이 사업을 통해 ‘고객을 위해 도와주는 최대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